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명의 보험 Tour] 실손보험, 위험직군 가입 차별 여전
[이진명의 보험 Tour] 실손보험, 위험직군 가입 차별 여전
  • 이진명 기자
  • 승인 2019.03.17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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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 판매 생·손보사 중 거절직군 줄인 보험사 겨우 6곳
생·손보사 위험직군 가입비율 평균 10% 밑돌아
위험직군 공시제도 유명무실…법적 구속력 및 방안 마련해야
이삿짐 트럭 화재 진압하는 소방대원. 사진=연합뉴스
이삿짐 트럭 화재 진압하는 소방대원. 사진=연합뉴스

보험가입 시 보험회사에 알려야 하는 고지사항 중 직업에 대한 고지는 필수적으로 알려야 하는 중요한 사항이다.

보험회사는 직업의 위험도에 따라 A~E 등급으로 구분하고 심사 기준을 마련해 보험료에 차등을 두거나 보장범위·가입금액을 제한하며 경우에 따라 보험가입을 거절하기 때문이다.

보험회사들이 가입 거절하는 직군에는 D등급에 경찰특공대, 교통경찰, 구급차 운전자, 소방관, 용접공, 특전사 등이 포함되고 E등급은 격투기 선수, 경마선수, 곡예사, 동물 조련사, 대리운전 기사, 빌딩 외벽 청소원, 스턴트맨, 오지탐험가, 전문 산악인, 헬기조종사 등이 해당된다.

또한 직업 변경 시에도 보험회사에 알려야 하는데 만약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 사고 발생 시에는 직업 위험도에 따라 보상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위험한 직업이라고 해서 보험회사가 보험가입을 무조건 거절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지적이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특정 직업군에 대한 보험가입 제한은 차별이라 판단하고 개선 대책을 마련할 것을 금융감독원에 권고했다.

인권위가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생명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 24곳 중 7곳(29.2%)과 실손의료보험 판매 보험사 24곳 중 19곳(79.2%)은 경찰관·군인·소방관·재활용수거업자·무직자·보험종사자·환경미화원 등 특정 직업군의 가입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민간이 판매하는 보험일지라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 직업군에 속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의 소지가 있으며 실태 파악을 통해 불합리한 차별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고를 받아들인 금감원은 2018년 상반기부터 개별 보험사의 고위험직종 종사자의 일부 보험상품 가입비율과 거절 직군 수 등을 생명·손해보험협회를 통해 공시하도록 했다.

지난해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공시의 의도는 보험회사들이 위험직군 수를 줄이도록 간접적인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라면서 “위험직군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해(2018년) 하반기 보험사별 위험직군 수가 내년(2019년) 2월에 공시될 예정이므로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15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대비 하반기에 실손보험의 거절직군을 줄인 보험사는 생·손보사 합쳐 6곳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의 공시 의도를 무색케한 것이다.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병원에서 지출한 실제 치료비의 일부를 보상해주는 상품으로 가입자가 3000만명이 넘을 만큼 대중화된 보험 상품이다.

생명사 가운데서는 한화생명이 상반기에 49개의 거절직군을 공시했으나 하반기에 2개로 줄여 가장 크게 거절직군 수를 줄였고 미래에셋생명이 42개→3개, KDB생명이 171개→144개, 흥국생명이 24개→23개로 공시했다.

거절직군을 운용하지 않는 KB생명과 신한생명을 제외한 ABL생명, 삼성생명, 교보생명, DB생명, 동양생명, 농협생명은 거절직군 수를 그대로 유지했다.

손보사는 농협손보가 224개→15개, 롯데손보 71개→63개로 거절직군 수를 줄였고 거절직군을 운용하지 않는 MG손보, 현대해상, DB손보를 제외한 메리츠화재, 흥국화재, 삼성화재, KB손보는 거절직군 수를 그대로 유지했으며 한화손보는 오히려 25개→28개로 거절직군 수를 늘렸다.

실손보험 가입비율도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실손보험을 취급하는 국내 생·손보사들이 최근 1년간 맺은 신계약 중 D 및 E등급 가입자가 포함된 계약건수의 비율은 평균 10%를 밑돌았다.

생명사의 경우 한화생명이 8.7%로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났고 삼성생명(8.2%), 신한생명(7.8%), 교보생명(6.7%), 농협생명(6.5%), 흥국생명(3.6%), KDB생명(3.3%) 순이었고 나머지 미래에셋생명(1.7%), 동양생명(1.2%), KB생명(1.1%), DGB생명(1.0%), ABL생명(0.2%)은 1% 내외의 낮은 가입비율을 보였다.

손보사들의 위험직군 가입비율도 평균 9%대로 나타났으며 14.8%의 가입비율을 보인 흥국화재가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다음으로 DB손보(13.0%), 삼성화재(12.6%), KB손보(11.1%), 한화손보(10.4%), 메리츠화재(8.6%), MG손보(5.9%), 현대해상(5.2%), 롯데손보(4.8%), 농협손보(3.7%) 순이었다.

일각에서는 위험직군 공시가 보여주기식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어 보험사 자극주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금감원 관계자는 “언더라이팅은 회사의 고유 권한으로 위험직군 가입여부에 대한 법적 권한이 금감원에 없다”면서 “다만 회사별로 가입 거절직군에 대한 리스트 제출을 요청한 상태로서 이를 분석 후 결과에 따라 올해 상반기 중 다른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위험한 직업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거절당하는 가입차별을 없앨 수 있는 법적인 구속력과 실효성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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