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의 과도한 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
회사 경영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최근 法, 소송 가능성 미리 알렸다면 보험금 지급해야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2015년 9월 3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송에 익숙한 외국인 주주의 증가, 소액주주 및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기업 임원에게 부실경영의 책임을 묻는 성향, 사외이사·비상임이사 등의 책임을 강화하는 경향 등의 영향으로 기업 임원을 상대로 하는 소송은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원배상책임보험은 이에 대비하고 임원의 자유로운 경영활동 보장과 과도한 법적 책임을 덜어주기 위한 보험으로 기업의 임원이 임원의 자격으로 업무 수행 중 의무위반, 과실 등 부당행위로 인해 주주 및 제3자에게 입힌 경제적 손해에 대한 법률상 배상책임을 보상한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10개 손해보험사 기준 임원배상책임보험 원수보험료(매출)는 ▲2015년 486억원(941건) ▲2016년 469억원(1055건) ▲2017년 454억원(1073건) ▲2018년 상반기 327억원(674건)으로 집계돼 임원배상책임보험의 수요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원배상책임보험의 보상범위는 소송 시 확정된 손해배상금 또는 소송 전 합의 시 합의 비용과 법적 대응에 필요한 변호사 비용이나 소송비용 등 모든 제반 비용을 보상한다. 다만 형사소송에 따른 벌금이나 과태료 등은 보상하지 않는다.

임원의 범위를 살펴보면 사외이사 및 비상근이사를 포함하는 임원명부에 등재된 등기임원, 등기임원은 아니지만 통상 임원의 직책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이사보 이상의 지위를 가진 집행임원을 포함하며 통상 회장, 사장, 전무, 상무, 이사 등이 이에 해당된다.

소송은 주주, 종업원, 소비자, 경쟁사, 행정기관 등 임원에게 제기될 수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주주로부터는 기업합병, 분할, 구조조정, 자산운용 등 경영상의 잘못으로 인해 주식가격이 하락함으로써 주주에 손실을 입힌 경우가 있다.

종업원으로부터는 부당해고, 고용계약 불이행, 차별대우로 소송을 당할 수 있고 소비자로부터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결함, 업무상의 과실이나 부당행위로 인한 피해자의 소송 등이 있을 수 있다.

경쟁사로부터는 독점, 담합, 특허권 침해 등으로 소송을 당할 수 있고 행정기관으로부터는 증권거래법, 공정거래법, 시민의 권리침해 등으로 소송을 당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보험과 마찬가지로 임원배상책임보험도 보상하지 않는 면책사항이 존재한다.

보상하지 않는 손해는 ▲현 보험증권 개시 이전의 원인행위로 인해 제기된 배상청구 ▲임원의 범죄행위(사기, 횡령 등)에 기인한 배상청구 ▲대주주에 의한 배상청구 ▲임원이 불법적으로 사적인 이득을 취득함에 따른 배상청구 ▲뇌물 및 불법증여에 기인한 배상청구 ▲법령을 위반해 발생한 환경오염에 대한 배상청구 ▲임원에 대한 보수 또는 상여 등이 위법적으로 지급됨에 기인한 배상청구 등이 있다.

보험기간은 통상 1년이며 보상한도액은 임원, 회사 등 담보 구분 없이 일괄적으로 적용된다. 보험료 납입방법은 일시납, 2분납, 4분납 등으로 선택할 수 있다.

가입대상은 국내 상장기업 또는 상장예정기업, 정부투자기관, 비상장기업 등이며 보험 가입에는 회사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각 회사가 요구하는 양식의 가입 질문서 작성과 직전 2년간 사업보고서 또는 감사보고서가 필요하다.

한편 임원배상책임보험과 관련한 사건으로는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고가 인수’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건을 들 수 있다.

2015년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당시 인수 실무자였던 전우식 전 전략사업실장과 공모해 부실기업인 성진지오텍을 지분 부풀리기로 인수하면서 회사에 1592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를 받았다.

당시 포스코는 이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변호사 비용을 회사 자금으로 지원했고 2018년 6월 대법원의 상고 기각 선고에 따라 사건이 원심(2심)으로 돌아가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정 전 회장 등에게 지급했던 변호사 비용 등을 임원배상책임보험금 청구로 해결하게 됐다.

대우조선의 ‘분식회계’는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의 보험사간 법정 공방으로 번진 사건으로 소액주주들이 분식회계를 이유로 해당 사외이사들에게 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소송을 당한 사외이사들은 임원배상책임보험에서 보상을 받고자 해당 보험사에 지급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 현재 대우조선 사외이사들은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KB손보는 대우조선의 대표이사가 분식회계 내용을 알고도 이를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계약이 해지됐다면서 사외이사들도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1심 재판부는 비록 소액주주들로부터의 소송은 메리츠화재(2015년 7월 25일~2016년 7월 25일) 가입기간에 발생했지만 기업이 소송 가능성을 인지하고 KB손보에 이를 알렸기 때문에 정황통지를 받은 KB손보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이례적인 판결을 내렸다.

정황통지는 보험을 가입한 사람이 가입기간 내에 소송을 당할 것 같다는 가능성을 알리는 것으로 대우조선은 2015년 언론에서 분식회계 관련 보도가 나오자 즉각 KB손보에 소송 가능성을 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KB손보는 당시 통보가 정황통지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KB손보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 것이다.

정황통지는 KB손보(2014년 7월 25일~2015년 7월 25일) 계약기간이 끝나기 3일 전인 2015년 7월 22일에 이뤄졌다.

이번 판결은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어도 이를 인지하고 미리 보험사에 통보할 경우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임원배상책임보험 보상범위가 넓어진 셈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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