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외 파생상품·자산운용 적자, 지난해 중소형사 중 최대 제재
2008년 이후 첫 배당 실시에 해외·신사업 모색까지 분주

사진=유진투자증권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대표는 올해 초 세 번째 연임에 성공하며 장수 CEO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유 대표 앞에는 가시밭길이 펼쳐져 있다. 실적은 줄어들고 투자자들의 신뢰는 추락했으며 금융당국 최다 제재라는 불명예를 떠안았기 때문이다. 이에 유 대표는 주주 친화 정책과 신사업 모색 등을 통해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 ‘황제경영’ 논란 겪는 오너일가 CEO, 실적 감소·제재 최다 ‘이중고’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59억원으로 전년 714억원보다 7.78%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561억원에서 465억원으로 17.18% 줄어들었다. 지난해 상반기 증시 활황으로 주요 증권사의 순이익이 증가한 것과 반대되는 것이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주식시장 하락에 따른 주식 운용수익 부진으로 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선물, 옵션 등 장내와 장외에서 거래되는 파생상품 등을 관리하는 장내외파생상품업의 적자가 확대되고 간접투자기구 등의 운용업무 및 투자자문 등의 영업활동을 전개하는 자산운용업이 적자로 전환된 것이 주효했다. 

지난해 유진투자증권은 장내외파생상품업에서 633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전년(231억원)보다 확대됐다. 자산운용업은 전년 순이익 17억원에서 지난해 19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재 횟수도 많았다. 지난해 중소형 증권사 중 가장 많은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은 총 4차례 제재를 받았다. 기관제재 2건과 과태료 2억5000만원이 포함됐다.

당시 유진투자증권은 계열사인 유진기업이 발행한 전자단기사채를 우회 매수한 것이 적발돼 유 대표가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또 일임매매 금지와 임직원 금융투자상품 매매제한 위반으로 제재를 받았고 전 재경팀 직원이 법인카드대금 및 은행수수료 지급을 목적으로 몇 차례에 걸쳐 회사 자금을 횡령한 것이 적발돼 제재를 받았다. 

이른바 ‘유령주식’ 사태도 발생했다. 지난해 5월 고객 A씨가 자신의 계좌에 있던 미국 상장지수펀드 655주를 전량 매도했다. 하지만 A씨가 실제로 갖고 있던 주식은 166주로 매도 전날 4대 1 비율로 병합됐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이 이를 제때 알아채지 못해 존재하지도 않는 주식 499주가 시장에 팔렸다.

금융당국은 조사에 착수했고 내부 통제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높은 수준의 징계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각종 사건·사고가 이어졌음에도 유 대표는 올해 초 세 번째 연임이 결정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유 대표가 오너 일가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유 대표는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동생으로 이사회 의장도 겸임하고 있다. 경영진을 감시·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존재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이지만 이사회 의장을 유 대표가 겸임하면서 사실상 기능이 마비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 11년 만에 배당·해외시장 개척·신사업 진출 등 분위기 반전 ‘절실’

각종 논란 속에서 연임에 성공한 유 대표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3월 이사회를 열고 총 58억1000만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결의했다. 주당 배당금은 60원이고 배당 성향은 12.5%다. 특히 이번 배당은 2008년 이후 11년 만에 실시되는 배당이다. 유진투자증권이 주주 친화 정책에 열을 올리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해외시장도 적극적으로 개척하겠다는 다짐을 드러냈다. 유 대표는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해외주식 거래 인프라와 직원 역량을 강화하고 해외 제휴사, 본부 간 시너지를 창출해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감소한 실적을 의식하듯 손익규모 확대와 디지털 역량 강화 의지도 보였다. 유 대표는 “자기자본투자(PI)의 경우 투자 대상을 다변화하고 시장 상황에 발맞춰 전략적으로 운용하겠다”며 “디지털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디지털 금융 시대를 이끌어 나가는 한편 우수한 인재를 적극적으로 확충 및 육성해 최고의 전문성을 갖춘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부동산신탁 시장에도 진출해 신 먹거리를 모색한다. 유진투자증권은 신영증권과 함께 신영자산신탁 예비 인가를 받았다. 신영자산신탁은 신영증권이 50%대 지분을 갖고 있고 유진투자증권은 30%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영자산신탁은 부동산 개발·분양·임대·관리 등 전 과정에 걸친 서비스 제공과 종합재산관리 플랫폼 구축 등을 사업계획으로 내놨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IB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에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어 이를 새로 출범하는 신탁사 운영에 접목해 시너지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주식 활성화를 위해 거래 인프라와 직원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기존 해외 제휴사와의 관계 강화 및 전략적 제휴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며 “적극적 해외투자를 바탕으로 수익증대도 추구하겠다”고 설명했다.

기존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5개 국가와 제휴를 맺었던 것을 타 국가로 확대하고 선진국 및 이머징마켓 상장 주식 자산을 기본으로 자산군 다변화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또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가격정책에 의존하지 않는 다양한 특화 마케팅을 추진하고 핀테크 기능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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