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펙사벡 임상 난항 보도…장중 8% 급락
임상실패·관리종목 지정 등 의혹에 매번 휘청 “산업 이해 우선시 돼야”

2017년 4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바이오 코리아 2017’이 개최됐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증시를 주도하던 바이오주가 뜬소문에 휘청이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상장사의 주가 흐름을 보여주는 KRX 헬스케어 지수는 이달 들어 72.72(2.00%) 떨어졌다. KRX 헬스케어 지수는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신라젠, 한미약품 등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제약·바이오 종목 75개로 구성됐다.

약세는 대형주를 중심으로 이어졌다. 대장주인 셀트리온은 올해 초보다 6.53% 내린 20만500원(21일 종가 기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바이오로직스도 37만4000원에서 34만8500원으로 6.82% 내렸다.

최근 바이오주가 악성 루머에 몸살을 겪은 것이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앞서 신라젠은 지난 12일 장 초반 5%까지 오르면서 순항하다 장 중 8%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한 매체가 신라젠 간암 치료제 '펙사벡'의 임상 3상에 참여하고 있다는 교수의 말을 인용해 임상 3상에 별로 기대를 하고 있지 않으며 다른 교수들도 펙사벡 효과를 부정적으로 본다고 보도한 여파다.

신라젠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내고 “보도는 사실무근이다”며 “신라젠 법무팀에서 법리 검토에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 및 임상의는 미국 FDA(식품의약국) 및 각국 규제 당국의 엄격한 임상시험 3상 규정상 절대 임상시험 유효성 데이터에 대해 외부 누설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신라젠이 발 빠른 대처에 들어갔음에도 바이오주 전체에 거센 후폭풍이 불었다. 이날 관련 보도가 나온 직후 에이치엘비, 파멥신, 셀리드 등 항암제 신약을 개발 중인 기업들의 주가가 장중 한때 주춤했다.

지난 13일에도 한 매체가 메디포스트가 관리종목 지정을 막기 위해 거래소에 유예신청을 한다고 보도해 주가가 흔들렸다. 메디포스트 측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보도 내용을 반박했다.

이처럼 바이오 기업 관련 뜬소문으로 관련주 전체가 휘청인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신라젠은 지난해 7월에도 악성 루머에 몸살을 앓았다. 당시에도 펙사벡 관련 루머가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임상실험 실패설과 유상증자설 등 각종 루머로 9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34.23% 내리며 주가가 5만원 아래로 주저앉았다.

에이치엘비도 지난해 5월 대규모 유상증자설, 대주주 지분 매각설, 임상 환자 사망설 등 악성 루머가 퍼졌다. 이에 에이치엘비뿐 아니라 바이오주 전체가 주춤했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오르기 때문에 작은 악재에도 바이오주 전체가 흔들린다는 분석이다.

실제 KRX 헬스케어 업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1일 기준 108.32배에 달한다. PER은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주가가 고평가·저평가됐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PER이 높으면 기업 이익에 비해 주가가 높게 평가된 것을 뜻한다. 같은 날 코스피와 코스닥의 PER은 각각 10.34배, 45.74배로 집계됐다.

이에 하태기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산업은 임상 결과가 나와야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특성이 있다”며 “하지만 임상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작은 루머에도 휘청거린다”고 분석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바이오산업에 대한 이해가 우선시되는 것 외에는 루머로 인한 주가 하락에 대비할 방법이 거의 없다”며 “투자 전 충분한 지식이 습득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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