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금리역전 현상 방지…할인마케팅 제재
중·저신용자들의 저금리 이용혜택 축소 지적
카드사, 지나친 간섭 불만
대형가맹점 갈등 등 우선순위에 밀려 발표일정 미정

사진=연합뉴스

카드사의 과도한 할인마케팅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저신용자가 고신용자보다 카드론 금리가 낮게 나오는 금리역전 현상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정도로 시장이 과열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2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같은 내용의 ‘카드대출 영업관행 개선안’을 이달 말까지 마련해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개선안은 이른바 금리역전을 방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은 신규고객 유치를 위해 신용등급이 낮더라도 카드대출 금리를 인하하는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해왔다.

업계의 관행으로 알려진 프로모션에 따라 통상 10~15% 안팎의 카드대출 금리에 추가 할인 혜택이 부여된다. 할인율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프로모션에 따른 추가 할인이 이뤄질 경우 저신용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등급의 고객보다 저렴한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예를들어 모 카드사 카드대출의 경우 신용등급이 6등급일 경우 금리가 16.31%인데 여기서 30% 할인하면 금리가 11.42%로 낮아져 이 회사의 4등급 금리(13.92%)보다 낮아진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일단 새 고객을 유치한 후 나중에 금리를 올려받으면 초기 비용을 메꿀 수 있어 손해 볼 일은 없다. 결국 할인 금리가 일종의 ‘미끼’ 역할을 하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영업행위를 막기 위해 당초 금리를 안내할 때부터 할인해줄 수 있을 만큼의 금리를 고객에 제시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동일 신용등급에 동일 금리라는 원칙이 적용돼 금리역전 해소와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카드대출을 주로 이용하는 중·저신용자들의 금리 부담을 가중시키고 카드사들의 영업활동을 제한하는 과도한 개입이라는 지적이 있다.

은행권 대출 총량규제 등 각종 규제로 은행 대출이 어려워진 중·저신용자들은 비싼 금리에도 불구하고 카드대출을 이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이 낮은 금리로 이용할 수 있는 할인혜택마저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중·저신용자들의 금리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카드사들도 프로모션을 제한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라는 입장이다. 대출금리 결정은 카드사 권한으로 당국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게 중론이다.

또한 카드 수수료 인하로 올해부터 실적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카드 대출 프로모션마저 제한하면 수익 악화가 가중될 것이라는 것이 카드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금감원 관계자는 “일각에서 중·저신용자들의 금리 부담 가중 등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오해다. 카드대출 금리 할인 제한이라는 단편적인 문제 이면에 또 다른 문제가 많다”면서 “카드사의 마케팅 타겟이 되는 고객군에 속하지 못하게 되면 금리 할인혜택을 받는 고객들의 비용부담을 나머지 고객군이 부담하게 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대출금리 마케팅을 금지한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마케팅 금지가 아니라 제한이다. 문제에 대해 합리적으로 개선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금지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 누가봐도 불합리하게 여겨지는 부분들을 개선시키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번 개선안에는 카드론 금리 공시 체계도 세분화·합리화하기로 했다.

먼저, 공시등급을 신용등급별로 ▲1∼2 ▲3∼4 ▲5∼6 ▲7∼8 ▲9∼10등급으로 구분하도록 했다. 현재는 ▲1∼3 ▲4 ▲5 ▲6 ▲7 ▲8∼10등급으로 공시하고 있다.

또 텔레마케팅(TM)의 연락횟수를 통제하고 TM스크립트를 개선하는 등 TM관리를 강화하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 ‘카드대출 영업관행 개선안’은 카드 수수료율 개편에 따른 대형가맹점과의 갈등과 경쟁력 제고 방안 마련 등 쏟아지는 현안에 밀려 미뤄지는 모양새다.

최근 카드사들은 연매출 500억 이상의 대형가맹점에게 수수료 인상을 통보했고 이 때문에 대형가맹점과의 갈등이 격화됐다.

자동차 업계의 맏형인 현대자동차와 카드업계간 힘겨루기를 하는 듯 했지만 현대차가 계약해지라는 강경한 카드로 맞서자 카드업계가 현대차 제시안을 수용하면서 협상은 일단락 됐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유통, 통신, 항공업종 등의 대형가맹점과도 수수료를 놓고 협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고비용 마케팅 관행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형가맹점 문제,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 등 카드업계에 이슈가 많아 ‘카드대출 영업관행 개선안’은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다”면서 “발표부터 시행까지 올해 안으로 하려고 한다. 여러 가지로 카드 산업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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