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선택 기준으로 작용, 브랜드 고급화로 ‘경쟁력’ 확보 나서
“BI 디자인뿐만 아니라 내부 설계 등 변화, 공급가격 인상 여지”

대우건설 푸르지오 브랜드 리뉴얼 행사 모습. 사진=대우건설

정부의 규제 강화 등으로 주택시장 관망세가 확산한 가운데 건설업계가 잇달아 브랜드 리뉴얼을 시도하고 있다.

건설사는 이를 통해 입주민에게 고급화된 주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되레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같은 입지에 들어선 단지라도 어떤 브랜드를 내걸었냐에 따라 집값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3일 호반건설은 창사 30주년을 맞아 2010년부터 주상복합단지에만 사용하던 ‘호반써밋플레이스’를 ‘호반써밋’으로 변경하고 주택 브랜드 ‘베르디움’ BI도 새롭게 제시했다.

이어 현대건설은 2006년 선보인 ‘힐스테이트’ 디자인을 리뉴얼했다. 한글과 영문을 혼용했던 로고는 한글로 통일하고 ‘탁월함’을 내세웠던 브랜드 철학은 ‘라이프스타일 리더’로 구체화했다.

대우건설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했다. 대우건설은 ‘푸르지오’ BI를 6년 만에 교체하고 ‘본연이 지니는 고귀함’이라는 철학을 담아 고급화를 추진했다. 신규 BI와 함께 단지 내 적용할 설계, 외관, 조경 및 커뮤니티 시설도 함께 공개해 고품격 서비스와 프리미엄 주거 문화를 제안했다.

롯데건설 역시 기존 ‘롯데캐슬’과 차별화된 프리미엄 브랜드 출시를 예고했다. 1월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시공사 간담회에서 롯데건설은 상반기 중 새 브랜드를 론칭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쌍용건설과 코오롱글로벌, 태영건설 등도 새로운 BI 디자인을 잇달아 공개한 바 있다.

이들 신규 브랜드는 각 건설사에서 올해 공급하는 단지들을 중심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이처럼 건설사에서 경쟁적으로 브랜드 리뉴얼을 추진하는 데는 브랜드가 곧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깔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신 주거 트렌드와 각종 주거 서비스 등을 브랜드에 녹여내 치열해진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주택시장 침체로 기존보다 특정 아파트 브랜드에 대한 선호현상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브랜드는 아파트 가치나 입주민들의 주거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114가 발표한 ‘2018년 베스트 아파트 브랜드’ 조사에 따르면 브랜드 가치가 아파트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영향을 미치는 편이다(50%) ▲매우 영향을 미친다(42.3%) 등 전체의 92.3%에 달했다.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달라진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외벽 적용 예시. 사진=현대건설

특정 브랜드를 위해 어느 수준까지 추가비용을 낼 수 있냐는 질문에는 ▲비용 추가 의사 없음(23.7%) ▲구매계획 비용의 5% 이내(33.4%) ▲구매계획 비용의 6~10%(25,5%) ▲구매계획 비용의 11~20%(7.2%) ▲비용 상관없음(10.3%) 등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A씨는 “예전에 지어진 대우아파트 입주민들이 단지 이름을 푸르지오로 바꿔 달라고 민원을 제기해서 결국 아파트 이름을 푸르지오로 교체하고 외벽을 다시 칠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며 “브랜드 자체가 입주민들의 자부심이나 만족감으로 어느 정도 연결된다는 방증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어 “브랜드에 따라 수요자들은 몰릴 수밖에 없으니 건설사에서 저마다 차별화된 주거 서비스를 내걸고 리뉴얼을 진행하는 것 같다”며 “결국 오른 집값은 서민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B씨는 “기왕이면 다홍치마. 같은 가격이라면 이름 없는 아파트보다 대형 건설사에서 내놓은 브랜드에 입주하기를 희망하는 게 사람 마음이다”며 “건설사에서 하나같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앞으로 신규 분양하는 단지들은 초기 분양가도 높게 책정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거도 트렌드가 있다.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해 주기적으로 브랜드에 반영하기 위한 이벤트로 진행된 것이다. 각 건설사에는 이미 프리미엄 브랜드가 존재한다”며 “조기에 신규 브랜드를 도입해 업그레이드 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일 뿐 이익만을 취하겠다는 목적은 전혀 아니다. 공급가격을 높게 잡으면 어차피 건설사도 제때 공급을 못 한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브랜드 리뉴얼이 단순히 디자인을 바꾸는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 아니라 내부 설계, 커뮤니티 시설 등에도 변화를 줬다는 점에서 집값을 상승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는 남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아파트의 이름 자체가 지역의 특색이나 입주민들의 성향, 특화된 이미지 등 각각의 커뮤니티를 구분 짓는 형태로 쓰이다 보니 20년가량 된 브랜드를 가지고는 소비자의 니즈를 온전히 반영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브랜드가 어느 정도 아파트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브랜드 BI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미세먼지 관련 환기 시스템, 친환경적인 조경·시설 등 단지 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도 변화를 둠으로써 소비자에게 강하게 어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며 설명했다.

권 팀장은 “각각의 기술이 도입·적용되면 비용적인 측면에서 공급가격이 인상될 수는 있다고 본다”며 “다만 좋은 시설, 옵션 등을 적용한다고 해도 시장에서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날 정도로 가격이 오르면 결국 청약 미달, 미분양 등 되레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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