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주택자 및 다주택자, “급매냐 버티기냐” 눈치싸움 ‘팽팽’
“추가 매도매물 가능성…주택시장 급락 정도 파괴력 없을 듯”

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2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내면서 부동산시장 관망세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특히 세 부담이 가중된 고가주택자 및 다주택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4일 전국 1339만가구(아파트 1073만가구, 연립·다세대 266만가구)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했다.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은 평균 5.32%로 지난해(5.02%)보다 0.3%p 소폭 상승했다.

공동주택 현실화율은 단독주택·토지보다 높은 점을 감안해 형평성 차원에서 전체 평균 현실화율을 68.1%로 작년 수준을 유지했다.

이번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역별·가격수준별·주택규모별로 큰 격차를 나타냈다. 국토부는 그동안 시세 12억원 초과 고가주택(전체의 1.2%)이 시세가 급등한 데 반해 공시가격은 제때 반영되지 못했다고 판단, 현실화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만큼 형평성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선 모습이다.

시세 12억원 이하 중저가주택(전체의 97.9%)에 대해서는 시세변동률 이내로 공시가격을 산정했다. 이 중 전체의 약 91.1%에 해당하는 시세 6억원 이하 주택의 공시가격 변동률은 상대적으로 더 낮았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공시가격이 14.17%로 12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이는 2007년 28.4%로 폭등한 이후 처음이다. 광주(9.77%), 대구(6.57%), 대전(4.57%) 등이 뒤를 이었다. 최고 상승 지역은 경기 과천으로 23.41% 올랐고 서울 용산(17.98%)·동작(17.93%), 경기 성남분당(17.84%), 광주 남구(17.77%)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가격대별로는 12억~15억원(약 12만호) 공동주택이 18.15%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다만 3억~6억원(약 291만2000호) 공동주택은 5.64% 오르는 데 그쳤고 시세 3억원 이하(약 928만7000호)의 경우 2.45%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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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규모도 클수록 공시가격 변동률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용 102~135㎡(97만1000호)는 7.51%, 165㎡ 초과(9만1000호) 주택은 7.34% 각각 상승했다. 이어 60~85㎡(545만호) 4.67%, 33㎡ 이하(약 90만1000호) 3.76%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고가주택과 중저가주택 간 현실화율에 차등을 준 만큼 이번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형평성 개선’에 방점을 뒀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번 공시가격(안)이 내달 말 그대로 결정될 경우 고가주택자 및 다주택자들의 보유세 부담 가중은 불가피하다.

국토부와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수서동 ‘강남더샵포레스트’ 전용 214㎡(추정시세 34억9000만원)의 지난해 공시가격은 19억2000만원에서 올해 23.75% 올라 23억7600만원을 기록했다. 해당 주택 보유세는 전년 대비 50%(404만7400원) 오른 1298만원 이상일 것으로 판단된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132㎡(29억4000만원)의 경우 같은 기준 공시가격이 16억원에서 19억9200만원으로 24.50% 올랐다. 이곳 보유세 역시 50%(296만4100원) 증가한 954만8000원 상당이다.

반면 시세 12억원 이하 공동주택은 공시가격 변동률이 시세 상승분을 하회해 세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서울 도봉구 창동 ‘북한산아이파크’ 전용 84㎡(6억1700만원) 공시가격은 지난해 3억8800만원보다 8.25% 올라 4억2000만원을 기록했지만 보유세 증가분은 7만5000원선에 불과하다.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현대아이’ 전용 102㎡(3억5300만원)의 경우 지난해 공시가격(2억4400만원)보다 2.05% 내린 2억3900만원, 보유세는 9600원 정도 느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고가주택자·다주택자들은 과세기준일인 6월 1일 이전에 주택을 증여·매도하는 방향을 넣고 저울질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몇 년간 집값이 급등하면서 시세차익이 쏠쏠하고 이번 보유세 인상분보다 양도세 부담이 더 크기 때문에 쉽게 매물을 던지지 못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반대로 매수자의 경우 보유세 부담으로 쉽사리 주택매매시장에 뛰어들지 않으려는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로 매매가격 조정, 거래량 급감 등 주택 구매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보유세 인상에 대한 부담이 더해지면 당분간 가격하락과 평년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거래량 감소세가 지속될 수 있다”며 “6월 1일 이전에 추가 매도매물이 나올 가능성은 있으나 큰 폭의 매물출회는 제한적일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어 “연내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넘어서 경기 위축을 우려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국 미분양주택 약 6만호,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약 0.3% 안팎을 유지하고 있어 이번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이 주택시장의 급락을 가져올 정도의 파괴력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각종 행정 분야에 활용되는 만큼 부동산 자산 비중이 큰 고령 은퇴자는 준조세를 포함한 과세부담 체감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판단, 소유자의 이의신청도 증가할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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