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방문하지 않아도 60초면 대출 가능”

바야흐로 대출이 쉬워진 시대다. 2017년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하면서 은행을 방문하지 않아도 대출이 가능한 비대면 상품이 쏟아졌다. 클릭 몇 번으로 소액대출이 가능한 비대면 대출상품은 모바일 뱅킹 사용에 익숙한 젊은 층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에 시중 은행들도 부랴부랴 ‘쉬운 대출’ 상품을 내놨다. 이들 역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24시간 언제, 어디서든 대출이 가능하고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특징을 내세웠다.

간편 대출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청년들의 부채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이 처음 등장한 2017년 30대 미만 청년 가구주의 평균 부채는 2385만원으로 전년 대비 41.9%나 뛰어올랐다. 지난해에도 부채 상승 기조는 이어졌다.

반면 청년들은 금융이해력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금융이해력이란 건전한 금융 의사결정과 개인의 금융 웰빙을 위해 요구되는 금융 인지, 지식, 기술, 태도, 행동의 합을 의미한다.

지난 1월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8년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20대(18~29세)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61.8점으로 50대(63.1점)보다 낮았고 60대 이상(59.6점)과도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OECD 평균 금융이해력 수준은 64.9점이다.

이들의 금융 지식은 69점으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지만 금융 행위(58.4점), 금융 태도(57.7점)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카드, 학자금 대출 등 금융거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나이이지만 올바른 금융 태도를 갖추지 못한 셈이다.

20대와 같이 금융이해도가 평균치를 밑돈 노년층을 위한 교육은 대다수를 이뤘다. 디지털 뱅킹이 활성화되면서 이에 익숙지 않은 노인을 위한 디지털 뱅킹 사용법·노후 자산 관리법 등 금융지식 교육과 금융사기 예방 교육 등이 마련돼 있었고 교육 주체 역시 금융당국, 은행, 금융투자, 보험 등으로 다양했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이 없지는 않다. 금융감독원은 대학교 오리엔테이션 기간 동안 대학 신입생 대상 금융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청년을 위한 금융교육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지난해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의 86.4%가 금융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들은 목돈마련을 위한 저축방법, 주택 마련이나 부동산 투자 교육 등을 받고 싶다고 희망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 문맹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문맹보다 더 무섭다”고 말했다. 대출 문턱이 낮아져 더욱 빚지기 쉬운 시대가 됐다. 이런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의 생존을 위해 보다 실질적인 금융교육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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