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잡지 창간으로 발견한 사업가 기질
로켓배송·쿠팡맨·랜덤스토 등, 물류로 귀결되는 쿠팡 혁신
3조 누적손실에도 기술·인프라 투자 ‘직진’
9년 만의 ‘원톱 체제’ 마감…3인 대표체제로 전문성 높인다

사진=쿠팡

쿠팡 대표이사 김범석의 최종 목표는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의 실현이다.

소셜커머스로 시작해 이커머스 업체로 전환한 쿠팡은 현재 업계 대표주자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5년간 계속되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김범석 대표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투자를 감행한다. 쿠팡맨을 통한 직배송, 인공지능 창고정리 시스템 랜덤스토, 500만종에 달하는 다양한 제품 구성은 현재의 쿠팡을 설명하는 지표다.

5년간 3조원에 이르는 적자를 냈지만 과감한 투자는 멈추지 않는다. 승부사 기질을 갖춘 김범석 대표는 2021년 대구 첨단물류센터 완공을 위해 직진하고 있다.

◆발자취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나 대기업 주재원이던 아버지를 따라 유년시절 대부분을 외국에서 보냈다.

미국 명문학교인 디어필드아카데미, 하버드대 정치학과와 하버드 비즈니스스쿨(MBA)를 졸업했다.

그의 사업가 기질은 학생 시절부터 드러났다. 하버드대 재학 시절 대학생을 타깃으로 한 잡지 ‘커런트’를 만들었다. 해당 잡지는 3년 만에 10만부 규모로 발전해 뉴스위크(Newsweek)에 매각됐다.

졸업 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입사했지만 2년 후 퇴사했다. 또 다른 잡지사인 ‘빈티지미디어컴퍼니’를 창간, 미국 시사 종합지에 고가에 매각했다. 이후 비즈니스 스쿨에서 전문 경영관리시스템을 공부했다.

2010년 한국에 돌아온 김범석 대표는 7명의 창립 멤버와 함께 소셜커머스 쿠팡을 설립했다. 2019년 4월 3인 대표체제로 전환된 이후 투자를 비롯한 전략적 의사 결정을 맡고 있다.

◆경영활동

▲소셜커머스에서 이커머스로의 도약

그는 2009년 미국에서 소셜커머스가 고속 성장하는 것에 착안해 쿠팡을 설립했다. 당시 국내는 스마트폰이 보급되며 소셜커머스가 활기를 띠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소셜커머스는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해 지역상품 등을 공동할인구매하는 방식이다.

쿠팡은 10명 남짓한 직원으로 출발해 설립 1년 만에 300여명을 훌쩍 넘어섰다. 매출은 8개월 만에 100배로 성장했고, 투자회사 매버릭캐피탈과 알토스벤처스로부터 20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014년 김범석 대표는 ‘로켓배송’을 도입해 이커머스로의 전환 발판을 마련했다. 로켓배송은 자체 배송인력인 ‘쿠팡맨’을 통해 물품을 전달하는 직접배송 서비스다. 이를 통해쿠팡은 2013년 매출 447억원에서 2014년 3484억원으로 고속 성장했다.

2017년 2월, 쿠팡은 음식점 및 지역할인 쿠폰 등의 로컬상품 판매 중단을 알렸다. 소셜커머스에서 이커머스로 완전한 탈바꿈을 이룬 해다. 출범 당시 세웠던 ‘새로운 것을 파격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목표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 쿠팡의 자산, 직배송·최첨단 물류센터

통상 이커머스 업체들은 택배전문회사와 연계해 배송업무를 운영한다. 그러나 쿠팡은 배송기사를 직접 고용해 당일 배송 비율을 높였다. 택배회사를 거치지 않아 더 많은 물량을 더 빨리 배송할 수 있게 됐다. 로켓배송 도입 4년간 발송한 상품 개수는 10억개에 달한다.

사진=쿠팡

2018년 8월 김 대표는 2가지 배송 혁신을 감행했다. 배송기사 편의를 위해 오토매틱 기어 트럭을 도입하고, 늘어나는 물량의 효율적 처리를 위해 배송공유 서비스 ‘쿠팡플렉스’를 시행했다, 쿠팡플렉스에 등록한 인원은 1년 사이 10만명을 돌파했다.

김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같은 해 11월 본격적으로 택배사업에 뛰어들어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를 세웠다.

그간 쿠팡의 자체 배송 서비스는 제조사로부터 사들인 생필품 등에 한정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쿠팡로지스틱스 설립 이후 쿠팡은 자체 택배 차량을 이용해 쿠팡 판매 물품 뿐만 아니라 타 유통점 판매 상품 등의 일반 택배 업무 진행이 가능해졌다.

이외에도 새벽배송 ‘로켓프레시’, 배달앱 ‘쿠팡이츠’ 등을 통해 배송 서비스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배송 서비스의 배경에는 쿠팡의 인공지능(AI)기반 물류 시스템 ‘랜덤스토(Random Stow, 무작위로 넣는다)’가 자리한다.

랜덤스토는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상품별 예측 입·출고 시점, 주문 시점, 물품 운반 동선 등을 고려해 상품을 적재한다. 비슷한 제품군을 대량 보관하는 일반적 물류센터와 달리 각기 다른 제품을 소량 보관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배송 서비스 확대를 위해 전국 12개 지역의 물류센터를 지난해 24개로 늘렸다. 올 하반기 착공에 돌입하는 대구 첨단물류센터는 2021년 완공될 예정이다. 쿠팡의 핵심 자산에 적극적 투자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사건사고

▲쿠팡맨 열악한 처우 논란

쿠팡은 로켓배송을 통해 연 매출 1조원 이상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 이면에는 쿠팡맨의 희생이 있었다.

2017년 8월 30일 쿠팡맨은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이들에 따르면 쿠팡은 초과근무수당 미지급, 비정규직 계약해지, 노동자 과반 동의 없이 취업규칙 변경 및 임금 삭감 등을 단행했다. 당시 쿠팡은 13억원의 연장근로수당을 미지급한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쿠팡맨 노조는 현재까지도 대량해고에 따른 고용불안 해소 및 ‘70% 비정규직 쿠팡맨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다.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과징금 2100만원

2017년 말 쿠팡의 일부 판매자들은 상품 입고 지연, 납품 대금 정산 연기, 미입고 상품 방치 및 분실 사태 등으로 공정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2018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의 불공정거래 혐의를 두고 본사를 방문해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쿠팡은 2014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납품업자와 6건의 직매입 거래를 하며 계약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채 거래했다. 또한 2014년 2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약 2000만원 가량의 직매입 상품 499개를 정당한 사유없이 반품했다.

이에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쿠팡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100만원을 부과했다.

▲적자, 또 적자…경영 불안요인 내재

야심 차게 내놓은 직배송은 쿠팡의 성장동력인 동시에 눈덩이처럼 적자를 불린 양날의 검이 됐다.

쿠팡은 직배송을 시작한 2014년 적자 121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4조원을 넘기는 쾌거를 이뤘지만 최근 3년간 적자는 ▲2016년 5470억원 ▲2017년 6388억원 ▲2018년 1조970억원으로 불어났다.

김 대표는 이를 두고 ‘계획된 적자’라 부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만성 적자 구조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물류 면에서 이커머스 업계를 선도할 인프라를 갖췄지만 수익성 개선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평가

김범석 대표는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업가로 평가받는다. 쿠팡 창립 5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달성할 만큼 도전 정신을 지녔다. 그는 2016년 4월 포브스 선정 한국 50대 부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기도 했다.

김 대표는 2015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에게 10억 달러, 2018년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 20억 달러 등 외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며 물류 인프라에 공격적 투자를 감행해오고 있다.

외국인 임원 비율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그간 쿠팡의 수석부사장으로 알리바바 물류부문 대표를 지낸 핸리 로, 아마존 기업 출신 앙드레 뽈 클레잉, 캐런 러비 등을 영입했으나 모두 퇴임했다. 인사 담당자로 외국인 임원을 등용해 내부조직 운영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쿠팡은 올해 4월 3인 각자대표체제로 변경했다. 3인 대표로 김범석 쿠팡 대표이사(전략사업), 고명주 신임 대표이사(인사부문), 정보람 신임 대표이사(핀테크사업)가 있다. 각 사업부 별 단독 결정을 통해 효율적 경영이 이뤄질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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