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노동 정년 상향, 중고차 시세보상 등 인상요인 산적
금융당국, 보험료 인상요인 소비자 전가는 불합리 제동
보험사, 인상 시기·인상 폭 두고 고민

사진=연합뉴스

육체노동 취업가능 연한 연장, 교통사고 차량 시세 하락 보상 확대 등으로 자동차 보험료 인상을 준비하던 손해보험사들이 보험료 인상에 앞서 자구노력이 먼저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손보사들은 약관 내용과 산정 기준이 바뀐 만큼 인상요인이 충분하다고 보고 인상 시기와 인상 폭을 신중히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보사들은 자동차 보험료 요율 검증을 마치고 보험료 인상을 검토하고 나섰다.

앞서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자동차보험 취업가능연한 및 시세하락손해 등 보상기준을 개선하기로 하고 5월부터 개정된 자동차보험 약관을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손보사들은 이를 반영해 요율 1.5%가량 인상을 추진해 왔다.

육체노동 취업가능 연한 연장은 올 2월 육체노동자의 ‘노동가동연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로 촉발됐다.

‘노동가동연한’은 노동에 종사해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령의 상한으로 보험가입자의 피해 상대방이 무직자나, 학생, 어린이, 주부일 경우 보상 규모에 대한 기준이 된다.

지금까지 손보사들은 피해자가 사고로 사망하거나 부상 시 만 60세를 기준으로 소득 상실분을 보상했지만 65세로 상향 시 지급 보험금은 증가하게 된다. 보험개발원은 이에 따른 보험금 지급 증가액을 1250억원으로 추정한 바 있다.

또 교통사고 차량 시세 하락 보상의 경우 현재 자동차보험 약관에 따르면 사고로 인한 자동차(출고 후 2년 이하인 자동차에 한함)의 수리비용이 사고 직전 자동차 가액의 20%를 초과하는 경우 출고 후 1년 이하인 자동차는 수리비용의 15%를 지급하고 출고 후 1년 초과 2년 이하인 자동차는 수리비용의 10%를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출고 2년이 지나면 약관상 시세 하락 손해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돼 자동차보험 가입자와 보험사 간 법적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상대상을 출고 후 5년 된 차량까지 확대하고 현행 보상금액을 5%씩 상향하기로 했다. 또 2년 초과 5년 이하 차량에 대해서는 수리비의 10%를 시세 하락 손해로 보상하기로 약관을 개정했다.

손보사들은 산적한 보험료 인상요인들로 인해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이 시행되는 5월에 맞춰 요율 1.5~2% 인상을 추진해 온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자동차 보험료를 인상하려는 손보사의 움직임은 단순히 손해율 개선을 위한 보험료 인상이 아니다”라면서 “제도 개선이 이뤄졌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반영한 보험료 인상이 있어야 추후 급격한 손해율 상승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험업계의 보험료 인상 움직임에 금융당국은 제지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4일 “자동차 보험료는 원칙적으로 시장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할 사항”이라면서도 다만 “자동차 보험료 인상요인을 소비자에게 모두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므로 사업비 절감 등 자구노력을 선행해 보험료 인상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험업계는 사실상 금융당국이 자동차 보험료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드러냈다는 의견과 무조건 보험료를 인상하기보다 적절한 수준에서 보험료를 인상하라는 메시지라는 의견으로 갈렸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최소 1.5% 이상은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것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자동차 보험료 하락 요인인 경미사고 보상기준 개선을 반영하더라도 보험사마다 오차범위 ±0.3% 내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1% 이상은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미사고 보상기준 개선은 가벼운 차량 접촉사고에도 외장부품을 무조건 새 부품으로 교체하는 과잉수리 관행 때문에 보험금 누수와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등 문제가 있다고 보고 경미사고 시 도어, 펜더 등 7개 외장부품에 대해서도 복원수리(판금, 도색)만 인정하도록 한 것을 말한다. 기존에는 범퍼만 가능했다.

시행 시 과도한 수리비 지출을 방지해 다수 운전자의 보험료 인상을 예방할 수 있다.

보험업계는 보험료 인상에 제동을 건 금융당국과 어떤 보험사가 먼저 보험료를 올릴지 서로의 눈치를 보면서 인상 폭과 인상 시기를 두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사 한 곳에서 총대를 메고 보험료를 올리면 나머지 회사들은 따라 올릴 것”이라면서 “이번 보험료 인상은 약관개정으로 인한 것이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서로 어떤 보험사가 먼저 올릴지 눈치만 보는 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자동차 사고 시 취업가능 연한 65세로 계산된 사고보험금은 신규가입 또는 갱신 시점에 관계없이 2019년 5월 1일부터 발생한 사고부터 적용받을 수 있다.

반면 자동차 시세 하락 손해는 2019년 5월 1일 이후 신규 가입하거나 갱신한 차량에 대해 보상받을 수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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