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강화 위해 롯데카드 노린 ‘하나·우리’
롯데카드, 업계 예상 깨고 ‘한앤컴퍼니’ 선택
하나·우리 “향후 비은행 전략 위한 M&A는 계속될 것”

사진=연합뉴스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한앤컴퍼니’가 승기를 거머쥐면서 카드사 인수를 통해 비은행 부문을 키워내려던 하나금융그룹과 우리은행의 계획이 불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 3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를 선정했다. 한앤컴퍼니는 롯데지주가 보유하고 있는 롯데카드 지분 93.78%중 80.00%를 1조5000억원 안팎으로 인수 할 예정이다.

당초 업계는 롯데카드의 유력 인수자로 하나금융과 우리은행·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을 꼽았다.

하나금융은 롯데지주의 롯데카드 지분 중 70%를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었다. 구체적인 금액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하나금융은 대외적으로 증자 없이 1조원을 투입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우리은행은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지분 80%를 인수 할 계획이었다. MBK파트너스가 60%, 우리은행이 지분 20%를 확보하는 것이다. 우리은행과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지분 가치를 1조5000억원으로 평가해 우리은행이 30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알려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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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은 비은행 부문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 1분기 기준,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비은행 수익 비중은 각각 13.7%, 5.1%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업계 1, 2위를 다투는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은 비은행 수익 비중이 36.2%, 32.3%에 이른다.

국내 8개의 카드사 중, 우리카드와 하나카드는 업계 6위, 7위로 하위권에 머물러있다. 지난해 기준, 우리카드와 하나카드의 점유율은 각각 8.49%와 8.24%로 집계됐으며 총자산은 9조9831억원, 7조9847억원으로 나타났다. 롯데카드는 점유율 11.03%, 총자산 12조6527억원으로 업계 5위다.

하나금융과 우리은행이 롯데카드를 손에 쥔다면, 하나카드와 우리카드가 업계 2~3위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졌다.

단독으로 인수전에 참가한 하나금융의 경우, 롯데카드를 흡수하면 점유율이 19.27%까지 상승한다. 우리은행은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지만, 추후 MBK파트너스로부터 롯데카드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았다. 이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카드는 점유율을 19.52%로 끌어올리 수 있다고 평가됐다.

외형확장뿐 아니라, 롯데 유통망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고객층 확보도 수월해질 전망이었다. 하나카드와 우리카드의 경우 은행 고객을 중심으로 고객층이 형성돼 있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롯데카드는 폭넓은 롯데 계열사의 유통 고객을 중심으로 고객층이 형성돼 있어 기존 고객과 겹치지 않는 다양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롯데의 유통과 금융을 결합해 고객에게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었다.

롯데카드 입장에서도 금융과 카드업이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하나금융이나 우리은행·MBK파트너스에 매각하는 것이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또한 금융기업이 롯데카드를 인수한다면 금융당국의 인가도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롯데카드가 한앤컴퍼니를 선택하면서 카드업에 힘을 실으려던 하나금융과 우리은행의 계획이 빗나갔다. 다만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앞으로도 M&A를 통해 비은행 강화 기조를 이어갈 예정이다.

하나금융은 2025년까지 비은행 비중을 30%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롯데카드 인수전 당시 자본여력이 충분함을 밝혔던 만큼 적합한 매물이 나온다면 적극적으로 M&A를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롯데카드 M&A가 불발됐지만 비은행 강화 계획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하나금융 자본 여력이 충분한 만큼 앞으로도 시장에 괜찮은 매물이 나온다면 M&A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우리금융은 올해 은행체제에서 금융지주체제로 전환하면서 중장기적으로 M&A를 통해 비은행 부문을 40%까지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우리금융은 현재 동양자산운용과 ABL자산운용 인수 계약이 완료된 상태며, 국제자산신탁을 인수하기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진행 중인 M&A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는 데에 집중할 것이다”라며 “현재 ‘웰투시 제3호 투자목적회사’를 통해 투자했던 아주캐피탈 우선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어 오는 7월, 인수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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