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재 부족으로 멈춰선 국영기업소, 줄어드는 시장 상인들
金, 보여주기식 성과 강조…삼지연 노동자 하루 ‘20시간’ 중노동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자력갱생’을 강조하지만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난은 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자력갱생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응해 북한이 내세운 경제발전 슬로건이다. 그간 북한은 북중무역에 의존해 경제발전을 이뤄왔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2016년 북한의 주 수출 품목인 석탄 수출액은 11억8000달러(한화 약 1조341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7년 대북제재가 선포됐고 북한은 대외무역과 해외 금융거래가 금지됐다. 산업기계와 운송수단, 철강 등 금속류를 비롯해 식용품, 기계류, 목재류, 선박, 농산품까지 대다수 생산품이 수출금지 품목으로 지정된 것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북·중 무역액은 전년 대비 50.8% 감소했다. 특히 올해 1월 무역액은 지난해 동월 대비 8.4% 감소하는 등 지속적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대외무역의 발이 묶이자 북한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 같은 상황을 자력갱생 구호를 통해 극복하려하지만 여의치 않다. 국영기업소는 문을 닫고, 상인들은 자취를 감췄으며, 건설 노동자들은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엔케이는 지난 3월 초 평양 300개 국영기업소 중 상당수가 문을 닫은 것으로 파악했다. 공장을 가동할 전기·자재 부족은 물론 노동자 노임(급여)과 식량 공급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평양326전선공장, 5월7일공장, 8월17일부재공장 등 김일성·김정일 현지지도 날짜가 기업명으로 쓰인 평양 내 주요 기업소는 특별 관리 대상이지만 이들 공장조차 가동할 여력이 없다.

지방 국영기업소도 마찬가지다. 양강도 지역 20개가량의 국영기업소 역시 급여와 식량 공급이 어려워 정상적 운영이 불가능하다. 대중무역이 중단되며 중국과 합영경영을 했던 마산광산도 운영이 중지됐다.

공장 가동 중단으로 수입원이 사라지자 시장은 활기를 잃었다. 장세를 내지 못해 영업을 중단하는 상인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평양 보통강구역에 위치한 붉은거리2동 시장의 경우 매대당 하루 장세가 1000~3000원이다. 그러나 최근 2~3년 새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줄어 평양 상인들은 매대세를 부담할 만큼의 수익도 거두지 못한다. 통일연구원에 따르면 3년 전 2178개에 달했던 매대는 최근 1000개에도 미치치 못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시장 성장 둔화에 김정은 위원장은 주요 건설 단지의 완공 기한을 앞당겨 ‘보여주기식’ 성과를 거두려는 모습이다. 지난 2월 제2차 북미정상회담 협상 결렬로 대북제재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 김정은은 연이어 양강도 주택단지, 강원도 관광지구와 평양 대성백화점 등 주요 건설현장을 방문했다.

특히 2021년 완공 예정이었던 양강도 삼지연군 주택단지는 북미회담 결렬 이후 2020년 10월로 건설 기한이 앞당겨졌다. 이에 해당지구 건설 노동자들은 현장 옆 임시 천막에서 새벽 4시기상, 밤 12시까지 작업을 진행하며 하루 20시간 이상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는 그간 북한이 중국을 통해 산업 전반을 지속해온 만큼 이 같은 방식으로는 대북제재를 버티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통일교육원의 한 교수는 “현재 북한 내부에서는 돈이 부족해 식량배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있다.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서 자력갱생은 주민들에게 먼 이야기”라며 “특히 경제규모가 작고 교역 의존도가 높은 북한은 대북제재에 크게 좌우된다. 시장 개방을 하지 않고서는 대외 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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