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고객 사망·장애 시 보험사가 대신 갚아줘
영국, 미국 등 주요국서 가입 보편화
우리나라는 ‘꺽기’ 규제에 접근성 떨어진다 지적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지난해 기준 1600조원을 돌파했으며 가구당 부채는 7022만원을 기록했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속도와 국내총생산(이하 GDP) 대비 비율 등이 여전히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금융협회(IIF)가 최근 발표한 ‘글로벌 부채 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GDP 대비 비율은 97.9%로 집계돼 보고서에 나온 34개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가계부채는 국가의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어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된다.

이와 더불어 대출자와 대출기관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관리방안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2015~2017년까지 3년간 우리나라의 은행권 가계대출 건수 중 대출자의 사망 등으로 상속인이 채무를 인수한 건수가 6577건, 금액으로는 844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상속포기로 인한 은행 손실로 처리된 건수는 6315건, 금액으로는 1014억원으로 집계돼 상속포기 절차를 밟지 못해 부모의 빚을 떠안은 금액이 상속포기보다 8배가량 많았다.

가계대출의 주체는 통상 경제활동의 주축이 되는 가장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대출자가 사망 또는 질병·상해로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그 가족에게 채무가 인수되는 ‘빚의 대물림’으로 가정 경제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신용보험은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은 소비자가 우발적인 사고를 당해 채무변제를 이행할 수 없는 경우 남아있는 대출금액 또는 보험가입 시 약정한 금액을 상환해 주는 보험으로 가계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 이후 신용보험상품이 등장했다.

1989년 신용카드신용보험을 시작으로 1995년 주택임대차신용보험, 1997년 주택은행과 한국생명이 업무제휴를 통해 판매한 단체신용생명보험, 2016년 메트라이프생명의 신용생명보험이 있었지만 현재 생명보험사로는 유일하게 BNP파리바카디프생명만이 신용보험을 취급하고 있다.

신용보험은 기본형, 암보장형, 3대질병보장형으로 나뉜다.

기본형은 가입자가 보험기간 중 사망하거나 여러 신체부위의 장해지급률을 더해 80% 이상의 고도장해로 대출금 상환이 어려울 때 보험회사가 남은 대출금을 보험가입금액 한도 내에서 상환해준다. 보험가입금액은 사망 시 최대 10억원, 고도장해 시 최대 2억원까지 선택이 가능하다.

암보장형은 기본형의 사망, 고도장해 보장뿐 아니라 암진단으로 인해 대출금 상환이 어려울 때 보험회사가 남은 대출금을 보험가입금액 한도 내에서 상환해준다. 암이란 유방암 또는 전립선암 이외의 암을 말하며 보험가입금액은 최대 2억원까지 선택할 수 있다.

3대질병보장형은 기본형인 사망, 고도장해 보장에 유방암 또는 전립선암 이외의 암 보장과 뇌출혈, 급성심근경색증 진단으로 대출금 상환이 어려울 때 보험회사가 남은 대출금을 보험가입금액 한도 내에서 상환해준다. 보험가입금액은 최대 2억원까지 선택할 수 있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의 지난해 신용보험 수입보험료는 6억6000만원으로 2013년 1억6000만원과 비교해 4배 이상 증가했지만 타보험의 수입보험료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소비자의 인지도 미흡 등으로 시장 활성화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구속성 보험계약 이른바 ‘꺾기’에 대한 규제로 대출자가 대출기관으로부터 신용보험을 안내조차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신용보험 시장규모가 미미한 국내와 달리 미국을 비롯한 일본, 영국, 호주 등 주요국에서는 다양한 신용보험상품이 출시돼 운영되고 있다.

시장 또한 활성화돼 있어 대출자 및 대출기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며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대부분의 은행에서 주택담보 대출 시 대출자의 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함에 따라 시장 활성화의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다만 주요국들은 운영과정에 있어서 불완전판매, 부적절한 상품 판매 관행, 보험료 및 수수료의 적정성 등의 문제가 노출돼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가 취해졌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신용보험의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불완전판매, 역선택 등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신용보험 시장 형성을 위한 규제완화 조치와 소비자 보호 장치가 동시에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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