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투어하며 이성 만난다…만족감 ‘극과극’ 나뉘어
미팅 이벤트 성행 배경, “자연스러운 만남 기회 적기 때문”

“인연 찾아 왔어요.”

3월16일 토요일, 서울 종각에 위치한 그랑서울 몰은 ‘로맨틱 그랑서울’에 참가한 300명의 싱글 남녀들로 북적거렸다. GS건설이 개최하는 로맨틱 그랑서울은 27~37세 싱글 직장인을 대상으로 그랑서울 몰 내 음식을 즐기며 이성도 만날 수 있는 1:1 미팅 이벤트다. 해당 이벤트는 GS건설과 새미프(새마을미팅프로젝트)가 그랑서울 몰 내 상권 활성화와 저출산 극복을 목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에 12회째를 맞았다.

새로운 만남을 원하는 직장인들의 욕구  때문이었을까. 해당 이벤트 티켓은 4만원에 가까운 가격(남자 3만9000원, 여자 3만3000원)임에도 오픈 5일 만에 전량 매진됐다. 누적 참가자 수는 지난해 기준 3000명을 넘었다. 현장을 방문하니 수도권은 물론 대구에서부터 먼 길을 달려온 참가자도 만날 수 있었다. 주기적으로 참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단체미팅 이벤트가 20~30대 젊은 층들 사이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 “부담 없이 만날 수 있어 선호” vs “한정된 만남, 낮은 음식 퀄리티”

접수처에서 신분증을 확인한 뒤 무제한 입장이 가능한 그랑서울 손목밴드를 받았다. 입장을 기다리는 참가자들 표정에는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렘이 가득했다.

동성 2인 1조로 구성된 참가자들은 연령대를 고려해 임의의 식당에 배정된다. 첫번째 식당 이후부터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원하는 곳에서 이성을 만날 수 있다.

제12회 로맨틱 그랑서울 참가자들. 사진=김민희 기자

눈길을 끌었던 것은 식당별 대기시간과 성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참가자들은 해당 요소를 고려해 방문할 음식점을 미리 파악할 수 있어 유용하다는 반응이었다. 규칙에 따르면 한 가게에 최대 45분까지 머물 수 있었지만 제한시간을 채우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참가자들 대부분은 대규모 단체미팅인 만큼 더 많은 장소를 방문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 했다.

파이낸셜투데이는 ‘대기시간 20분·남성많음’을 나타내는 디저트 카페 ‘아티제’로 향했다. 손목밴드를 확인한 진행스탭이 2:2 자리 배치를 시작했다. 자리에 착석하니 업체에서 정해놓은 음식이 제공됐다. 맛집 음식을 기대하고 갔지만 개별적 주문이 불가능하다는 점과 제공 메뉴가 2~3종류로 한정돼있다는 것은 아쉬움을 남겼다.

자리를 가득 메운 싱글 남녀들은 저마다 즐거운 듯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간혹 마음에 들지 않는 이성이 매칭됐을 경우에는 주저 없이 자리를 떠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남성 참가자 A씨는 “대부분 연령대가 맞고, 가게를 방문하면 스탭들이 알아서 상대를 매칭해 준다는 점이 편리하다. 상대가 마음이 들지 않으면 주저 없이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다양한 사람과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특히나 인기가 좋았던 곳은 수제맥주 전문점 ‘탭 퍼블릭’이다. 맥주가 제공되는 만큼 남녀 모두가 선호하는 모습이었다.

참가자 B씨는 이미 모든 음식점을 돌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곳을 재방문했다. 그는 “이번이 세 번째 참가다. 30:30 소규모 미팅부터 와인이벤트까지 참여해봤다”며 “지난번 이벤트를 통해 좋은 인연을 만났던 경험이 자연스럽게 다음 참가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참가비는 높지만 음식 퀄리티가 떨어진다거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이 한정된다는 점에서 불만을 털어놓는 참가자도 있었다.

C씨는 “솔직히 말하면 4만원 돈을 낸 만큼 만족스럽지는 않다. 대규모라 정신없다는 느낌이 강하다. 참가자가 이렇게 많아도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많아야 10명 남짓이다”며 “심지어 행사에 참여하는 업체 여섯 곳을 모두 방문했는데, 음식이 별로였다. 이런 이벤트가 아니라면 돈 주고 사 먹지는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상권활성화’ 목적…반응 갈리는 업체들

로맨틱 그랑서울 이벤트는 3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내 100~150명의 고객이 방문한다. 가게를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이지만 업체들 반응은 엇갈렸다.

이번 이벤트에 참가한 업체는 레스토랑과 카페 6곳(다쯔미, 사보텐, 크레이지후라이, 탭퍼블릭, 브리오슈도레, 아티제) 등이다. 해당 업체들은 이벤트 음식을 선정해 방문객에게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새미프로부터 일정 금액을 보장받는다. 음식 원가와 좌석 수에 따라 지원 금액에는 차이가 있다.

이벤트 시간 내 제공되는 음식. 사진=김민희 기자

매년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한 업체는 “매출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은 없지만 손님들에게 홍보 효과는 확실히 있는 것 같다”며 “미팅 이벤트가 진행되는 2~5시에는 이벤트 손님과 일반손님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분리해 운영한다. 사람이 몰려도 행사 스탭이 도와줘 무리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부정적인 업주도 있었다. 이번 이벤트에 참여하지 않은 한 업주는 “그랑서울 이벤트를 몇 년째 보고 있는데, 참여를 고민하다가 결국 안 하게 됐다. 평소 매출을 계산해보면 무제한 음식 제공이 우리 입장에서 그다지 좋은 장사는 아니라는 생각에서다”고 말했다.

그는 “새미프에서 3시간 동안 지원해주는 금액이 8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주말 평균 매출은 그보다 2배 정도 높게 나온다”며 “브레이크 타임도 없기 때문에 차라리 일반손님을 받는 게 주말 매출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새미프 관계자는 “행사가 끝난 후 테이블 회전수와 실제 이용객 등을 고려해 정산된다”며 “단골 고객이 많은 업체에서는 참여를 부담스러워 하지만 통상 한번 참여한 업체는 지속적으로 참여한다. 업체 입장에서 안정적으로 최소한의 매출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 게임·짧은 교육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구성 필요

인터넷 검색창에 ‘단체미팅’을 검색하니 로맨틱 그랑서울 외에도 많은 미팅 이벤트들이 있었다. 규모도 30:30, 100:100 등으로 다양했다. 미팅을 원하는 사람들은 와인, 치맥, 스테이크 등 선호하는 음식과 지역·날짜 등을 선택해 참가할 수 있었다.

해당 이벤트를 통해 실제 결혼까지 이어지는 커플도 있다. 새미프 관계자에 따르면 정확한 통계를 내긴 어렵지만 종종 청첩장을 받아보기도 한다.

이 관계자는 “해당 이벤트를 통해 결실을 맺게 됐다고 연락이 오는 경우가 있다”며 “청첩장을 보내오는 대다수 커플은 30대 초반인데, 그럴 때면 만혼화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소소하게 외식 상품권 같은 선물을 증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미팅 이벤트가 이렇게 자주, 대규모로 열리는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전문가에 따르면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행동반경 외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반복되는 생활에서 벗어나려는 직장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는 많지 않기 때문에 미팅 이벤트 등이 성행하는 것 같다”며 “최근 몰카 등의 문제가 불거진 클럽 같은 곳보다 이같은 이벤트를 통해 건전한 만남을 이어가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형태는 오래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재밌는 게임이나 짧은 교육 프로그램 등 이벤트를 좀 더 다채롭게 구성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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