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일부터 군 장병 평일 외출 실시, 월 2회 4시간씩
외출 제도 시행 일주일 만에 ‘바가지 요금’ 논란
‘1시간 2100원’ 없었지만, 주말 최대 1800원까지
사단에서 터미널까지 택시 요금 평균 5천원선
일부 택시기사들, 1만5천~2만2천원 받아…3~4배 바가지
일부 모텔 1인당 추가요금 3만원, 장병들 ‘울며 겨자먹기’
양구군청, 뾰족한 대책 없어 “바가지 여부 확인해 보겠다”

사진=배수람 기자

지난달 1일부터 군 장병들의 평일 외출이 가능해졌다. ‘평일 일과 후 외출’은 군사대비 태세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단결활동, 일가친지 면회, 병원진료, 자기개발 및 개인 용무 등을 목적으로 월 2회 이내 외출할 수 있는 제도다. 외출시간은 오후 5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총 4시간이다.

평일 외출은 군인들로부터 위수지역(군부대 담당 작전지역·관할지역) 제한 폐지 요청이 빗발치자 국방부에서 마련한 제도다. 군 장병들은 평일 외출과 더불어 외박 시 위수지역이 폐지됨에 따라 제한됐던 문화생활 및 자기계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접경지역 지자체에서도 관련 제도로 인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외출 제도가 시행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강원도·경기도 일대 접경지역들은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지역 상인들이 군 장병을 대상으로 PC방 등 편의시설 가격을 부풀려 받았다는 거다. 특히 강원도 양구군 PC방은 ‘시간당 2100원’의 가격담합 의혹에 휩싸이며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양구군청과 PC방 업주들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냈다.

파이낸셜투데이는 관련 논란이 불거진 지 한 달 만인 지난 15일 양구를 찾았다. 평일 외출을 비롯해 주말 외박을 나온 군 장병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다만 모처럼 만에 즐기는 외출임에도 분위기는 다소 위축된 듯 보였다. 양구에서 만난 장병들은 PC방을 비롯해 모텔, 택시요금 등 곳곳에서 여전히 바가지 요금에 시달린다고 털어놨다.

◆ PC방 1시간 1600원…장병들, “높은 가격 불만이지만 선택권 없어”

통상 군 시설이 밀집된 강원도·경기도 접경지역은 장병들이 외출을 나와도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한정돼있다. 양구읍 역시 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PC방과 음식점, 모텔, 편의점 등 작은 상권이 전부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출 장병들은 주로 PC방에서 시간을 보낸다. 양구군 방산면이 지난 2월 군 장병(3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수(185명)가 외출 시 PC방을 이용하고 있었다. 편의점과 카페(65명), 목욕탕(35명), 휴식(9명)이 뒤를 이었다.

가격담합 논란을 확인하기 위해 터미널 인근 10여곳의 PC방을 방문했다. 대다수 업체가 1시간에 1600원을 받고 있었다. 일부 업체는 주말 요금을 따로 책정해 시간당 1800원을 받기도 했다. 소문대로 ‘1시간 2100원’이라 써놓은 곳은 없었다. 다만 1600원이라는 가격 역시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과 비교했을 때 높은 가격이었다.

양구읍 일대 PC방 가격표. 사진=배수람 기자

군인 A씨는 “예전에는 터미널 근처 PC방에서 민간인과 장병 가격을 다르게 책정해 받는다는 소문이 부대 내에 파다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며 “그래도 PC방 시간당 기본요금이 서울은 1000원 정돈데 여기 일대는 1600원이라 비싼 건 사실이다. 군부대가 2개나 있고 이용자들이 주로 장병이다 보니 일부러 가격을 높게 책정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사실 부대가 도심 한가운데 있지 않은 이상 외출을 나와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적이다. 그래서 PC방을 주로 이용한다”며 “특히 터미널과 가깝고 모텔이 붙어있는 PC방을 선호한다. 나와서 치킨 사 먹고, 모텔에 짐 풀고, 여기서 늦은 시간까지 게임을 하다가 잘 수 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A씨의 말처럼 해당 지역은 터미널과 가까운 PC방이 대체로 인기가 좋았다. 외출시간이 제한된 군인들이 이동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터미널 인근 PC방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반면 터미널과 떨어진 PC방은 금요일 저녁 시간임에도 군 장병 2~3명이 손님의 전부였다.

중심가에서 떨어진 곳에서 PC방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터미널 인근 PC방 몇 곳을 제외하고는 파리 날리는 수준이다”며 “최근 인터넷에 퍼진 일명 ‘2100원’ 사건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모 PC방에서 시간당 1800원, 유료게임 300원의 추가 요금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아마 그곳을 이용했던 고객이 SNS에 과장해서 올리지 않았을까 추측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는 ‘PC방 협회’라 자칭하는 단체가 있다. 소속 회원이 방문해 요금을 올리고 내릴 때마다 보고를 하라더라. 요금 담합이 있었다면 해당 협회 소속 PC방 끼리 이뤄진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러나 터미널 인근 PC방 업주들의 입장은 달랐다. 대다수 업주는 가격담합 소문이 퍼지고 난 후 매출이 떨어지는 등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한 업주는 “1시간에 2100원이라는 터무니없는 소문이 퍼지고 나고 안 그래도 없는 손님이 더 줄었다. 장사할 맛이 안난다”며 “부대에서 장병들에게 PC방을 이용하지 말라는 명령도 있었다고 한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엔 손님이 꽤 줄었다. 피해가 막심한 것은 오히려 우리들 아니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양구군청 전략사업과 관계자는 PC방 요금에 관한 장병들 불만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요금을 낮추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양구군청 관계자는 “자율경쟁 시대에 우리가 PC방 가격을 올려라 내려라 지정할 순 없는 부분이다. 일반 지역과 비교해선 높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인근 군 지역에 비해 특별히 높진 않다”며 “요금 담합에 관해서도 PC방 협회와 이야기를 나눴지만,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 군인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만큼 오히려 서비스를 더 주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 택시요금, 숙박비까지…영역 안 가리는 바가지 요금

거리가 어두워지자 터미널은 택시에서 내리는 군인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4시간이라는 짧은 외출시간 탓인지 버스를 이용하는 군인은 드물었다.

장병들은 삼삼오오 모여 택시를 타고 복귀하는 것을 선호했다. 부대 인근까지 오가는 버스가 없을뿐더러 버스를 타더라도 내려서 한참을 걸어야 부대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군 장병들에 따르면 외출 전 전화로 택시를 호출한 뒤 탑승한다.

양구 시외버스터미널. 사진=배수람 기자

다만 이용요금이 제각각이라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군인 B씨는 “미터기에 찍히는 요금은 군인들과 관련이 없다. 부대에서 택시를 호출할 때 이미 가격이 정해져 있다”며 “부대에서 터미널까지는 넉넉잡아 15분 정도 걸린다. 양구는 개인택시가 많아 요금도 천차만별인데 보통 1만5000~2만2000원 정도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복귀할 때 개인 택시기사들이 주는 명함을 받아서 들어가고 나올 때 미리 전화해서 택시를 잡는다”며 “수십 개 명함 중에서는 간혹 콜비 1000원만 받고 미터기에 찍힌 만큼 요금을 받는 기사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군부대까지 들어가면 태우고 나올 손님이 없다며 비싼 왕복 요금을 요구한다”고 하소연했다.

양구군청 평화지역발전과 교통행정담당 관계자가 밝힌 21사단에서 터미널까지 일반 요금은 평균 4000~5000원 선이다. 군인들 주장에 따르면 이곳 택시기사들은 기본요금의 최소 3배 이상을 받으며 운행하는 셈이다.

이에 군청 관계자는 “21사단, 2사단은 터미널에서 15분 정도면 오갈 수 있다. 절대 2만원이라는 가격이 나올 수 없는 거리다. 택시기사들에게 문의한 결과 바가지 요금을 받는다는 곳은 없었지만 군인들 말이 사실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앞으로 군인을 대상으로 한 바가지요금을 근절하기 위해 택시정류소 앞에 표준 요금이 적힌 안내문을 부착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숙박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곳 모텔들은 주말이면 외박 나온 군인들로 빈방이 없을 정도지만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기준 군청 홈페이지에 게재된 모텔 평균 가격은 평일 5만원, 주말 6만원, 인당 추가 요금은 최대 1만원이다. 이 역시 군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요금이다. 군인들은 인당 기본 추가 요금은 3만원이라고 주장했다.

장병 C씨는 “외출 시 우리끼리 돈을 모아서 모텔을 간다. 대부분 2명 기준 1박에 6만원인데, 3명부터는 1인당 3만원씩 추가 요금을 받더라. 대놓고 장병이라 돈을 더 받는다곤 하진 않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진 않다”며 “아예 현금만 받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양구군청 위생관리팀에 따르면 모텔 가격·위생을 관리하는 ‘가격안정반’이 매달 업체를 돌며 가격 준수 여부를 체크하고 있다. 그러나 업주를 통해 묻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 정확한 파악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위생관리팀 관계자는 “공중위생법에 따라 모텔을 관리를 하고 있다. 때문에 가격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벌금이나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순 없다. 현재로선 업주들에게 가격을 준수하라고 권고하는 방법 밖엔 없다”며 “장병들을 대상으로 3만원의 추가요금을 받아온 것이 사실인지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곳곳에서 발생하는 바가지요금으로 군인들의 불만이 속출하지만 양구군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군청에서는 다음 달부터 군 장병을 대상으로 자격증·목공예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고 내년까지 군 쉼터를 꾸릴 예정이다. 그러나 정작 시급한 ‘바가지 요금 근절’에는 진척이 없는 모습이다. 군인 불만이 가장 높은 바가지요금·불친절 서비스에서부터 음식점·목욕장·숙박업 등 할인업소 개수 증가, 복귀 교통편 확대, 문화공간 조성 등 분야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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