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한령 이후 면세점 큰손 고객, 유커에서 따이궁으로
‘프로모션·송객수수료’ 지급하면서도 “따이궁 잡을 수밖에”
중국서 전자상거래법 시행됐지만...면세점 매출은 증가

사진=연합뉴스

면세점에서 중국 보따리상 ‘따이궁(代工)’을 잡으려 경쟁이 한창이다. 중국에서 올해부터 따이궁 규제를 위해 ‘전자상거래법’을 시행했지만 따이궁은 여전히 한국 면세점을 찾고 있다. 이에 면세점은 따이궁을 통해 매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따이궁은 면세점에서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해 중국에서 전자상거래로 물건을 판매하는 보따리상을 이른다. 이들은 판매 물량 확보를 위해 시내 면세점 여러 곳을 발품 팔며 돌아다닌다. 한꺼번에 많은 면세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일반 여행객보다 객단가가 높다.

중국이 사드배치 보복으로 2017년 한국 관광을 제한하는 ‘금한령’을 내린 후 중국인 관광객 ‘유커’가 줄어들면서 당시 면세점 업계는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깊었다. 실제로 한국 입국 중국인은 2016년 806만명에서 2017년 417만명으로 반토막 났다. 

하지만 기우였다. 따이궁이 유커의 빈자리를 채웠기 때문이다. 면세점 매출은 오히려 지속 증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자리를 따이궁이 채웠다. 업계 분위기가 이들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매출 절반 정도가 따이궁에게서 나온다. 업계 입장에서 이들은 핵심 고객이기 때문에 매출을 위해 따이궁을 유치해야 한다”고 전했다.

국내 면세점 업계는 따이궁 유치를 위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적립이나 선불카드 발급 등 프로모션을 경쟁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따이궁을 데려다주는 중국 여행사에게는 송객수수료를 지급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송객수수료는 2017년보다 약 14.8% 증가한 1조3181억원으로 집계됐다.

주로 인기브랜드가 많고 따이궁 방문이 잦은 강북권 시내 면세점은 매출의 15% 내외로 수수료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입점 브랜드가 적고 신규 개점한 강남권 면세점과 경쟁력이 부족한 중소면세점은 더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제공된 수수료는 따이궁에게 되돌아간다. 중국 여행사는 수수료 일부를 가져가고 따이궁에게 나머지를 돌려주면서 모객 행위를 한다. 면세점 간 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따이궁의 이익만 극대화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따이궁은 프로모션과 수수료율 등을 확인하며 혜택이 높은 면세점을 골라 다닌다.

업계 관계자는 “유커는 면세점 브랜드나 관광 동선에 따라 면세점을 찾지만 따이궁은 상품 재고가 있는 곳에 몰리는 성향이 있다”고 전했다.

 

면세점 앞 외국인 대기행렬.사진=연합뉴스

현재 면세 시장이 따이궁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가운데 지난 1월 중국이 ‘전자상거래법’을 시행하기 시작하면서 면세점 업계의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또 한번 제기됐다. 전자상거래법에는 따이궁을 규제하는 조항이 포함돼있다. 기존에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고 거래를 하던 따이궁은 앞으로 법에 따라 사업자등록을 해야 하며 세금도 내야 한다.

하지만 면세점 업계의 올해 1분기 매출은 5조6000억원으로 오히려 지난해 1분기(4조4245억원)보다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달 매출은 2조1656억원으로 최초로 월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전자상거래법이 따이궁을 규제하는 데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이유로는 따이궁이 대규모로 활동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음지에서 활동하던 따이궁이 사업자등록을 통해 양지에 올라오면서 개인 및 소규모 활동이 아닌 대규모로 움직이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전자상거래법의 명확하지 않은 조항 때문에 따이궁이 법망을 피해갈 여지가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법에 따르면 소액결제 거래의 경우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법안에는 ‘소액’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다.

또 이 시기에 춘절과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 큼직한 이벤트가 있어 이와 관련한 선물 수요가 높아졌다는 것도 한몫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강남에 신규 면세점이 출점하면서 따이궁을 잡기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한 양상을 보였다. 그래도 올해 들어서는 안정된 편이다”라며 “과열 경쟁이 늘 지속된다기 보다는 업계 흐름에 따라 마케팅이 진행되는 것 같다. 한 면세점이 수수료를 올리면 다른 면세점들도 수수료를 따라 올리고 내리면 따라 내리는 식이 대표적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전자상거래법이 시행되긴 했지만 매출 실적은 양호했다. 당분간 따이궁 중심의 면세시장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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