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공판 6월 19일…재판부 “정확한 계산식 알려달라”
삼성생명, “이런 이의제기는 처음”
대법까지 갈 가능성 커…윤석헌 금감원장 임기 안에 결론 안 날수도

사진=연합뉴스

보험금 미지급 규모가 총 1조원으로 추정되는 즉시연금과 관련한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이 이어진 가운데 첫 재판이 최근 시작됐다.

금융소비자연맹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인 이번 재판에서 법원은 삼성생명 측에 ‘연금 계산식’을 명확히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이동욱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오전 강 모씨 등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자 56명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소송 1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금소연은 지난해 10월 가입자 56명의 법률대리인을 선임해 삼성생명을 상대로 공동소송을 낸 바 있다.

즉시연금은 가입 시 보험료 전액을 한꺼번에 납입하면 그에 대한 이자를 매월 연금으로 받는 보험상품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상품은 만기 시에 납입했던 보험료 전액을 그대로 돌려주는 만기환급형 또는 상속만기형 즉시연금이다.

보험사들은 매달 지급하는 연금액에서 사업비 등 일정 금액을 떼고 지급했는데 가입자들은 보험사들이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하고 연금 월액을 지급한다’는 항목을 약관에 명시하지도 이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비용을 공제했기 때문에 공제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삼성생명 측은 약관의 보험금 지급 기준표에서 ‘연금계약 적립액은 산출방법서에 정한 바에 따른다’고 명시돼 있기때문에 비용을 제한다는 것은 계약자와 보험사 간 이해를 했을 부분이고 보험업 규정상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산출방법서에 기재된 산술식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이를 약관에 넣는다고 해서 실질적인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주장을 확인한 재판부는 계산식을 제시하지 않은 보험사에 1차적인 잘못이 있다고 봤다.

이동욱 부장판사는 “보험약관에 명확한 계산식이 없고 말로만 표현돼 있어서 원고와 피고 간에 약관 해석을 놓고 다툼이 있다”며 “약관에 월 지급 연금액의 계산식을 넣지 않아 피고에게 1차적으로 잘못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연금액 계산을 위해 원고가 어떤 계산을 했는지, 피고가 어떻게 지급했는지 근거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생명 측 대리인은 “일반적으로 다른 보험에서도 약관에 산출방법을 넣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지금까지 12년간 이 상품을 판매하면서 이 같은 이의제기는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생명 측의 또 다른 대리인은 “보험 계약자를 위해 모든 수식을 약관에 다 넣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즉시연금 사태는 지난해 초 만기환급형 즉시연금과 관련해 매달 받는 연금 수령액이 당초 계약보다 적게 지급됐다며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민원이 시발점이 됐다.

분조위는 지난해 4월 삼성생명이 민원인에게 덜 준 연금액과 이자를 모두 지급하도록 권고했고 삼성생명도 처음에는 이를 받아들였으나 금감원이 모든 가입자 약 5만5000명에게 일괄 적용하도록 권고하자 이를 거부했다. 더불어 민원인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보험사들과 금감원은 이번 재판 결과에 따른 파장이 커 소송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소송 결과를 보고 민원처리 향방을 정해야 하고 금감원도 소비자들의 소송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만큼 감독기관으로서 위상이 달렸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이 끝나기까지 3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윤석헌 금감원장의 임기 내에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소송을 시작했을 때는 뿌리를 뽑는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을 것”이라며 “조기에 합의하지 않는 이상 3심 대법원까지 가게 되면 2021년에 임기가 끝나는 윤 금감원장은 자신의 임기 내에 결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시연금 소송의 2차 변론기일은 오는 6월 19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다.

한편 금감원은 올해 4년 만에 부활하는 종합검사 첫 대상자를 한화생명으로 확정했다.

당초 삼성생명이 1순위로 꼽혔지만 즉시연금 사태와 관련한 보복성 검사라는 논란에 부담을 느낀 금감원이 업계 2위인 한화생명으로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생명은 자신들도 즉시연금과 관련해 당국과 갈등을 빚어왔고 종합검사 대상자 1순위인 삼성생명이 금감원과 즉시연금 관련해 갈등을 빚고 있어 어느 정도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다는 분위기다.

한화생명은 종합검사에 성심껏 임한다는 입장이며 검사는 5월경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생명이 금감원의 종합검사를 받는 것은 2013년 이후 6년여만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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