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0원’ 이어 현금 지급 이벤트까지 ‘고객 모시기 치열’
증권업계 내 머문 출혈경쟁 비판 솔솔

여의도 금융가.사진=연합뉴스

증권업계의 신규 고객 모시기 마케팅이 점입가경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제로 수수료에 이어 타사 주식을 옮기면 현금을 지급하는 이벤트까지 쏟아지면서 ‘제 살 깎아 먹기’라는 지적이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달부터 타 증권사에 있는 주식을 자사 계좌로 옮기면 최대 25만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주식 옮기기(타사 대체 입고)’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타 증권사 계좌의 상장지수펀드(ETF), 주식워런트증권(ELW)을 포함한 국내 상장주식을 보유한 고객이 이베스트 비대면 및 은행개설 계좌로 1000만원 이상 주식을 옮기고 100만원 이상 거래하면 입고 금액에 따라 현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이베스트뿐 아니라 최근 업계에서는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주식 옮기기 이벤트를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키움증권도 지난 15일부터 타사 주식을 옮겨오면 최대 30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고 NH투자증권 역시 다른 증권사 계좌에서 주식을 옮겨오는 고객에게 최대 300만원의 현금을 지원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미래에셋대우는 해외주식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타사 대체 입고 이벤트를 실시했다. 미래에셋대우로 1000만원 이상 해외주식을 입고한 고객을 대상으로 입고 금액에 따라 최대 50만원의 모바일 신세계 백화점 상품권을 제공했다.

이벤트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높은 액수의 보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주식 입고 금액별로 10억원이면 50만원, 30억원 100만원, 100억원은 500만원을 지급한다. 대신증권은 타 증권사에서 주식을 옮긴 뒤 국내 주식을 100만원 이상 거래하면 입고 금액에 따라 최대 250만원을 지급하고 해외 주식을 500만원 이상 거래하면 250만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는 증권사 관계자는 “많은 증권사가 이런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고객 유출 방지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다”며 “신규로 유입되는 고객이 줄어드는 추세라 최근 들어 더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대부분의 증권사가 어닝쇼크 수준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경쟁이 심화 됐다고 지적했다. 하반기 주식 시장 악화로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자 증권사들이 신규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전쟁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거래대금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상반기(1~6월) 매월 일평균 10조원을 넘겼지만 하반기에는 9월(10조7843억원)을 제외하고 10조원을 넘기지 못했다.

실제 증권사들은 수수료 인하 이벤트와 한시적 무료 수수료 행사를 진행하다 ‘평생 무료’까지 선보이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은 모바일증권 ‘나무’의 온라인 국내 주식 수수료 평생 무료 이벤트를 당초 계획보다 1년 연장했다.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도 평생 무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증권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과도해지면서 출혈경쟁이라고 보는 시각도 일부 존재하긴 하다”며 “하지만 경쟁 과도로 증권사 경영에 위기가 생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한정된 상태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으로 어느 산업군이든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마케팅 경쟁이다”며 “또 타사 주식을 옮겨오면 꼭 주식 자산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자산으로 바뀔 수 있어 여러 가지 가능성을 보고 진행하는 영업활동 중 하나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