코스피 대어급 IPO 철회 줄이어…공모 규모, 거래소 예상치 5조원 밑돌 듯
기술특례 문턱 낮춘 코스닥, 의료기기업체 상장 쏟아져 ‘미소’

여의도 금융가.사진=게티이미지뱅크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코스피와 코스닥의 희비가 엇갈렸다. 코스피 IPO 시장이 눈에 띄게 부진하면서 올해도 코스피 상장이 침체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0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제외하고 일반·재상장·스팩합병 상장 등을 포함한 유가증권 상장 기업은 총 4사이고 코스닥은 13개사로 집계됐다.

증시가 호황을 누리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지난해 1~4월 중 코스피에 상장한 기업은 쿠쿠홈시스, SK케미칼, 셀트리온, 애경산업 등 총 4사로 집계됐다. 코스닥은 씨앤지하이테크, 카페24 등 총 17사다.

상장 건수로는 코스닥이 부진했지만 공모 금액으로 보면 코스피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1~4월 중 코스피에 상장한 기업의 총 공모 금액은 1979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이보다 15.01% 오른 2276억원이다. 코스닥은 761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795억원)보다 약 2배 늘어난 수준이다.

코스피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 수도 코스닥보다 현저히 적었다. 지난달 말까지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전체 기업 수는 37사다. 이 중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은 34사였지만 코스피는 3곳에 그쳤다. 분할 재상장을 위해 주권 재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 두산을 제외하면 신규상장추진 기업은 자이에스앤디와 포스코케미칼 뿐이다.

업계에서는 코스피 IPO 시장에서 대어로 꼽힌 기업들이 잇따라 상장을 철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당초 공모 규모 1조원을 넘기는 대어 기업들의 IPO가 연내 예정돼 있었지만 최근 철회가 이어진 것이다.

국내 첫 조 단위 공모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상장으로 업계의 관심을 받았던 홈플러스 리츠는 지난 3월 코스피 상장을 철회했다. 공모 희망가를 기준으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해외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기대치를 밑돌았다.

홈플러스 리츠 측은 “보통주에 대한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공모를 진행해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시작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을 고려해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랜드리테일도 상장 계획을 연기했다. 이윤주 이랜드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식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커진 것을 이유로 꼽으며 상장 대신 자기주식 매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공모 규모가 2조원에 달하는 현대오일뱅크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에 지분 17%를 주당 3만3000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상장을 연기했다.

최근에는 안마의자 업체인 바디프랜드마저 상장 추진 계획을 철회했다. 거래소가 상장 예비심사 결과로 ‘심사 미승인’을 결정하자 상장 철회를 결정한 것이다.

이에 거래소가 올해 초 전망했던 유가증권시장 공모규모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앞서 거래소는 상장활성화를 통한 자본시장 활력 제고를 주요 사업계획으로 꼽았다. 당시 1조원 이상의 대형 공모예정기업이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공모 성공시 공모규모를 약 5조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반면 코스닥 상장시장에는 봄바람이 불 전망이다. 정부가 혁신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바이오·4차산업 분야 기업에 코스닥 상장 문턱을 대폭 낮췄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기획재정부·법무부와 공동으로 ‘혁신금융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혁신금융 추진 방향에는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들의 코스닥 시장 진입을 돕기 위한 내용을 담았다.

제조업 위주로 짜인 상장기준을 업종별로 세분화하고 상장 핵심심사 지표도 재무제표 중심의 과거 실적이 아닌 신약·신제품 개발 시 매출 확장 가능성 등을 살펴보는 방향으로 변경할 방침이다.

이에 의료기기업체의 상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 체외진단기업 수젠텍은 기술특례를 통한 코스닥 이전상장에 도전할 예정이다. 지난 7~8일 수요예측을 거쳤다.

치과용 영상진단장비 제조업체인 레이도 지난달 25일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하반기 코스닥 상장에 도전장을 냈다. 의료기기업체 마이크로디지탈, 메이컬아이피 등도 코스닥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피 상장 철회가 올해 초 이어졌긴 하지만 시장 상황과 개별기업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영향이라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상장까지 가는 기업도 있어 시장 여건이 좋지 않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이 활발해지는 환경이라면 이를 미루던 기업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등의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하지만 시장이 어려우면 상장을 주저하는 것이 없진 않지만 이보다는 기업의 개별상황이나 조건이 더 크게 작용해 시장의 기대를 받던 기업이 철회한다고 해서 IPO가 얼어붙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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