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 단위’ 규제에서 ‘정보 단위’ 규제로 변경
금투회사, IT 기업에 매매주문 업무위탁 가능
권용원 “영업행위 규제 개선, 혁신금융 확대의 중요한 이정표”

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금융투자회사의 혁신금융 활성화를 위한 현장간담회’가 개최됐다. 사진=김민아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차이니즈 월 규제’를 전면적으로 개선하고 금융투자회사가 IT 기업에 매매주문 업무위탁을 할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9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투자회사의 혁신금융 활성화를 위한 현장간담회’에는 최 위원장이 방문해 금융위가 추진 중인 ‘자본시장 혁신과제’ 관련 2개 과제의 세부 추진방안을 논의했다.

최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는 생산적 분야로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해 왔다”며 “그러나 기업의 혁신적 도전을 저해하는 불합리한 금융 관행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모험자본 공급의 주축인 금융투자업계 입장에서도 법력에 세세하게 규정돼 있는 사전적·절차적 규제로 인해 적극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요 증권회사 대표이사가 참석한 간담회에서는 ‘금융투자업 차이니즈 월 규제 개선방안’과 ‘금융투자업 업무 위탁 겸영·부수 업무 규제 개선 방안’ 논의 및 혁신금융 관련 의견을 논의했다.

최 위원장은 “새로운 차이니즈 월 규제의 기본 원칙은 규제 준수 방식에 대한 업계의 자율성을 제고하되 회사의 책임성도 강화하는 것”이라며 ▲‘업 단위’ 규제를 ‘정보 단위’ 규제로 전환하고 ▲차이니즈 월 규제 형식 개선 ▲사외 차이니즈 월 규제 합리화 ▲이해 상충 방지를 위한 행위규제 정비 등을 개선방안으로 제시했다.

우선 ‘정보 단위’별 규제로 전환하기 위해 차이니즈 월 설치가 필요한 정보의 종류를 ‘미공개 중요정보’와 ‘고객자산 운용정보’로 정의한다. 규제 형식도 법령에서 직접 규정하기 보다는 법령에서는 필수 원칙만 제시하고 세부사항은 회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인적교류 금지, 물리적 차단 의무와 같은 형식적 규제는 폐지한다.

계열회사 등과의 사외 차이니즈 월 규제도 사내 규제와 유사한 방식으로 개선하고 계열회사 등과의 임직원 겸직제한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규제 수준으로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차이니즈 월 규제 정비에 맞춰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행위규제도 보완한다. 미공개 중요정보에 대한 판단절차를 마련하고 차이니즈 월에 대한 주기적 점검 및 교육 의무 등 회사의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행위규제를 마련한다.

미공개 중요정보 발생시 거래를 제한하고 조사분석자료를 제3자에게 미리 제공하지 못하게 하는 등 현재 협회 자율규제를 법령에 반영하겠다는 복안이다.

9일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금융투자회사의 혁신금융 활성화를 위한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금융투자회사의 업무위탁 및 겸영·부수업무 규제도 대폭 완화될 예정이다.

최 위원장은 “빅데이터, AI 등 혁신기술을 보유한 IT 기업과의 협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인 타 금융업권에 비해 금투업권은 제도적 제약 등으로 혁신을 주도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핀테크 등을 통한 자본시장 혁신이 촉진될 수 있도록 업무위탁 및 겸영·부수 업무 규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핀테크 활성화 등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제3자에게 위탁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정비한다. 또 IT 기업 등에 매매주문의 접수·전달·집행 및 확인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지정대리인 제도를 통해 본질적 업무도 IT 기업 등에 위탁 가능하게 할 방침이다.

여타 금융업권에 비해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재위탁과 정보처리 업무 위탁 규제도 정비한다. 재위탁을 원칙 허용으로 전환하고 단순 정보처리 업무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위탁이 가능하도록 한다.

업무위탁 및 겸영·부수 업무에 대한 사전보고 원칙도 사후보고 원칙으로 전환한다. 다만 투자자 보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촘촘한 사후감독 체계를 구축할 예정임을 금융당국은 밝혔다.

아울러 최 위원장은 ‘금융투자업 인가체계 개편방안’, ‘건전성 규제 개편방안’ 등을 순차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자본시장에서는 연간 21조원 정도가 혁신정장 자본으로 투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중 5조7000억원 정도가 자기자본투자이고 이 가운데 2조5000억원은 VC(벤처캐피탈), 신기술투자, PEF(사모펀드) 등의 핵심적인 시드머니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권 회장은 “차이니즈 월 규제 등 영업행위 규제의 개선은 남다른 의미를 가지는 핵심 과제다”고 평가했다.

자본시장법의 제정 취지에 맞춰 ‘사전적 열거주의 규제체제’에서 ‘사후적 원칙 중심의 규제’로 전환하는 것은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산업을 미래지향적 선진적 구조로 전환하고 창의적 업무 수행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혁신금융의 확대를 가져오는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권 회장은 “이 제도들을 성공적으로 구현하고 정착시키기 위해 협회는 회원사와 함께 기존 실무 TF(태스크포스)를 ‘내부통제 혁신위원회’로 개편해 운영하겠다”며 “이를 통해 증권사 내부통제의 구체적 실현 방안을 논의하고 금투회사들의 내부통제 제도가 월드 클래스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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