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통신업계 카드수수료 협상 마찰
소비자 피해로 전가될까 우려
금융위, 단기간 급격한 혜택 축소 어렵다 못 박아

사진=연합뉴스

최근 현대차와 카드수수료 협상을 마친 카드사들이 유통·통신업계와도 수수료 인상 협상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유통·통신업계와 카드사의 입장 차가 큰 만큼 단기간 협상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에서는 카드사들의 수수료 인상에 따른 비용증가는 물가 상승 등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연 매출 500억원을 초과하는 약 2만3000여 곳의 대형가맹점에 대해 수수료 인상을 통보하고 이달부터 적용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정부의 카드수수료 개편 조치에 따른 것이다.

업종별 인상 수준을 살펴보면 ▲자동차 1.8%→1.9% ▲대형할인점 1.9~2.0%→2.1~2.2% ▲통신 1.8~1.9%→2.0~2.1% ▲항공 1.9%→2.1% 등이다.

앞서 비슷한 상황에 처한 현대차는 5개 주요 카드사에 계약해지를 통보하며 강수를 뒀고 결국 당초 요구안의 절반 수준인 0.05%p 내외 인상으로 협상을 마친 바 있다.

수수료 인상안을 받아든 유통·통신업계는 여력이 없다며 수수료 인상을 최대한 막으려는 모습이다. 그러나 현대차처럼 계약해지라는 초강수를 두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자동차는 카드결제 비중이 낮아 현대차가 협상력의 우위를 점할 수 있었지만 유통·통신업계는 카드사의 각종 프로모션과 무이자할부 등의 혜택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결제가 카드로 이뤄져 카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할인점 등 유통업의 경우 소비자의 90% 이상이 카드로 결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등이 모인 한국체인스토어협회의 한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율을 올리려면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하지만 카드사들은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금융위원회에서도 수수료율이 조정된 사유를 적극적으로 가맹점에 설명하도록 지도한다고 했지만 카드사는 지금까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이미 수수료율은 오른 상태에서 협상이 진행 중이라 손해 볼 것 없는 카드사는 급할 것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의 영업이익은 인터넷·모바일 쇼핑 등의 발달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통신업계도 카드수수료 인상안에 난색을 표했다. 카드사가 자체 회원 모집을 위해 집행하는 통신요금 할인 마케팅 비용을 통신사에 전가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문제는 이 같은 수수료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인상은 영업이익 감소와 마찬가지인데 이를 만회하려면 판매 마진을 높이는 방법으로 영업이익을 보전할 수 밖에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물가가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직 수수료 협상 중인 사안으로 소비자 피해를 섣불리 말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수수료 지급 규모가 커지면 무이자할부나 포인트 추가 적립과 같은 공동 마케팅 혜택을 장기적으로 축소하는 흐름으로 갈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도 “수수료 인상 시 당장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받는 피해는 없다”면서도 “계산법에 따라 다르지만 지난해에 비해 대략 800억~900억을 추가적으로 통신업계가 부담해야 한다는 추정치가 있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맴버십 혜택 축소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는 금융당국의 시장 역진성 해소를 위한 정책에 따른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정부의 카드수수료 개편안에 따른 조치로서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한 당국의 방침인 만큼 유통·통신업계도 사회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면서도 “아직 협상 중이다. 최대한 원만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당분간 소비자 혜택 축소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위 관계자는 “카드수수료 개편에 따른 카드사 수익성 악화와 대형가맹점 비용 증가 등으로 포인트 적립, 무이자할부, 할인 등 소비자 혜택 축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 대형가맹점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 비용 지출은 카드사의 오랜 영업전략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급격히 축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카드사 간 과도한 경쟁에 따른 마케팅 비용의 상당 부분을 그간 일반가맹점이 카드수수료를 통해 부담해 왔고 소비자는 연회비 부담에 비해 훨씬 큰 부가서비스 혜택을 누려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소비자가 누리는 각종 부가서비스 혜택이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에 기초하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소비자들의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고 언급해 사실상 카드사의 손을 들어줬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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