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병율·손해율 높아 진단비 낮췄는데 다시 뻥튀기
유사암 진단비 최대 5천만원까지…일반암보다 높아
손해율 악화·시장혼탁 우려

사진=연합뉴스

치매보험의 과열경쟁으로 금융당국의 압박 수위가 강해지자 암보험으로 경쟁의 불이 옮겨붙는 모양새다. 유사암 진단비가 일반암 진단비를 역전하는 현상도 나타나 보험사의 손해율 악화가 발생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유사암보험 진단금이 올해 초부터 최대 5000만원까지 치솟는 등 치매보험에 이어 암보험의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에서 보상하는 암은 대개 고액암, 소액암, 일반암 등으로 구분된다.

치료비가 많이 드는 고액암은 혈액암, 뼈암, 뇌암, 식도암, 췌장암 등을 말한다. 발병율은 높지만 완치율이 높고 치료비도 적게 드는 유사암은 갑상선암, 제자리암, 경계성종양, 기타피부암 등이 있다. 유사암을 제외한 나머지 암은 일반암으로 구분한다.

유사암 진단비는 그동안 일반암의 10% 내외를 보상했다. 발병율이 높아 보험사의 손해율이 상승하자 갑상선암 등을 유사암으로 구분하고 별도 보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반암 진단비를 2000만원으로 가입한 소비자가 갑상선암 등 유사암 진단을 받으면 10%인 200만원을 진단금으로 받는 식이다. 고액암은 대개 일반암의 2배 내외의 진단금을 받는다.

이같이 암의 종류를 구분해 진단금을 차등화한 것은 보험료의 합리화와 손해율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경쟁이 심화되면서 유사암 진단금을 앞다퉈 높이는 등 암보험 시장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유사암 진단금을 일반암 진단금과 비슷한 수준인 2000만원으로 높이는 것은 물론 한시적으로 최고 5000만원까지 보상하는 상품도 나왔다. 경쟁이 심화되자 일부 보험사가 인수기준을 완화시키고 5000만원까지 가입 금액을 높여 절판 마케팅을 전개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소비자가 절판 마케팅을 잘 이용하면 꼭 필요한 보장을 적절한 시기에 준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한시적이라는 심리적 압박 때문에 충분한 비교 없이 충동적으로 보험을 가입하는 것은 해지율 및 불완전판매율을 높이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또 발병률이 높고 치료비가 적게 드는 유사암을 통해 진단금으로 초과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소비자 심리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 점도 문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국인의 3대 사망 원인은 암, 심장질환, 뇌혈관 질환으로 특히 우리나라 국민들은 암에 대한 경계감이 크다”면서 “비교적 완치가 쉽고 치료비가 적게 드는 유사암 진단비를 높여 소비자가 초과이익을 기대하도록 하는 심리를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또한 발병률이 높은 유사암의 경우 진단비를 높이면 손해율 상승을 야기시키고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는 보험료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에 잃는 것이 더 많다는 지적도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유사암 진단비가 치솟는 이유를 보험시장의 포화 때문으로 분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 보험사가 진단비를 올려 소비자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 어떤 경쟁사가 가만히 있겠는가”라면서 “보험사들이 업계 보장 수준을 맞추는 것이 외부에서 봤을 때는 과열경쟁으로 비춰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유사암 진단금이 치솟는 이유는 보험시장의 포화로 인해 영업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면서 “최근 금융당국의 치매보험에 대한 불완전판매 경계로 보험사들의 관심이 암보험으로 옮겨 간 것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최근 보험사들은 중증치매를 보장하는 치매보험에 이어 경증치매까지 보장을 확대시킨 상품을 내놓으면서 과열된 양상을 보였고 결국 금융당국이 감리와 불완전판매 실태 점검 등 제지에 나선 바 있다.

지난 2일 금융감독 업무설명회에서 강한구 금융감독원 보험감리국장은 “결국 모든 문제는 약관으로 귀결된다. 감리는 최대한 빨리 상반기 안에 결론을 낼 것”이라면서 “최대한 소비자 피해가 없게끔 일부 미흡한 약관이 있다면 전문가, 보험업계와 협의해 합리적으로 약관을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금감원은 4월 초 보험사에 개정한 암보험과 관련 상품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도 보험사기나 보험금 지급 관련 분쟁소지가 적어 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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