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순혈주의 깬 신임 CEO…26일 공식 출범
동양증권 출신 채권통 “초대형 IB 연내 인가 희망”

26일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이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가 김병철 체제 출범의 공식적인 닻을 올렸다. 신한금융의 순혈주의를 깬 김병철 사장이 초대형 IB(투자은행)로의 도약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신한금융투자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본사에서 김병철 신임 사장의 취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병철 체제를 공식화했다.

이날 김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최고의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자본시장 톱 플레이어(Top Player)’가 되기 위한 전략과 각오를 드러냈다.

김 사장은 “‘최고의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자본시장 톱 플레이어’는 고객의 자산관리, 기업고객 IB 니즈 등 재무솔루션이 필요할 때 고객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회사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경영방침으로 ▲고객 제대로 알기를 실천하는 고객 중심 경영 ▲기존 영역 확장과 신사업추진을 통한 지속 성장 ▲원 신한 가치 창출 주도 ▲전문가에 대한 공정한 대우 등을 제시했다.

특히 최우선 경영방침으로 ‘고객 제대로 알기’를 실천하는 고객 중심의 경영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개인 고객의 자산관리 니즈 및 기업고객의 자금 조달 니즈를 명확히 파악하고 고객의 자산, 재무현황, 경영환경, 중장기 자금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해 심도 깊은 금융컨설팅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신사업추진을 통해 한계를 극복하고 돌파구를 찾을 것이다”며 “홍콩을 아시아 IB 허브로 육성하고 뉴욕을 글로벌 프로덕트센터로 변화시켜 선진금융상품을 국내 고객에게 제공하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김 사장 취임은 신한금융의 강력한 순혈주의를 깼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받아 왔다. 김 대표는 1989년 동양종금증권(현 유안타증권)에 입사해 약 23년 동안 채권운용팀장, 금융상품운용팀장, IB 본부장, FICC(채권·원화·원자재) 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번 취임으로 신한금투는 2002년 신한증권과 굿모닝증권이 합병하면서 출범한 통합법인 도기권 당시 굿모닝증권사장 이후 첫 외부 인사를 영입한 셈이다.

앞서 신한금융은 공채 출신을 주요 보직에 선임하는 강력한 순혈주의로 줄곧 강조해왔다. 하지만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취임한 이후 순혈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IT 전문 인력을 영입해 외부 인력을 수혈했고 지난해 말 인사에서도 김 사장 외에도 신한생명, 신한 미래전략연구소 소장 등의 자리에 외부 인사를 발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김 사장의 취임으로 신한금투의 약점으로 꼽혔던 IB 부문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 사장은 동양증권 IB 부문을 도맡으며 동양증권을 업계 IB 최강자로 이끈 경력이 있다.

신한금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348억원으로 3000억원 선을 처음으로 넘기면서 승승장구했다. 순이익도 2513억원으로 최고치를 달성했다. IB 관련 수수료 수익 역시 804억원으로 전년(538억원) 대비 49.44% 증가했다.

하지만 주요 증권사 대비 IB 부문 수익은 상대적으로 아쉬웠다. 지난해 말 신한금융투자의 IB 부문 관련 수익 순위는 11위를 차지했다. 전년에 15위를 기록한 것에 비해 4계단 올랐지만 비슷한 자본 규모인 메리츠종합금융증권(1위), 하나금융투자(4위)와 비교하면 뒤처진 수준이다.

이에 ‘채권통’으로 자리매김한 김 사장이 신한금투 IB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 사장은 “현재 신한금투의 IB 현황은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이다”며 “5년 전에 비해서는 크게 성장했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또 “IB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 솔루션을 선제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IB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 고객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고객이 ‘신한금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존재감 있는 IB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초대형 IB 진출에 대해서도 욕심을 드러냈다. 2017년 말 금융위원회로부터 초대형 IB 자격 획득에 실패한 후 재도전 의사를 보인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한금투의 자본 규모는 3조3641억원으로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종금에 이어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초대형 IB 인가 요건인 4조원에 근접한 수준으로 자본 규모가 비슷한 메리츠종금(3조3915억원), 하나금투(3조2159억원)와 함께 차기 초대형 IB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김 사장은 “초대형 IB는 시장에 자본을 공급하는 측면과 발행어음 사업 자체가 금융상품으로 자산관리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수단이다”며 “과거 증권회사는 중계회사에 머물렀지만 현재는 자금 공급의 역할도 결부돼 있어 이를 모두 하기 위해서는 초대형 IB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자본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지주의 의견이 중요한데 지주 역시 긍정적인 스탠스를 갖고 검토하고 있다”며 “연내 초대형 IB 인가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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