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만에 CI 교체·조직 혁신·외부 인사 영입 등 강소증권사 변모 의지 활활
부동산·IB 시장 노크…“작년 실적 감소는 2보 전진 위한 투자 때문”

사진=한양증권

올해 대부분의 증권사가 ‘혁신’을 메인에 내세웠지만 한양증권의 각오는 남다르다. 올해 ‘은둔 이미지’를 벗겠다고 선언하면서 신발 끈을 동여맸다.

◆ 변화와 혁신·조직문화 변화 강조…강소 증권사 도약 시동

“기존의 ‘은둔의 증권사’ 이미지에서 벗어나겠다”

지난달 초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는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새 기업 상징(CI) 선포식을 열고 이같이 선언했다.

새 CI는 사람인(人)에 한양증권 영문 첫 글자인 ‘H’를 합성했다. 이는 ‘사람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기업 정신을 형상화한 것이다. CI에는 성장·신뢰·안정감·열정 등을 상징하는 초록·파랑·노랑·빨강 등 색을 넣어 다양한 고객 서비스에 대한 의지를 담았다.

임 대표는 “이번 새로운 CI 도입을 계기로 기존 이미지에서 과감히 탈피해 ROE(자기자본이익률) 10% 달성, IB 경쟁력 확보를 통한 강소증권사로 변신하기 위해 ‘변화와 혁신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기자본 및 브랜드파워 등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은 상황에서 강소증권사로 변신하려는 쉽지 않은 ‘지도 밖의 행군’을 하고 있다”고 임직원들의 참여를 요청했다.

43년 만에 새 CI로 새 옷을 입은 한양증권은 한양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한양학원이 1956년 창립한 증권사다. 1988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그간 언론 홍보 활동 등을 거의 하지 않아 업계에서는 은둔 증권사로 꼽혀 왔다.

한양증권은 지난해 3월 임 대표 취임을 시작으로 변화의 움직임을 보였다. 임 대표는 신한금융투장서 마케팅본부장을 역임했다. 이후 아이엠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리테일사업본부장, 경영기획본부장, 대표 등을 거친 기업금융(IB) 전문가로 꼽힌다.

특히 임 대표는 최대주주인 한양학원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양학원은 한양대와 한양여대, 한양공고 등을 운영 중인 학교법인으로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해 40.45%를 보유하고 있다. 그간 한양증권 CEO는 한양대 출신이 맡아왔지만 임 대표의 취임으로 관행이 깨졌다. 임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게다가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바꾸는 데에도 집중하고 있다. 중요 의사결정과정 시 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집단지성 방식’을 도입해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고 임직원들과 경영 사항을 공유하는 효과를 얻었다.

지난해 8월부터 본사 리모델링을 시작해 임직원들의 소통강화를 위해 ‘Open Space(개방형 공간)’를 마련할 계획이다. 밝은 톤으로 내부 공간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고 사무기기 및 가구 교체와 휴식 공간 및 직원 상호간 아이디어 미팅을 할 수 있는 ‘라운지’도 마련한다. 리모델링은 상반기 중 마무리된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임 대표님이 1년 전 취임하시면서 지속적으로 여러 가지 변화를 추진해오고 있던 상황이다”며 “공교롭게 CI 공개 및 창립기념식 등 행사와 맞물리면서 많이 알려진 것이다.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해 변화 자체를 몰랐다가 최근에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변화를 내세우다보니 자연스럽게 조직문화 개선까지 이어졌다”며 “이는 직원들이 만들어가는 것으로 TF팀도 마련해 바람직한 문화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IB·부동산 등 新먹거리 찾기 집중…아쉬운 첫 성적표

지난달 4일 한양증권은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새로운 기업 이미지(CI)를 공개하는 CI선포식을진행했다. 사진=한양증권

임 대표는 ‘사람이 곧 기업이다’는 모토 아래 1년간 60명 이상의 외부 인력을 수혈하는 등 우수인재 영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스(PF), AI 트레이딩, ECM 강화 등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도 다양화 시켰다.

취임 이후 부동산금융본부를 신설하고 박선영 전 케이프투자증권 SF사업본부장이 이끄는 팀을 영입했다. 또 임종영 전 하이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장도 영입해 선박펀드 등 IB 역량 강화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IB 순익 비중은 전년 대비 증가했다. 지난해 IB 순이익은 100억원으로 전년 35억원 대비 185.71% 급등했다. 총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 역시 72.22%에서 214.05%로 확대됐다.

한양증권은 지난해 8월 투자금융본부 산하 부동산개발사업부를 신설하고 부동산 역량 강화에도 나섰다. 지난 16일 한국자산신탁과 부동산개발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한양증권은 향후 한국자산신탁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거나 진행하는 부동산개발 사업에 업무 효율성 및 사업 안정성을 높일 방침이다.

반면 지난해 실적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임 대표의 적극적인 행보가 실적 감소를 극복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해 한양증권은 영업이익 56억원, 순이익 47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영업이익 61억원·순이익 49억원) 대비 8.2%, 4.08% 줄어든 수준이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이 소폭 줄어든 것은 투자과정의 하나로 봐주면 좋겠다”며 “직원을 확충하고 리모델링을 하는 등 2보 전진을 위한 과정으로 올해부터는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집중하고 있는 IB 부문은 틈새전략을 펼칠 예정이다”며 “대형사가 할 수 있는 IB 딜이 있고 중소형사가 할 수 있는 딜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진행할 방침이다. 또 각 부문별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최적화된 솔루션을 계속해서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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