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혐의로 KT 대주주 적격성 심사 중단
케이뱅크 592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도 불발
“유상증자 분할 시행과 신규 주주 영입할 것”

사진=연합뉴스

케이뱅크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최대주주가 되고자 KT가 신청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KT의 담합혐의로 중단됐다. 이에 케이뱅크는 자금 확충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은행법에 따르면 산업자본은 ‘은산분리’ 원칙에 따라 은행 지분을 4% 초과해서 보유할 수 없으며 의결권 없는 지분도 10% 이내로만 보유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시행되면서 정보통신 산업에 주력하는 ICT 기업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이에 KT는 케이뱅크의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 현재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는 13.79%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우리은행이다. KT와 NH투자증권이 10%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케이로스 유한회사와 한화생명보험 등이 9.99%, 7.32% 등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KT는 24%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총 34% 지분으로 최대주주에 등극하고자 했다. ICT기업인 KT가 최대주주가 된다면 케이뱅크의 핀테크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으며 유상증자로 자금을 확보해 은행 안전성을 탄탄히 다질 수 있다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금융위는 지난 17일 KT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을 이유로 심사를 중단했다. 은산분리라는 산은 넘었지만 적격성 심사에서 발목을 잡힌 것이다.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최근 5년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KT는 2015년 4월에서 2017년 6월 사이 진행된 12건의 ‘공공분야 전용회선사업’ 입찰에서 담합을 주도함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

결국, 공정위는 지난 25일 KT에 57억4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 때문에 적격성 심사 통과는 불투명해진 상태다.

KT가 담합혐의로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으면 심사 통과는 불가능하다. 형사처벌을 면한다 해도 재판 기간 동안 심사가 미뤄지기 때문에 심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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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KT를 최대주주로 등극시키고 59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려던 계획이 물거품 됐기 때문이다.

현재 케이뱅크는 자금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2017년 838억원의 적자에 이어 지난해에는 796억원의 적자를 입었다. 이자수익이 2017년 209억원에서 작년 603억원으로 증가했음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연체율은 2017년 대비 급속도로 증가했다. 케이뱅크의 연체율은 2017년 0.08%에서 지난해 0.76%로 9배 가까이 늘었다. 국내 시중은행 연체율이 0.2~0.3% 수준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연체율이다. 같은 기간 여신 금액은 8559억원에서 1조2641억원으로 47%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자기자본비율(BIS)도 2017년 대비 하락했다. 2017년 자기자본금은 1605억원, 위험가중자산은 8845억원이었으며 이에 따라 BIS는 18.15%로 나타났다. 반면 2018년 자기자본금은 2105억원, 위험가중자산은 1조2737억원으로 16.53%로 떨어졌다. 자기자본금이 1226억원이었던 지난해 2분기에는 위험가중자산이 1조1447억원으로 급작스럽게 오르며 BIS가 10.71%까지 떨어지며 겨우 두 자리 수를 유지한 바 있다.

국내 은행은 바젤Ⅲ 기준 적용에 따라 BIS를 10.5% 이상 유지해야 한다. 해당 기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 경영개선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제가 들어간다. 현재 케이뱅크는 현재 바젤Ⅲ보다 완화된 바젤Ⅰ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문제는 올해까지인 유예기간이다.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특히 지난해 BIS가 10.71%까지 하락한 만큼 자금을 확보해 안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대규모 유상증자 단행이 틀어지면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분석됨에 따라 정상적인 여신영업을 이어가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케이뱅크는 적격성 심사 이후, 일부 상품에 대해 예금금리를 인하하고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높은 금리를 자랑하던 ‘코드K 정기예금’ 금리는 2.4%에서 2.1%로 낮아졌으며 ‘직장인K신용대출’과 ‘직장인K마이너스통장’, ‘비상금 마이너스통장’ 등 상품은 일시적으로 판매 중단됐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일부 대출상품이 리뉴얼을 위해 중단된 상태다. 정확한 시점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개발이 완료되는 대로 오픈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여유 자금 부족으로 인한 조치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예정대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환우선주를 먼저 발행해 일정 규모 증자를 먼저 시행한 뒤 적격성 심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대규모 증자를 추진하는 유산증자 분할 시행 방법을 검토 중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신규 주주들을 영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방안에 대해 주요 주주들과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케이뱅크가 전환 우선주를 통해 확충 가능한 자금은 약 400억원 정도고 당장 새로운 주주를 영입하는 것은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나름의 대비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케이뱅크가 향후 원활히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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