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없다”는 기업들, 아직은 조용
카드 포기로 ‘실탄’ 확보한 한화, 시너지 풍부
현금 부자 SK, 항공업·정유업 상호보완
CJ, 글로벌 물류기업 위해 항공업 필요
제주항공 운영하는 애경, 컨소시엄 가능성
롯데·신세계도 거론되지만 기존 투자 多
분리매각 시 LCC 참여 여부도 관심

사진=연합뉴스, 각 사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픈 손가락’을 떼어내기로 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최근 사내 게시판을 통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했다. 임직원에게 면목 없고 미안한 마음이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창립 이래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면 그룹은 사실상 중견기업 규모로 쪼그라든다. 5대 그룹까지 넘볼 정도로 급속 성장했던 금호그룹이 어쩌다 이런 처지까지 주저앉은걸까. 무리한 외형확장부터 ‘형제의 난’으로 촉발된 오너리스크, 무성의한 자구책까지 금호그룹의 실패 원인을 들여다 봤다. 단숨에 인수합병 시장 최대어로 떠오른 아시아나항공에 눈독 들이는 기업들과 시너지도 분석해 봤다.

국적기 양대산맥 중 하나인 아시아나항공이 매각에 돌입했다. ‘연내 계약 체결’이 목표다. 유력 인수 후보로는 SK와 한화, CJ가 거론된다. 이들은 겉으로는 손사레를 치며 눈치싸움에 돌입한 모양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는 한화그룹이다. 일단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항공사업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다. 항공업 진출은 김승연 회장의 오랜 숙원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김 회장은 2017년 항공운송면허 취득에 나선 저비용항공(LCC) 에어로케이에 160억원을 투자하는 등 항공업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또한 김 회장은 최근 수년간 국내 방산회사들을 하나씩 인수하며 그룹을 ‘한국의 록히드마틴’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왔다. 세계 최대 우주항공·방위산업 회사인 록히드마틴은 전투기 중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운영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 유일한 항공 엔진 제조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말 그룹 최상위 지배사 ㈜한화로부터 항공사업을 넘겨 받았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방산 자회사인 한화지상방산은 또 다른 방산 계열사인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하는 등의 구조재편을 완료했다.

한화그룹 물류를 모두 책임지고 있는 한익스프레스도 있다. 이 회사의 최대 주주는 지분 25.77%를 들고 있는 김영혜 씨다. 김 씨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누나다. 적지 않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이유다.

한화그룹이 롯데카드를 포기한 것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올인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실탄 확보에 들어갔다는 것. 그간 롯데카드 유력 인수 후보로 꼽혀왔던 한화생명은 지난 19일 마감된 롯데카드 본입찰에 불참했다.

당초 한화그룹은 롯데카드 입찰에서 막판까지 하나금융과 치열하게 경쟁했다. 인수합병 전문가로 꼽히는 여승주 사장이 한화생명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그룹도 금융업 확대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상황이 변하기 시작한 때는 롯데카드 입찰 마감 5일 전으로 예상된다. 이날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상 대금은 약 1조5000억~2조원대다. 롯데카드 적정 인수가액은 약 1조원이다. 한화그룹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약 3조원.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2개 매물을 동시에 인수하기에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한화그룹은 현재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다.

SK그룹은 ‘실탄’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또 다른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SK그룹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11조원이 넘는다. 지난해 7월에는 아시아나 인수설이 흘러나와 한국거래소로부터 공시 요구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국내 LCC 1위인 제주항공의 최규남 전 대표를 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내 신설 부서인 글로벌사업개발부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이 항공업 진출을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SK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SK이노베이션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낮출 수도 있다. 항공업과 정유업이 상호 보완의 관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유가가 뛰면 항공업의 매출과 이익은 둔화한다. 반면 정유업은 매출과 이익이 증가한다. SK그룹의 정유·화학 계열사 SK이노베이션은 아시아나항공 항공유의 70%가량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지분법이다. SK그룹 내에서 가장 많은 실탄을 보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설 경우, 손자회사 규정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지분 100%를 인수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이나 SK텔레콤 등도 거론되고 있지만,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용 배터리 투자에, SK텔레콤은 ADT 캡스 인수와 5G 투자에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SK그룹 역시 표면 상으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자회사 매각으로 현금을 마련한 CJ그룹 또한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CJ그룹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1조5000억원가량이다. 올해 2월에는 CJ헬로를 LG유플러스에 매각하며 약 8000억원을 추가 확보했다. 부인하고는 있지만 시장에서 꾸준히 매각설이 제기되는 CJ푸드빌까지 정리하면 약 6000억원의 추가 자금까지 확보할 수 있다.

특히 CJ대한통운의 물류산업과 시너지가 관심을 모은다.

CJ대한통운은 현재 물류 서비스를 육상운송을 중심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20년까지 CJ대한통운을 글로벌 ‘톱5’ 물류기업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8월 DSC로지스틱스를 2300억원에 인수한 것도 물류사업 확대에 대한 이 회장의 의지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이 세계적인 물류기업으로 도약하려면 항공사가 필수다. 실제로 세계적인 물류기업인 페덱스나 DHL, UPS 등은 모두 항공사를 보유하고 있다. CJ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품에 안으면 항공운송까지 확보, 글로벌 물류시장 공략에 힘을 얻게 된다.

CJ그룹이 인수합병 시장에서 금호와의 인연도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CJ그룹은 2012년 금호산업으로부터 대한통운을 인수했다.

CJ그룹도 아직까지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부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롯데그룹도 인수 후보로 거론되지만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낮다. 지배구조 개편과 실적 등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이유는 풍부한 자금력 때문이다. 롯데그룹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8조원을 넘는다. 주요 사업회사인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이 들고 있는 현금만 3조원을 훌쩍 넘긴다. 여기에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의 매각 절차를 받고 있어 추가적인 현금 유입도 기대된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현재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정신이 없다.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도 갈 길이 멀다.

그룹 내 주력사업인 롯데쇼핑은 실적 부진으로 시름하고 있다. 중국 사업을 철수 했고, 2016년 9404억원에 달하던 영업이익은 2017년 5299억원, 지난해 597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현금 창출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신세계그룹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 예상후보 중 한 곳으로 거론된다. 신세계그룹은 LCC 플라이강원에 10억원을 투자하고, 350억원 규모의 투자확약을 체결하는 등 항공사업에 관심을 보여왔다. 백화점과 호텔, 면세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백화점과 면세점, 마트 등 기존 사업에 막대한 자급을 투입했거나 투입할 예정이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에 신규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게 증론이다.

중견그룹 중에서는 애경그룹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LCC 1위 제주항공을 운영 중인 만큼 애경그룹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군침도는 매물이 아닐 수 없다.

자금 여력이 풍족하지 않은 만큼 전략적 투자자나 재무적 투자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자회사까지 ‘통매각’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다만 인수자가 요청할 경우 자회사 분리 매각을 협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LCC와 최근 면허를 받은 신규 LCC도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유력한 인수 후보 기업들의 눈치싸움은 인수전이 본격화되는 시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움직임은 미리 인수 의지를 표명해봤자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인수 가격이 1조원대 이상으로 예상되는 만큼 속내를 숨기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 ‘눈치작전’을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인수 후보들이 군침을 흘릴만한 좀 더 확실한 신호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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