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순이익 1047억원, 10년 만의 최대실적 기록
서명석·궈밍쩡 공동대표체제 출범…기대·우려 공존

사진=유안타증권

유안타증권이 동양사태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주요 증권사들이 기대에 못 미친 실적을 기록한 것에 반해 창사 이후 최대실적을 내면서 과거 ‘리테일 명가’ 명성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 무너진 ‘동양’ 명성…재기 발판 마련한 대만 자본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안타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 911억4775만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55.94% 증가했다. 순이익은 1047억원으로 같은 기간 48.14% 늘었다. 순이익은 사명 변경 후 최대실적인 동시에 동양증권 시절을 포함하면 2009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증권시장 업황 개선 및 투자은행(IB) 영업 활성화에 따른 수수료수익 증가가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유안타증권이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과거 동양사태를 딛고 재기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유안타증권의 전신인 동양종합금융증권은 2013년 동양사태를 겪으며 수익성 악화로 경영난에 시달려 왔다.

동양사태는 동양그룹이 동양시멘트 등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해 동양증권을 통해 사기성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발행한 사건이다. 이에 동양증권은 투자자 4만여명에게 1조원이 넘는 손실을 입혔다. 이후 불완전 판매 관련 소송과 분쟁이 줄이었다.

이후 동양그룹이 공중분해 되면서 동양증권은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이를 2014년 대만 금융 그룹인 유안타그룹이 인수해 유안타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동양’ 그림자는 쉽사리 벗어나기 어려웠다. 2012년 자본자본 1조3094억원으로 업계 10위에 이름을 올렸던 유안타증권은 ▲2013년 8965억원(11위) ▲2014년 9044억원(12위) ▲2015년 9730억원(13위) 등으로 미끄러졌다.

수천억 원의 적자도 뒤따랐다. 동양사태 직후인 2014년 유안타증권은 영업손실 1149억원, 순손실 1695억원으로 적자 기조를 이어갔다.

이에 유안타증권은 기존 동양증권의 강점으로 꼽히던 리테일 강화에 집중했다. 전국 67개 지점을 중심으로 리테일 전략본부 6개 팀, 온라인전략본부 3개 팀을 두고 고객 니즈에 맞는 영업전략을 펼쳤다. 지난해 유안타의 브로커리지 순이익은 전년보다 18% 늘었고 WM도 6% 증가했다.

IB 부문도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IB 부문이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한 비중은 30%로 전년(22%)보다 증가했다. IB 강화를 위해 프로젝트투자본부를 신설하고 PF1, PF2를 만들고 IB 금융팀을 신설한 것이 주요했다는 평가다.

◆ 신용등급 오르고 민원 감소 “전 사업부, 한 단계 진화할 것”

최근 유안타증권의 신용등급은 정상궤도에 올랐다. 과거 동양증권 신용등급은 ‘BBB-’까지 추락하면서 신규 법인 고객 유치가 어려웠다. 늘어난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국내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신용등급이 모두 상향 조정돼 ‘A+’ 등급을 획득했다. 2010년 동양 시절 받았던 최고 등급과 동일한 수준으로 회복한 셈이다.

민원도 급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유안타증권에 접수된 민원은 총 48건으로 2013년 313건보다 무려 84.66% 줄었다.

올해에는 전 사업부를 한 단계 진화할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지난 1월 서명석·황웨이청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가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면 올해는 한 단계 더 진화해야 한다”며 “리테일과 투자은행(IB)의 연계 영업 활성화, 세일즈&트레이딩의 경쟁력 있는 상품 공급 등 각 부문이 유기적으로 적시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협업해 고객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서명석·궈밍쩡’ 체제 시작, 중기특화증권사 존재감·우발채무 규모는 ‘과제’

올해 유안타증권은 새로운 대표를 맞이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대만 유안타증권은 이사회를 열고 첸치창 사장 후임으로 황웨이청 이사를 선임했다. 2014년 6월부터 서명석 대표와 한국지사 공동대표를 맡아온 황 사장은 2017년 연임에 성공하며 내년까지 임기를 늘렸으나 대만 본사로 복귀하게 된 것이다.

이에 유안타증권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궈밍쩡 유안타 파이낸셜홀딩스 기업금융 총괄 임원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자리에서 서 대표는 신규 고객 유인과 기존 고객 유지를 위해 증권투자 플랫폼인 ‘티레이더’의 기능을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회사 수익성을 향상하고 주주 가치 극대화를 수행해나가겠다는 의도다.

일각에서는 중기특화증권사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기특화증권사는 중소·벤처기업 금융 업무 지원을 위한 목적으로 2016년 4월 처음 도입됐다. 지정 효력 기간은 2년으로 유안타증권은 1기와 2기에 모두 선정됐다.

유안타증권은 채권 발행, 비상장 벤처기업 중개, 지분투자 부문 등에 속도를 냈지만 IPO(기업공개)는 기대 이하의 실적을 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유안타증권이 주관한 IPO는 1건(카페24)에 그쳤다.

우발채무 규모가 늘어난 것도 우려 사항이다. 우발채무는 현재는 부채가 아니지만 향후 우발적인 사태가 발생하면 확정될 수 있는 부채다. 지난해 말 우발채무는 8655억원으로 전년(4397억원)보다 96.84% 증가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