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통신사에 수수료 수입의 2배 경제적 이익제공
법인카드 고객사엔 사내복지기금까지
일반가맹점과 카드회원들에 비용 전가 비판

사진=연합뉴스

신용카드사들이 이동통신사 등 일부 대형가맹점에 수수료 수입의 2배에 달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들은 법인카드 유치를 위해 기업에 600억원에 가까운 사내복지기금 등 현금성 기금까지 상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힘센 대형가맹점에는 출혈마케팅을 해서라도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반면 그에 따른 손실은 힘없는 일반가맹점과 고객에 떠넘겼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2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카드사 대형가맹점 대상 경제적 이익 제공 현황 자료’에 따르면 8개 신용카드사들은 지난해 마트와 백화점, 자동차, 이동통신 등 12개 대형가맹점에서 1조6457억의 가맹점 수수료 수입을 벌어들이고 1조2253억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

카드사들이 대형가맹점으로부터 벌어들인 수수료의 75%를 되돌려준 것이다.

대형가맹점이 제공받는 경제적이익에는 상품할인, 판촉행사 등의 비용을 카드사가 부담하는 것을 말하며 대형가맹점이 별도항목으로 카드사로부터 현금성 지원을 받는 것도 포함된다.

이번 조사에 포함된 대형가맹점은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현대와 롯데, 신세계 등 백화점, 현대기아와 르노삼성, GM대우 등 자동차, KT와 LG, SK 등 이동통신업체다.

카드사가 돌려준 경제적 이익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마케팅 비용으로 9425억원에 달했다. 소비자가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신용카드 결제를 통해 할인받으면 해당 카드사가 할인된 금액을 마트에 돌려주는 식이다.

업권별로 보면 카드수수료 수입 대비 경제적이익 제공 비율은 대형마트가 62.2%, 백화점 42.3%, 완성차 55.3%, 통신사 143%다.

특히 통신업계는 SK를 제외한 KT, LG의 경우 카드수수료 수입보다 혜택이 더 큰 구조였다. 카드사들은 KT로부터 1251억의 수수료를 받아 2066억을 내줘 165%를 돌려줬고 LG로부터는 1011억의 수수료를 받아 1957억을 돌려줘 2배에 육박하는 194%의 경제적 이익을 내줬다.

법인카드 고객사에 되돌려준 경제적 이익은 훨씬 더 컸다.

8개 신용카드사가 지난해 법인카드 고객사에서 받은 연회비 수익은 148억원에 불과했지만 이들에게 돌려준 경제적 이익은 4166억원으로 28배에 달했다.

경제적 이익 제공 내역을 살펴보면 법인카드 상품탑재 부가서비스 비용이 3166억원으로 연회비 수익의 21배를 넘게 돌려줬다.

법인카드 고객사 직원들의 해외연수 및 여행경비로 44억원의 예산을 썼고 사내복지기금 등에 현금출연이 592억원에 달했다. 법인카드 회원에 제공한 현금성 기금출연금 규모만 연회비 수익의 4배다.

사내복지기금은 근로자의 주택구입자금 및 자녀 장학금, 재난 구호금 등의 용도로 쓰는 근로자 복지성 자금이다. 카드사들이 과도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한 것도 모자라 법인카드 고객사의 사내복지기금까지 챙겨준 것이다.

이외에 사은품 비용, 법인약정포인트, 행사비 지원, 문화행사 입장권 등이 별도 지급 혜택에 포함됐다.

혜택을 많이 받은 법인회원사로는 SK네트웍스가 연회비 없이 해외여행 경비를 포함해 85억 상당의 경제적이익을 제공받았다. 현대캐피탈과 롯데렌탈도 연회비 없이 각각 88억과 95억 상당의 경제적이익을 제공받았고 KT는 기금출연금을 포함해 22억 상당이다.

카드사들은 이 같은 출혈마케팅을 하고도 지난해 1조3000억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여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1년 전 대비 6000억원 증가했다. 이에 일반가맹점과 카드 회원들에게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학영 의원은 “대기업들이 일반 자영업자에 비해 낮은 카드수수료를 내면서도 카드사로부터 경제적이익 제공 형태로 상당부분 보전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중소가맹점이 대형가맹점의 경제적이익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실질카드수수료 체계의 역진성이 심각한 상황에서 수수료를 낮춰달라는 대기업의 요구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 의원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상 일반고객에는 신용카드 발급목적으로 연회비의 10% 이상 경제적이익을 제공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법인회원에게는 연회비의 30배에 달하는 경제적이익을 제공하고 있다”며 “카드업계의 제 살 깍아먹기 경쟁을 방지하고 카드수수료 체계의 역진성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올해 카드수수료 협상 결과를 조사하면서 이런 과도한 경제적이익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지난해 말 카드수수료 개편안의 새로운 체계 핵심 내용이 마케팅 비용을 많이 썼으면 많이 쓴 데 대해 수수료를 높게 부과하라는 게 핵심이다. 그 방향으로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카드사들이 대형 법인카드 회원 등에 제공하는 사내 복지기금 등 기금 출연금이나 해외여행 경비를 사실상 리베이트 지원 성격으로 보고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올해 카드수수료 개편안에 따른 수익성 감소가 예상된다며 어려움을 호소했고 대형가맹점 또한 자신들에 대한 수수료가 높다며 카드사와의 수수료 인상 협상에서 난색을 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드러난 카드사들의 대형가맹점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이익 제공은 금융당국의 수익자 부담원칙과 역진성 해소 원칙에 더욱 힘을 실어줘 받은 쪽과 주는 쪽 양측 모두의 자충수가 됐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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