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 순이익 1716억으로 분기 최대, IPO서 두각
“초대형 IB 경쟁력 입증”…업계 최초 KPI 폐지, 고객 가치 제고 집중

사진=NH투자증권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만족할만한 1분기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IB와 부동산 부문이 두각을 나타낸 덕을 톡톡히 봤다는 분석이다. 2년 차를 맞은 정 사장이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 순이익이 432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10.9% 늘어난 수준으로 농협금융은 출범 이후 1분기 순이익이 4000억원을 처음으로 넘겼다.

농협금융의 호실적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NH투자증권이 주도했다. NH투자증권의 1분기 순이익은 1716억원으로 전년 동기(1283억원) 대비 33.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37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4.5% 늘었고 매출액은 3조9088억원으로 같은 기간 55.3% 증가했다.

은행계 증권사 중에서도 양호한 성적을 나타냈다. NH투자증권의 순이익 증가율은 하나금융투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하나금투는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9.2% 증가했다. KB증권은 순이익 873억원으로 전년 동기(819억원) 대비 6.6% 늘어 3위를 차지했고 신한금융투자는 27.2% 감소한 708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이 투자은행(IB)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1분기 NH투자증권은 현대오토에버 등 IPO 시장에서 굵직한 거래를 성사시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달 말 기준 기업 단독 주관 공모액 2275억7200만원을 기록하면서 해당 분기 1위를 차지했다. 현대오토에버와 드림텍으로 신규상장 2건으로 각각 공모액은 1684억8000만원, 590억9210만원이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NH투자증권에 대해 “지난해 4분기 실적 부진의 원인이었던 주가연계증권(ELS) 운용 손실에 대한 기저효과와 금리하락에 따른 채권평가손익 증가 등이 있었다”며 “부동산 부문에서도 지난해 4분기 이연됐던 서울스퀘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딜을 비롯해 삼성SDS타워 인수, 송도 PKG개발 등의 수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장 연구원은 “IB 부문에서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사상 최대 이익을 경신하면서 초대형IB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며 “딜소싱 역량을 바탕으로 한 IB부문의 성장세가 유지된다면 레벨업 가능성은 지속해서 부각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이어가면서 취임 1년을 넘긴 정영채 사장이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취임 당시 2023년까지 경상이익 1조원을 목표로 내건 정 사장은 올해 고객가치와 디지털을 내세워 혁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조직개편과 외부인사 영입 등을 통해 조직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특히 상반기부터 업계 최초로 핵심성과지표(KPI)를 전면 폐지했다. KPI는 영업점이나 임직원의 업무성과를 평가하는 지표다. 증권업계뿐 아니라 기업 전반에서 직원 인사평가 요소로 활용해왔다.

정 사장은 영업점뿐 아니라 직원 개개인에 대한 KPI를 없앴다. 이를 통해 고객 중심의 사업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KPI 폐지가 오히려 영업점 직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량적인 지표가 사라지면서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이 KPI를 폐지하면서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만 보면 정말 좋은 제도다”며 “회사가 단기간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으로 사업을 보면서 고객의 수익을 우선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지점의 실적 부담이 없어지느냐가 관건이다”며 “지점장들이 각 지점의 실적 때문에 직원들에게 여전히 부담을 준다면 직원 입장에서는 변하는 게 없다고 생각해 빛 좋은 개살구나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과정 가치’에 무게를 두고 새로운 평가 기준을 마련했다”고 답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새로운 평가 기준은 지점장과 직원이 합의해 결정하므로 지점별로 다르다. 수익률 같은 재무적인 부분을 배제하고 영업직원들이 고객 수익률을 높게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등을 포함했다. 예를 들어 절대적인 수익률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최근 유행하는 상품을 얼마나 잘 설명했는지 혹은 미팅을 했는지 등을 판단하는 것이다.

관계자는 “일부 KPI를 폐지하면서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더 어렵지 않느냐라는 시선이 있지만 본사 기획팀에서 적절한 평가 기준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며 “단체평가도 기존 연 2회 진행했지만 올해부터는 중간평가도 추가로 시행하면서 연 2회 이상 실시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이어 “직원들은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인 반응이다”며 “당장 1, 2년 수익은 나쁠지 몰라도 중장기적 시각으로 시행하는 제도로 점차 적응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