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앤컴퍼니 선택
지분 다시 찾아오기 위한 중장기적 수순 관측도
롯데, 카드 재인수설에 우선매수·콜옵션 없는 ‘진성매각’

사진=연합뉴스

롯데지주가 롯데카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를 선정함에 따라 롯데그룹이 향후 롯데카드를 다시 인수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등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와 매각 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지난 3일 롯데카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를 선정했다.

롯데지주 측은 입찰가격뿐 아니라 비가격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으며 임직원의 고용보장과 인수 이후 시너지와 성장성, 매수자의 경영 역량, 롯데그룹과의 협력 방안 등을 다각도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번 롯데카드 인수전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인수전 초반에는 하나금융과 한화그룹의 양강 체제라는 밑그림을 그렸다.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오는 시점에 한화그룹이 본입찰에 발을 빼면서 하나금융이 강력한 인수후보로 떠올랐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우리은행을 끌어들여 입찰에 참여하면서 판을 뒤흔들었다.

당초 금융업계에서는 시너지 측면에선 하나금융을, 고용안정성 측면에선 MBK파트너스와 우리금융이 유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의외였다. 롯데지주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토종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를 최종 낙점한 것이다.

한앤컴퍼니는 2010년 설립된 국내 사모펀드로서 쌍용양회, 웅진식품, 한온시스템 등 굵직한 인수·합병을 성사시킨 바 있다.

다른 사모펀드에 비해 5년 이상 장기로 투자하면서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 주력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상원 한앤컴퍼니 사장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사위라는 점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번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한앤컴퍼니를 견제하는 이는 없었지만 롯데지주가 높은 인수가격과 고용안정성 등에서 후한 점수를 줬다는 후문이다.

한앤컴퍼니는 인수가로 롯데카드 지분 100% 기준 약 1조8000억원을 제시해 하나금융지주, MBK파트너스 등 다른 후보자들 보다 높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지분 80%가량을 한앤컴퍼니가 인수하기로 했으며 나머지 지분 20%는 롯데그룹이 그대로 보유한다.

또 가장 민감한 사안인 임직원 고용보장에 있어서도 향후 최소 5년 이상 현행 구조를 유지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향후 롯데카드를 다시 인수하려는 장기적인 계획 아래 사모펀드로 매각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과, 향후 중간금융지주회사가 도입되는 상황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존재한다.

사모펀드 특성상 기업가치를 올린 후 되팔아 이익을 남기는 것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이다. 향후 롯데카드가 다시 매물로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중간금융지주법이 통과될 경우 롯데는 다시 금융계열사를 보유하는 것이 가능해 진다.

중간금융지주법이란 일반 지주회사가 산하에 금융회사를 거느릴 수 있는 중간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의 금산분리 원칙은 일반지주사가 금융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롯데지주의 롯데카드 매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금융업에 대한 애착이 크다는 점도 롯데카드 재인수설에 힘을 보탠다.

노무라증권 출신인 신 회장은 2003년 부회장 시절, 당시 동양카드였던 롯데카드의 인수작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롯데지주는 진성매각임을 분명히 했다. 우선매수 조항이나 콜옵션이 없었다며 일각의 추측을 부인한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롯데지주가 한앤컴퍼니를 선택한 것은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한 점과 고용안정성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진성매각 여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재인수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얘기”라고 내다봤다.

한편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롯데카드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거나 전망을 한 등급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카드의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조정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장기신용등급이 앞서 하향 조정돼 계열사의 지원 능력이 저하된 점이 반영됐다.

앞서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도 롯데카드의 장기신용등급을 하향 검토와 부정적 검토 대상에 각각 등록했다.

기존 롯데카드 신용등급에 반영됐던 계열사의 유사 시 지원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과 사모펀드의 보편적 특성상 지원 여부의 불확실성이 반영됐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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