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막판불참, 유력 인수후보로 하나금융 떠올라
롯데 (11.2%)와 하나 (8.2%) 점유율 합치면 19.4%로 업계 2위 도약
계열사인 롯데손보 운명은 안개속, 매수·매도자 간 가격 차 상당

서울 중구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본사. 사진=연합뉴스

롯데그룹과 하나금융지주와의 만남으로 카드업계의 판도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롯데카드를 인수할 유력 후보 중 하나였던 한화그룹이 본입찰에서 최종적으로 발을 뺀 것으로 드러나 하나금융이 가장 강력한 인수후보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 인수 본입찰에 하나금융과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 3곳이 참가했다.

당초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던 한화그룹은 본입찰에서 최종적으로 발을 뺐다. 금융업계는 한화그룹이 롯데카드 인수를 포기하는 대신 매물로 나온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자금을 쏟아부을 것으로 예측했다.

한화그룹이 인수의사를 접으면서 하나금융은 가장 강력한 인수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실제로 지난 19일 이승열 하나금융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그룹 비은행 부문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 자금은 현재 증자 없이 1조원 정도 준비돼 있다”고 인수 자금에 여유가 있음을 내비친 바 있으며 본입찰 과정에서도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과 롯데카드의 만남이 성사될 경우 업계 판도에 큰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자산 규모 순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카드사의 자산규모 순위는 신한카드(29조 3500억원), 삼성카드(23조 47억원), KB국민카드(20조 5074억원), 현대카드(15조 9439억), 롯데카드(12조 6527억원), 우리카드(9조 9831억), 하나카드(7조 9847억원), 비씨카드(3조 6526억원) 순이다.

현재는 롯데카드와 하나카드 자산규모가 각각 5위와 7위의 중하위권이지만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한다는 가정하에 하나카드와 롯데카드의 자산규모를 합하면 20조 6374억원으로 KB국민카드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삼성카드의 뒤를 잇는 업계 3위의 자산규모를 가진 카드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시장점유율도 괄목할 만한 도약이 기대된다. 지난해 신용카드 이용실적 기준 시장점유율 1위는 신한카드(22.03%), 2위 삼성카드(19.04%), 3위 KB국민카드(15.92%), 4위 현대카드(15.18%) 순이었다.

5위 롯데카드와 7위 하나카드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11.2%, 8.2%에 달하며 두 회사 점유율의 단순 합은 19.4%로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뒤를 이어 2위에 올라서게 된다. 중복고객을 제외한다 하더라도 점유율이 약간 떨어질뿐 3위권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두 카드사가 만나더라도 고객층의 중복 문제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카드는 백화점, 마트 등에 이르는 여성층 중심의 유통고객을 다수 보유하고 있고 하나카드는 은행계 카드사로 금융거래를 하는 직장인 위주 고객군들이 많아 고객층이 겹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나카드와 롯데카드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롯데카드를 이용하는 백화점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하나금융 계열사들이 자산관리(WM) 등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양사가 보유한 다양한 빅데이터를 결합한 마케팅 등 영업 전반에 걸쳐 활용할 수 있는 고객 확보 역시 긍정적인 면으로 평가된다.

더불어 롯데와 하나의 만남은 취약한 비은행 부문 이익 비중을 2025년까지 그룹 전체 30%까지 늘리겠다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의지와도 결을 같이 한다.

롯데 측은 이르면 이달 말 또는 늦으면 다음 달 초, 롯데카드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실사를 거친 후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롯데카드와 같이 매물로 나온 롯데손해보험은 매수·매도자 양측 의견 차이가 커 매각 여부가 안개속에 휩싸였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번 롯데손해보험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JKL파트너스, 대만 푸본그룹 등이 참가했다.

외국계 금융사인 대만 푸본그룹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모펀드 운용사들 중심으로 참여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손보(옛 대한화재) 인수에 3700억원을 썼고 이후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했기 때문에 5000억원에는 매각을 해야한다는 입장이지만 인수 후보들은 추가 자본 확충 부담 등을 들어 3000억원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이 롯데손보의 매각작업을 잠정 보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일반 지주사의 금융계열사 주식보유를 금지하는 만큼 지주에 편입되지 않은 그룹사에 손보 지분을 넘길 수도 있기때문이다.

지주 소속인 카드·캐피탈과 달리 손보는 호텔롯데 산하에 있기 때문에 금산분리 규정에서는 비껴가 있지만 향후 호텔롯데의 지주사 편입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이들이 보유한 지분을 가급적 처분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원하는 가격에 롯데손보를 팔지 못할 경우 롯데그룹이 무리하게 매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롯데손보 매각 성패여부는 매수·매도자 양측의 가격 조율이 관건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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