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경쟁·혁신·포용성 성과…경쟁력 강화·디지털 전환 대비 필요”
스케일업 금융·핀테크 지원 역할 강화 강조 “규제 혁신도 이뤄져야”

22일 을지로 은행회관에서 ‘문재인 정부 금융정책 평가와 향후 과제’ 세미나가 개최됐다.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김민아 기자

내달 10일 문재인정부 출범 2주년을 맞아 금융정책을 돌아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혁신금융을 위해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공통으로 제기됐다.

22일 한국금융연구원과 자본시장연구원, 보험연구원은 ‘문재인 정부 금융정책 평가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공동세미나를 개최했다.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최근 기업들은 대·내외적으로 악화한 경제환경을 맞이하고 있고 내수는 구조적 하락 국면에 들어감과 동시에 미·중 무역 분쟁 영향으로 수출 환경도 좋지않은 등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이에 따라 금융정책 방향성 설정도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그럼에도 현 정부는 생산적·포용적 금융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금융 시스템 유지, 혁신·중소기업에 대한 원활한 자금공급 체계 구축,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 마련,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노력 등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박 원장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며 “급변하는 환경에 직면한 금융회사들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정책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최근 속도를 내는 디지털화에 대해서도 금융사·당국·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주제발표는 ▲금융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와 과제 ▲혁신성장을 위한 금융정책: 평가와 과제 ▲금융산업 혁신정책 평가와 과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문재인정부 2년 동안 국가 부도 위험 지표인 CDS 프리미엄이 하락하고 국내 금융 시스템 안정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인 가계 부채 증가율이 감소하는 등 금융시장 안정성이 확대됐다”며 “또 국내은행 총자산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수익성도 크게 개선되는 등 은행산업과 자본시장의 발전도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금융안정의 기반 위에 4대 전략 달성을 목표로 ▲금융부문 쇄신 및 신뢰 구축 ▲생산적 금융 강화 ▲포용적 금융 강화 ▲금융산업 경쟁 및 혁신 강화 등을 주요 추진 전략으로 내세웠다.

이 연구위원은 “이에 가계부채 리스크 축소 등 금융시장 안정성이 확대되고 금융산업 구조 선진화를 통한 경쟁과 혁신 촉진, 생산적 금융 확대, 포용적 금융 확대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그는 향후 과제로 ▲금융업의 자체 경쟁력 강화 필요 ▲디지털전환에 대한 대비 ▲혁신금융 및 금융혁신과 연계한 고용창출 효과 ▲금융회사 해외진출 활성화 도모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지속적인 금융시스템 안정성 확보 등을 내세웠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 ROA, ROE는 글로벌 은행들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며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낮은 수익성, 시장평가, 부가가치 비중 등에 대처하기 위한 금융업 자체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혁신금융 정책을 중심으로 평가했다.

박 연구위원은 “혁신금융은 혁신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 금융의 실물지원 역할에 중점을 둔 개념으로 창업정책(스타트업 정책)과 창업기업의 성장정책(스케일업 정책)을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금융정책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김민아 기자

현재까지 발표된 혁신금융 정책은 양적 확대정책(자금)과 기반여건 조성정책(중개, 인프라)을 포괄하는 금융정책이다. 자금공급과 기반여건 조성을 통한 혁신금융 역할 극대화를 위해서는 혁신 성장 생태계 참여자에 대한 적합한 유인체계가 작동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박 연구위원은 스케일업을 지원을 통한 혁신금융을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혁신성장의 구현은 잠재 성장기업의 성장 잠재력이 실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과정 여부에 달려있기 때문에 이를 지원하는 혁신금융도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의 확보와 스케일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통해 소임을 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금융은 고성장 기업을 발굴하고 이들 기업의 성장단계와 사업유형에 적합한 대출, 투자 등 다양한 자금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역할이다”며 “성장단계 자본조달 구조를 개선하고 정책 펀드 자금중개 역량 강화, 기업의 혁신성장 생태계 참여 확대 등이 이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산업 혁신정책을 평가하고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 과제들과 규제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회사의 경영과제를 제안했다.

조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규제의 글로벌 흐름은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투명성 강화,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제고, 소비자 보호 강화다”며 “현 정부의 금융산업 혁신정책은 금융산업의 건전성, 투명성, 공정성을 강화하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며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산업 혁신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업권별 적합한 진입 규제를 마련할 것을 제시했다. 금융산업은 경쟁 촉진에 의해 반드시 효율성이 제고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양적 경쟁을 지양하고 혁신적인 시도의 시장 진입이 용이하도록 제도적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조 연구위원은 “핀테크에 내재된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도 필요하다”며 “금융소외, 가격차별화 확대, 전자금융사고, 진입요건 완화에 의한 거래의 불안정성, 전자상거래로 인한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 분쟁 가능성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선우석호 홍익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각계 전문가들의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현 정부의 금융정책 방향 자체는 잘 설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위한 핀테크 활성화, 디지털화 등을 전향적으로 진행하겠다는 태도는 금융산업 경쟁 구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가계 총자산 중 거주 주택 외 부동산 자산이 13%가량 된다”며 “미국이나 영국보다는 과도하게 쏠려있는 상황으로 이런 돈을 시장으로 어떻게 풀어줄 것인가, 즉 돈의 스마트화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조경엽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장은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조 소장은 “최근 발표된 규제 샌드박스를 높게 평가한다”며 “정책 쪽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시장에 좋은 신호를 주고 있다. 금융회사의 참여가 높았던 것은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편으로는 규제가 여전히 곳곳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규제 샌드박스 뿐 아니라 다른 분야 정책에서도 규제 혁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건의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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