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충전 및 음성명령 기능 추가…“혁신 없이 가격만 비싸졌다”
다양한 색깔, 갤S10 배터리 호환 등 시장 ‘다크호스’ 떠오른 삼성

삼성전자 갤럭시 버즈. 사진=삼성전자

애플이 무선이어폰 ‘에어팟’ 신작을 내놨지만 혁신 없이 고가 전략만 취했다는 소비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이 가운데 최근 삼성전자가 ‘갤럭시 S10’ 시리즈와 함께 내놓은 ‘갤럭시 버즈’가 시장 내 다크호스로 급부상할지 관심이 쏠린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무선이어폰 시장 규모는 4600만대다. 내년에는 이보다 3배 정도 규모가 더 커진 1억2900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 같은 가파른 시장 성장세를 견인하는 데 삼성과 애플의 경쟁 구도도 한몫할 것으로 판단된다.

무선이어폰 시장 흥행을 이끈 애플은 지난 20일 ‘에어팟 2세대’ 출시를 예고했다. 2016년 12월 에어팟 1세대 출시 이후 약 3년여 만이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전작만큼 뜨겁지 않다. 그동안 색상·모양·충전 방식 등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가 쏟아졌지만 대부분 받아들여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시한 에어팟2의 가장 큰 특징은 무선충전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기존 1세대 에어팟은 케이스에 이어폰을 넣고 유선 충전만 가능했다. 애플은 2세대 에어팟을 기본 충전기와 무선충전이 가능한 치(Qi) 호환 충전 케이스 두 가지를 함께 선보였다.

애플의 음성비서 ‘시리(Siri)’도 탑재됐다. 에어팟1의 경우 본체를 터치하고 음성명령을 해야 했지만 에어팟2는 “시리야”라고 부르는 것만으로도 음악 재생, 통화연결, 음량조절 등을 할 수 있다.

또한 애플이 개발한 ‘H1’ 헤드폰 칩이 탑재돼 통화시간이 50% 늘었고 연결시간도 2배가량 단축됐다. 완전히 충전하면 통화는 3시간 지속되며 음악은 5시간 재생 가능하다.

문제는 가격이다. 애플은 기본 유선 충전 케이스 모델은 19만9000원, 무선 충전 케이스 모델은 24만9000원으로 책정했다. 에어팟 1세대와 호환할 수 있는 무선 충전 케이스는 단품으로 9만9000원에 판매한다.

일부 기능 업그레이드 외 차별화된 기능이 없음에도 가격은 기존보다 3만원가량 높게 책정되면서 소비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애플 에어팟 2세대. 사진=애플 홈페이지

에어팟2 출시를 기다리던 A씨는 “이어폰 자체의 변화는 없고 케이스만 새로 출시한 것 같다. 색깔도 다양하지 않고 기존 에어팟이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며 “이제 애플에 ‘혁신’을 기대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 사람은 사고 사기 싫으면 사지 말라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에어팟1도 가격이 저렴한 게 아니었는데 2세대는 더 비싸서 당황스럽다”며 “갤럭시 버즈는 기능이나 디자인에서 전혀 뒤지지 않음에도 가격이 20만원도 채 하지 않는다. 에어팟2가 출시되면 비교해보고 사려 했는데 갤럭시 버즈를 구입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털어놨다.

국내 에어팟2 공식 출시일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음에도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삼성 갤럭시 버즈는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은 모습이다.

애플에 앞서 삼성은 지난 7일 ‘갤럭시 버즈’ 출시를 발표했다. 삼성은 갤럭시 S10 시리즈 사전예약 고객을 대상으로 갤럭시 버즈를 증정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무선이어폰 시장을 독식하던 애플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에어팟과 달리 커널형 외관을 지닌 갤럭시 버즈는 하만의 오디오 브랜드 ‘AKG’ 음향기술이 적용된 점이 특징이다. 한 번 충전해 최대 6시간 음악 재생이 가능하고 5시간까지 통화를 할 수 있다.

갤럭시 버즈는 또 2개의 마이크를 주변 소음에 따라 조절하는 ‘어댑티드 듀얼 마이크로폰’ 기술을 적용해 선명한 통화가 가능하도록 했다. 에어팟은 화이트 단일 색상만 취급하는 반면 갤럭시 버즈는 블랙·화이트·옐로우 3가지 색상을 채택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 밖에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 S10’ 시리즈의 무선 배터리 공유 기능을 활용하면 언제 어디서든 해당 무선이어폰 충전도 가능하다. 소비자들이 매일 이용하는 스마트폰과 무선이어폰 배터리 호환이 가능하도록 해 편의성을 높였다. 갤럭시 버즈의 출고가는 15만9000원 선으로 에어팟2 대비 9만원 정도 저렴하다.

갤럭시 S10 사전예약으로 갤럭시 버즈를 받은 B씨는 “워낙 주변에 에어팟을 이용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갤럭시 버즈에 대해서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막상 사용해 보니 이용자들이 불편해하는 부분을 세심하게 고려해서 만든 것 같다. 특히 배터리 호환이 편리하다”며 “애플이 말하는 혁신을 삼성이 하고 있다. 상당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갤럭시 S10 시리즈 출시와 함께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삼성이 갤럭시 버즈로 애플에게 뿔난 소비자까지 품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작년 한 해 전 세계 무선이어폰 시장 판매량(약 4600만대) 가운데 76%(약 3500만대)가 에어팟으로 나타났다”며 “삼성 갤럭시 버즈가 갤럭시 S10 흥행을 업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만큼 애플이 세부적인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차별화를 두지 않는다면 올해부터는 에어팟의 독주가 힘들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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