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설립 후 15년 만 성과, “연내 사업시행인가 목표”
한강 조망 탁월…최고 30층, 총 331가구 규모 탈바꿈
주택시장 침체 및 재초환·대출규제 등 걸림돌, “속도 내기 힘들 듯”

한강삼익아파트 전경. 사진=배수람 기자

동부이촌동은 한강변을 따라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자리 잡은 곳이다. 그곳에 소재한 한강삼익아파트가 재건축 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조합 설립 이후 15년 만에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한 만큼 일부 주민들은 사업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거라는 기대감에 차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전반적인 주택시장 침체 및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대출규제 강화 등이 걸림돌로 작용해 실질적인 첫 삽을 뜨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강삼익은 올해로 41살(1979년 준공)이 된 고령 아파트다. 지상 12층, 2개동, 전용 105~145㎡ 총 252가구 규모의 소규모 단지다. 재건축 사업이 완료되면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최고 30층, 4개동, 임대 55가구를 포함한 총 331가구 규모로 탈바꿈한다.

지난 12일 서울시는 한강삼익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 제출한 건축 심의안을 조건부 의결했다. 서울시 건축위원회는 ▲주차장 램프 구간 위치 조정 ▲상가 출입구 투광등 설치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는 비교적 보완이 수월한 부분이어서 사실상 심의 통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한강삼익에서 30여년째 거주하고 있는 A씨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단지 입구에 건축심의 통과 플래카드가 붙은 걸 보면 ‘사업이 그래도 제자리걸음을 하지는 않는구나’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며 “여기(동부이촌동) 대부분이 재건축 대상 단지인데 한강삼익이 선두에 선 만큼 선례를 잘 만들어주면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재초환 부담금이 걱정되긴 하지만 이미 단지가 너무 노후됐다”며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언제라고 낡은 아파트에서 불안하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라 일단은 지켜보자는 생각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강삼익아파트 재건축 조합장 역시 비슷한 의견을 냈다. 윤말엽 조합장은 “재초환은 피할 수 없는 것 아니냐. 이걸 감수하고라고 재건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단지가 상당히 노후화됐기 때문이다”며 “조합원들은 재건축으로 다른 이익을 취하기보다 사업이 빨리 이뤄져 쾌적하고 안전한 아파트에 살고 싶다는 바람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강삼익아파트 전경. 사진=배수람 기자

이어 “한강삼익은 소규모 단지여서 일대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다는 것도 무리가 있고 늘어나는 세대 수가 많지 않아 사실상 1:1 재건축으로 봐도 된다”며 “일대 재건축 대상 단지들이 많은데 다 같이 사업이 이뤄져서 한데 어우러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조합의 첫번째 목표는 올해안에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는 것이다. 이미 2015년 일찌감치 시공사(대림산업)를 선정한 상태여서 연내 목표를 달성할 경우 재건축 사업은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 동부이촌동 내 주요 재건축 단지인 한강맨션·왕국맨션·반도아파트 등과 비교했을 때 한강삼익 재건축 사업 속도는 빠른 편에 속한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건축 규제로 인한 재초환 부담이 크고 이주비 등 대출이 어려워졌다는 점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용산구 이촌동 일원 한 부동산 관계자는 “한강삼익은 사업 초기 단계에다가 아직 남은 단계들이 많아서 업계에서는 재건축 사업에 대한 기대를 크게 하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곳 관계자는 “간혹 재건축에 얼마나 진척이 있나 문의가 들어오긴 하는데 아무리 실거주 목적이라고 해도 차라리 재건축 사업이 완료되고 거래를 할 것을 추천한다. 지금 들어오면 위험성이 너무 크다”며 “과거에는 시세차익으로 1억원을 남겼다면 이제 5000만원을 세금으로 토해내야 하는데 그때 가 봐야 알지 않겠냐. 조합에서도 지금 발 빠르게 움직인다고 하지만 실제로 할지 안 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규제 강화 기조가 꺾이지 않는 한 재건축 사업은 쉽지 않다”며 “한강삼익 재건축 사업이 속도전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대출규제에 재초환 부담금까지 규제가 겹겹이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예상했다.

권 교수는 또 “단지가 오래돼 정비사업이 불가피한 단지의 경우 최근 재건축 사업보다는 리모델링을 택해 재초환 부담을 덜려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한강삼익 연내 사업시행인가는 힘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한강삼익 세대수가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대규모 재건축 사업장보다는 상대적으로 기대를 걸어볼 만한 단지라는 의견도 있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한강삼익은 단지 바로 앞에 고등학교가 있어 단지 규모가 작고 층고 제한이 있지만 한강 조망을 안고 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며 “12층짜리 작은 단지를 재건축하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용적률에 따른 일반분양분이 많지 않고 시장 분위기 자체가 가라앉은 상황임에도 사업이 진행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함 랩장은 “사업시행인가를 받더라도 온갖 규제는 다 적용받을 거라 사업이 한 단계씩 나아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는 있다”며 “사실상 1:1 재건축에 가깝다 보니 조합원의 동의를 구하는데 큰 이견이 있지 않을 것 같다. 그나마 재건축이 답보상태에 접어든 다른 사업장과 비교하면 몸체가 가벼우니까 속도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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