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산골주민, 15~30km 거리 읍내 영업소 직접 방문 수거
택배기사 “수도권比 기름값 5배, 물량은 절반에도 못 미쳐”
산간지역 이동거리 길지만…2500~3000원 일괄요금제 적용
"거리요금제 적용 등 근본적 구조 개선 필요"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늘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까지 배송해드립니다.”

온라인 쇼핑 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가 됐지만 강원도 산골마을 택배기사들에겐 ‘딴 세상’ 이야기다. 강원도 A군 택배기사들은 가가호호 집 앞 배송에 나서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 물량이 많지 않은 격오지 지역(깊숙한 산골 마을 등)의 경우 가까운 편의점이나 구멍가게 등 동네 거점에 물품을 맡기는 위탁배송이 일반적이다. 편의점조차 없는 더 깊숙한 마을은 15~30km 거리의 읍내영업소까지만 물품이 배송된다.

이곳 주민들은 물품을 찾기 위해 먼 거리를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지만 택배기사들은 섣불리 집 앞 배송에 나서지 못한다. 이동 거리는 긴 반면 턱없이 부족한 물량으로 수익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통상 격오지 지역은 동네별로 일정량의 택배를 모아 3~4일에 한 번 배송이 이뤄진다. 한 택배대리점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지역 택배 물량은 하루 평균 6개로 수도권 지역(하루 250~350개)의 1/50 수준이다.

그는 “물건이 모아지면 3~4일에 한 번 배송에 나선다. 이 경우 집 앞까지 물건을 가져다주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 그 전에 주민들이 영업소를 방문해 찾아가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스 하나당 떨어지는 금액이 800~900원이다. 보통 하루 180~200개, 한 달 기준 최소 4000개 이상의 배송량을 채워야 택배기사들이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면 단위 지역은 한 달 2000~3000개가 고작이다”며 “물량도 적은 데다 수익 대부분이 기름값으로 빠지는데 하루 한 번 집 앞까지 찾아가면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해당 관계자는 이들 지역의 배송 기름값이 수도권 대비 약 5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면적이 넓어 이동 거리가 길어지기 때문이다. A군은 한 명의 기사가 하나의 면 단위를 맡고 있다. 때문에 수도권 하루 평균 이동 거리는 20km 내외인 반면 군 단위 지역은 50km를 훌쩍 넘는다.

그는 “한 달 기준 기름값으로 수도권이 10만~15만원, 군 단위는 60만~70만원 가량이다. 산골 마을 구석구석 방문할 경우 밤 11시까지 업무가 이어지는 것은 다반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배송물량과 이동 거리 등의 환경이 다르지만 배송비는 2500~3000원으로 동일하다. 현재 추가배송비가 붙는 곳은 울릉도와 신안, 제주도 등의 섬 지역이다. 산간지역은 가구 등 부피가 큰 물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괄 요금으로 배송되고 있다.

택배대리점 관계자는 “애당초 2500원에 격오지 지역을 다 간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집 앞 배송도 3~4일이 걸리는데 새벽 배송은 정말 딴 세상 이야기”라며 “일괄요금제가 존재하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거리에 따른 차등 요금제를 적용하거나 기름값을 일부 지원해주는 등의 근본적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군청에 따르면 지역 내 10개에 달했던 택배 업체들은 지난해 기준 4개로 줄어들었다. 업체들 대부분이 적자로 인해 문을 닫거나 여러 영업소를 합쳐 운영하는 상태다.

군청에서는 주민 편의를 위해 마을회관을 택배 보관소로 지정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읍내영업소보다 훨씬 가까운 마을회관을 택배 보관소로 지정하는 것을 합의 중이다. 분실 위험이 있어 CCTV설치 등의 구체적 논의가 더 필요한 상태다”며 “미배송 지역은 9곳에서 2017년 기준 7곳으로 줄었다. 배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적자운영으로 많은 택배대리점이 문을 닫았다. 지역적 오지이다보니 한밤중까지 물건을 배달하는 기사들이 많다.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께는 직접 가져다 드리는 걸로 알고 있다”며 “군 차원에서도 고민이 크지만 타지역처럼 집 앞 배송이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택배 법이나 택배회사의 시스템 마련이 먼저가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거리요금제를 적용하게 되면 비용이 고스란히 고객부담으로 돌아간다. 그렇다고 기업에서 손해를 감수하며 기름값 등을 지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택배기사도 개인사업자다보니 수익이 안 나는 지역은 가지 않으려 한다. 때문에 격오지 지역은 박스당 수수료를 조금 더 지급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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