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 정례회의서 KB증권 인가 안건 결정 보류
“소극적 태도” vs “남은 건 속도 문제”

사진=KB증권

KB증권이 발행어음 3호 증권사의 꿈에서 한 발 더 멀어졌다. 무난한 인가가 예상됐던 것과 달리 증권선물위원회가 결정을 또다시 보류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증선위는 지난 19일 정례위원회를 열고 KB증권 발행어음 인가와 한투증권 발행어음 자금 부당대출 건 관련 조치안을 심의했다.

이날 증선위는 “KB증권의 단기금융업무 인가 건과 관련해 조금 더 논의할 사항이 있다”며 “차기 회의 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해당 사안 보류를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증선위의 이번 보류에 대해 위원 공석이 많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증선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1명의 금융위 증선위원, 3명의 비상임 증선위원 등 총 5명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최근 임기 만료 등으로 2석이 공석인 상태다.

이번 증선위의 결정 보류로 무난한 통과를 기대한 시장의 당초 예상이 빗나갔다는 평가다. 앞서 KB증권은 2017년 초부터 초대형 IB 준비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해 상품을 구성하는 등 철저히 준비해왔다.

하지만 KB증권은 인가를 코앞에 두고 번번이 미끄러졌다. 2017년에는 옛 현대증권 시절 대주주 신용공여 금지 위반으로 기관경고 처분을 받은 이력의 여파로 보류 판정을 받았다.

이후 지난해 1월 KB증권은 인가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금리 인상 기조 등 시장 상황을 고려해 사업성을 재검토하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KB증권은 자진 철회 이후에도 TF를 유지하면서 재신청 시기를 조율해왔고 지난해 6월 말 신규 금융투자업 인가 제재가 정식으로 해제되면서 빠른 시일 내에 재신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직원 횡령 사건이 불거지면서 또다시 발목이 잡혔다. 금융당국이 이를 회사 내부 시스템 미비로 결론 내리면 기관 제재 징계가 유력하고 신사업 인가를 1년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 제재가 경징계 수준에 그치면서 KB증권은 지난해 12월 발행어음 시장에 재도전장을 냈다.

이번 인가 불발로 발행어음 시장 성장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 역시 멀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발행어음 사업을 운용 중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각각 4조2355억원, 1조8003억원의 발행어음 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4조3771억원인 KB증권이 인가를 받는다면 자기자본의 최대 2배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제기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소극적 태도를 지적했다. 과거 제재 등을 이유로 신사업 인가에 지나치게 조심스럽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KB증권이 오랜 기간 준비해왔지만 이번에도 불발돼 아쉽다는 반응이 우세하다”며 “한투증권 조치안도 보류된 것처럼 발행어음 사업이 전례가 없어 당국이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일부 의견이지만 KB증권 인가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다 보니 당국에서 이를 경계하며 한발 물러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반면 당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주장도 제기됐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자본시장 쪽 규제를 풀어주는 추세다”며 “당국이 업계 의견을 많이 수용하면서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남은 것은 속도의 문제다”며 “이전 정부는 방향조차 잡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은행 중심으로만 정책을 펼쳤지만 현 정부는 비은행 부문도 포용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 긍정적이다. 이해당사자가 많아 속도가 더뎌지는 것이지 방향은 잘 잡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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