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5G, ‘세계최초’ 타이틀은 챙겼다…남은 건 성과
[기자수첩] 5G, ‘세계최초’ 타이틀은 챙겼다…남은 건 성과
  • 배수람 기자
  • 승인 2019.04.0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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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배수람 기자
사진=배수람 기자

“이동통신 3사가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함으로써 우리는 세계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세계최초 5G 상용화, 대한민국이 시작합니다’ 행사에서 5G 시대 본격 개막을 선언했다.

앞서 3일 밤 11시, 국내 이통3사는 각각 5G 1호 가입자를 탄생시키며 5G 시대 포문을 열었다. 당초 예정일보다 이틀이나 앞당기면서 한국은 미국 버라이즌을 가뿐히 제치고 ‘세계최초’ 타이틀을 차지했다.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에서 승기를 거머쥔 우리 정부와 이통업계는 ‘세계최초 5G’라는 명분을 끌어안고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듯하다. 소비자들 역시 부푼 기대감을 안고 번호이동, 기기변경 등 5G 서비스 가입에 나섰다.

이통3사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높은 공시지원금 등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5G 시대 개막 후 첫 주말, 일부 대리점에서는 불법보조금까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갤럭시 S10 5G 출시일인 5일, 개통 시작 6시간 30분 만에 가입자 1만명을 확보한 데 이어 이튿날인 6일 오후 5시 50분 가입자 3만명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LG유플러스 역시 5일 초도물량 2만대를 완판하고 6일까지 2만5000명 가입자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SK텔레콤은 공식 집계를 내지 않았지만 타 이통사 가입 현황을 감안하면 2만명 이상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크다.

5G가 스마트폰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미래 먹거리로 점쳐지는 만큼 이통3사의 이 같은 과열경쟁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더군다나 스마트폰 시장이 역성장을 맞을 만큼 위기에 빠졌기 때문에 돌파구 마련은 불가피했다. 130만원을 훌쩍 넘는 5G 스마트폰 기기 가격이나 관련 통신요금 등 역시 소비자들의 시장 초기 진입을 막는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5G 시대 개막과 함께 실망감이 더 큰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정작 값비싼 5G 스마트폰 및 요금제에 가입해도 당장에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여전히 부재하다는 점이다.

아직 전국에 5G 기지국이 고루 분포하지 않은 탓에 서울·수도권 외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해당 서비스에 가입조차 할 수 없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진다. 그나마 서비스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진 서울·수도권 지역에서조차 신호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 ‘가격만 올린 LTE 서비스’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5G 도입 초기부터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리라 기대한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2G부터 3G를 거쳐 LTE가 시장 전반에 녹아드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과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5G 시장의 주된 고객인 소비자는 사라지고 세계최초 타이틀만 남은 것 같은 모습은 썩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시장 혼탁까지 불사하며 과도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대신 가입과 동시에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5G 서비스가 제공됐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당장 일상의 변화를 이끌 것처럼 기대감을 심었던 만큼 이통업계는 이제 발 빠른 5G 플랫폼 구축 및 서비스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정부와 첩보작전을 방불케 할 만큼 전략적으로 지켜낸 ‘세계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의 의미가 반쪽짜리에 그쳐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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