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LGU+, 카드사에 ‘자동납부 접수대행 제휴 중단’ 공문
이통사들, 자동납부 신청고객 불편 외면
쌍용차 카드수수료 협상도 ‘감감무소식’

이동통신사.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로 시작됐던 카드수수료 협상 갈등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가맹점 계약 해지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현대자동차와 최근 수수료 협상을 마친 카드업계가 이번에는 KT와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로부터 카드사를 통한 ‘요금 자동납부 대행’ 서비스 중단을 통보받은 것이다.

10일 카드업계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KT와 LG유플러스는 각 카드사에 자동납부 접수대행 제휴를 중단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KT는 오는 15일부터, LG유플러스는 다음달부터 서비스 제휴가 각각 중단된다.

이에 따라 고객들은 다음 달부터 카드를 발급할 때 통신요금 자동납부를 함께 신청할 수 없다. 자동납부를 원하는 고객은 카드 발급 후 이통사에 별도로 신청을 해야 한다.

기존에는 카드 발급 신청 시 작성하는 서류에 ‘이동통신 자동납부 신청’ 항목이 포함돼 카드사를 통해서도 자동납부를 신청할 수 있었다.

카드로 자동결제 하는 고객들의 비중이 전체의 40%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자동납부 서비스가 중단되면 소비자들의 불편과 혼란이 예상된다.

다만 이통사들이 카드사와 관련 제휴를 중단하더라도 이미 신용카드로 통신요금을 자동납부하던 기존 고객은 계속 자동납부를 할 수 있다.

이통사가 카드사에 자동납부 접수대행 제휴 중단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에도 이통사는 자동납부 접수대행 제휴 중단을 선언하면서 반년 넘게 재개하지 않았고 카드사는 관련 민원이 빗발쳐 한동안 몸살을 앓았었다. 이동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의 경우 자동납부 접수대행 제휴 중단 이후 재개 없이 현재까지 방침을 이어오고 있다.

이 같은 이통사들의 극단적인 조치는 현대차의 경우처럼 민원에 취약한 카드사에 타격을 줘 카드수수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카드사들은 지난 2월에 이통사 3사에 0.2~0.3%p 인상된 2.0~2.2%의 결제수수료를 통보했고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협상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고객을 불편하게 만들어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것 같다”면서 “자동납부 제휴 서비스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지금은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이통사 고객들의 카드결제 비중이 절반에 가까워 현대차처럼 가맹점 계약 해지와 같은 극단적인 조치는 취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쌍용자동차와 카드사 간 수수료 협상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쌍용차 역시 가맹계약 해지를 앞세워 카드사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지만 일단 가맹 계약을 유지한 채 무기한 협상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 카드사가 쌍용차에 요구하는 수수료율은 인상분을 포함해 2.0~2.1% 수준이지만 쌍용차는 ‘현대차 수준으로 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우리나라 자동차 구매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독점적인 회사로 가맹점 계약 해지 시 소비자의 불편이 상당할 것으로 판단해 타결까지 이르렀다”면서 “쌍용차는 현대차와 비교해 그만큼은 아니어서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동차업계와 이통사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다른 대형가맹점들 역시 카드사의 수수료율 인상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현대차 수준의 카드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으로 갈등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를 해결할 만한 해결책이 여전히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수익자 부담 원칙’을 재차 강조하며 위법사항 발생 시 형사처분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수차례 경고에 나섰지만 협상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고 그러는 사이 카드사와 대형가맹점들이 소비자를 볼모로 힘겨루기를 통한 협상력 우위 선점에만 혈안이 됐다는 지적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카드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9일 국내 8개 전업 카드사 사장단을 초청해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및 고비용 영업구조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최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현재와 같은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에서 현명한 선택은 카드산업을 건전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라면서 “그동안 과도한 마케팅 비용이 카드산업 생태계에 거품을 만들어 내면서 카드사의 수익성과 건전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는 만큼 카드업계 자체적으로도 이러한 영업 관행에 대한 냉철한 반성과 개선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금융위는 ▲카드사 수익원 다변화 ▲영업행위 규제 합리화 ▲고객 등 안내·동의 절차 개선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한도(레버리지) 규제 개선 ▲고비용 마케팅 관행 개선 등에 관한 확정안을 공개했다.

그러나 카드업계가 중점을 둔 ‘레버리지 배율’ 확대와 부가서비스 축소 등 업계의 핵심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카드업계는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한도 배율(레버리지 배율)을 현행 6배에서 캐피탈사와 동등한 10배로 올려달라고 요구했지만 금융위는 6배 배율을 유지하되 총자산에서 빅데이터 관련 등 신사업 진출에 따른 자산과 중금리 대출을 제외하고 계산하겠다고 밝혔다.

카드사는 레버리지 배율 규제 때문에 같은 자본으로 캐피탈사보다 대출을 적게 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는데 이 같은 규제 완화라면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또 부가서비스 축소와 관련해 법규에서 정한 기준, 소비자 보호 등의 원칙에 따라 약관변경 승인을 심사·처리하고 향후 추가적인 실무논의를 한다는 것은 안 해 주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시각이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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