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취득세 완화·보유세 강화 등 방향성 공감, 완급조절 수반돼야”
서울·지방 간 차별적 여건, 관련 산업 침체 우려 등 병행한 개선점 마련
국토부 “실수요 중심 시장 안정화 우선…신성장동력 확보 고민”

사진=주택산업연구원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대책과 후속조치 등으로 주택시장 위축이 본격화되자 업계가 시장 정상화를 위한 방안 모색에 머리를 맞댔다.

24일 대한주택건설협회 중회의실에서는 ‘주택시장 위축에 따른 문제점 및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주택산업연구원,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한국부동산개발협회 등이 공동주최했다.

발제를 맡은 강성훈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정부의 취득세 완화 및 보유세 강화 정책의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봤다. 다만 부동산시장에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강 교수는 “지방재정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취득세 완화에 따른 순 세수 손실분이 재산세 강화에 따른 순 세수 증가분으로 상쇄되도록 취득세, 재산세의 과세체계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취득세 완화로 부동산 거래가 증가할 수 있으며 이는 세율 인하로 인한 세수 손실분을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많은 선행연구는 취득세 감면정책이 주택거래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지만 어느 정도는 취득세 수입은 주택시장 거래빈도와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보유세 인상을 고려하되 부동산시장을 감안해 취득세 완화 속도 및 수준을 정해야 한다. 재산세를 강화하면 지방재정 격차를 더 커지게 할 우려도 있다.

강성훈 교수는 “지방정부 재정이 중앙정부의 지원에 의존할 경우 지방재정 운영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으니 지역별 지방재정 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방정부가 책임과 자율의 원칙에 따라 지방재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방분권화가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되레 조세 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 이 경우 과세표준이 낮은 지방정부의 재정은 더욱 악화된다”고 설명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택시장 위축이 경제성장 및 일자리 창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장기적으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과제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주택(건설)산업은 다양한 산업과 연계돼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해 주택시장이 위축될 경우 2차, 3차에 걸쳐 전문업종 산업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아울러 다양한 부동산 서비스업 침체도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시장은 9·13대책 이후 주택가격 상승폭이 둔화 및 하향전환한 데 이어 올해에도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는 양상을 보인다. 특히 지방시장 아파트값은 이미 4년째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올해 누적 하락률(-0.51%)은 전년(-0.50) 대비 확대됐다. 지방 아파트값 하락폭 역시 작년 8월을 저점으로 둔화하다가 9월 이후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연구위원은 ▲시장경제, 자유주의 가치를 벗어난 과도한 규제 ▲서울·지방의 차별적 시장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가격 및 수요규제 ▲수요자의 주거이동 및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제약하는 대출규제 ▲정부·기업·가계 간 다양한 상호작용을 인정하지 않은 규제 ▲시장 위축에 따른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규제 등으로 시장 위축이 지속된다고 판단했다.

가령 고분양가 관리지역을 지정하고 분양가를 간접 규제하는 HUG의 분양가격 제한을 완화해 ‘로또분양’ 양산을 막는 등 분양가 규제의 합리성을 확보해야 한다. 공공건설임대주택 표준건축비는 실공사비의 70% 수준으로 기업의 사업 손실이 가중돼 주택상품 생산에 소요되는 원가 역시 현실화해야 한다.

김덕례 연구위원은 “아울러 미분양 적체에 따른 기업의 유동성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며 “준공 후 미분양이 예전 대비 과도한 지역에 대해 심층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구체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택거래를 제약하는 주택금융 규제 완화 및 거래세를 인하해 주택거래 정상화를 유도하고 지역 여건 및 특성을 감안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플랫폼(프롭테크), 빅데이터, 스마트, 자율주행차, 드론, 모듈화 등 미래산업과 융복합하는 성장동력 산업으로 재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관련 업계 종사자의 실질적인 대책도 논의됐다.

김종신 대한주택건설협회 부회장은 “정부의 취득세 비중을 낮추고 보유세 비중을 높이는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며 “다만 주택사업자들이 느끼고 있는 취득세, 보유세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주택산업 위축으로 취업자가 감소하는 등의 부작용도 있으나 서민들이 많이 종사하는 연관 산업이 모두 위기에 빠질 수 있어 중요하게 살펴봐야 한다”며 “또한 지방 주택시장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정부가 과열경쟁을 억제하기 위해 조정대상지역을 선정하고 있는데 경기가 악화한 지역에 초점을 맞춰 조정대상지역을 선정, 해당 지역 시장 활성화를 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과거 주택공급이 확대될 때도 이를 우려하는 반대급부는 있었다”며 “하지만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동반 하락이 한동안 지속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는데 시장 경착륙에 대해 고민을 하고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정 계층, 특정 주택보유자에게 세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게 과연 바람직한 방향인지 의문이 든다. 시장 전반적인 방향성을 잡아야 하는데 현 정부는 국지적인 시장에 집중해 강하게 몰아붙인다는 생각이 든다”며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주택사업자, 다주택자 등도 시장에 필요한 주체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 언젠가는 정부의 규제책에 대한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데 지금이 그 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해 이명섭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장은 “정부와 업계가 바라보는 주택시장의 관점에 있어서 온도차가 크다는 걸 느꼈다”며 “정부에서는 전반적으로 주택시장이 계단식 하락을 거듭하고 있으나 확고한 하향안정세는 아니라고 판단하며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 안정세가 확고해질 때까지는 업계와 이견이 있더라도 현 기조를 유지할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제 강도가 결코 낮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주택수요자의 부담능력을 감안했을 때 정부에서는 여전히 집값이 비싸다고 보고 있다”며 “주거복지 향상과 주택산업 육성 등 목표도 놓치지 않고 가져가야 할 정부의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시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들을 우선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답했다.

이 과장은 또 “다만 주택산업 혁신, 고도화를 위한 정부와 기업, 가계 간 협치 및 주거 서비스 관련 신산업 발굴, 스마트홈 산업 육성 등은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주택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은데 이를 청산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주제로 산업을 융합적으로 고도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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