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난방·화력발전소 시설 미비…무방비 노출된 주민들
“천연가스·수력·태양광 등 친환경 전력생산 높여야”

조깅하는 평양 주민들. 사진=연합뉴스

지난 일주일간 한국을 뒤덮은 고농도 미세먼지의 습격은 북한도 피해갈 수 없었다. 북한 내 미세먼지 농도는 WHO 기준치의 3배를 웃돌 정도로 심각하지만 대다수 주민이 무방비하게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먼지는 석유·석탄, 매연가스에서 나오는 오염물질과 대기 중 황사 등이 결합해 발생한다. 북한은 주거밀집지역과 산업 시설이 활발하게 가동되는 평양·평안남도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과 같은 주거밀집지역의 경우 석탄과 나무를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주민 생활습관으로 인한 오염물질 배출량이 많다. 2012년 북한이 유엔환경계획(UNEP)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민들의 석탄·나무 사용량은 도시지역의 경우 ▲석탄 63% ▲나무 28%, 농촌지역은 ▲나무 77% ▲석탄 19%로 집계됐다.

통상 석탄과 나무는 불에 태웠을 때 미세먼지와 탄화수소, 일산화탄소 등이 많이 배출되는 연료로 알려져 있다. 이때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북한 미세먼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인체에 유입될 경우 호흡기와 폐 질환을 유발하지만 전기나 가스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북한 주민 대부분은 석탄과 나무를 이용해 생활한다. 이마저도 부족한 곳은 가정 쓰레기를 태워 취사·난방을 하기도 한다.

산업지구인 평안남도 역시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 이곳 기업들은 오염처리장치가 낙후되거나 전기·부품 부족으로 정화시설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 북한 정부는 산업지구를 규제하는 대기환경기준을 갖추고 있지만 자금과 시스템 미비 등의 이유로 유명무실한 상태다.

정은미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화처리 시설을 갖춰야 하지만 기술과 자본 등 자체 역량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북한 내 기업들은 모두 국영기업이고, 이들을 규제·감독하는 기관 역시 국가기관이어서 오염물질 배출 기업에 대한 감시와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영향 때문일까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률도 전 세계 172개 나라 가운데 북한이 가장 높다.

WHO ‘2018 세계보건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인구 10만명 당 약 207.2명이 대기오염으로 인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12.7명을 기록한 중국의 2배, 20.5명을 나타낸 한국의 10배 수준에 달한다.

이처럼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지만 북한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기오염물질을 모니터링 할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현황을 파악할 수 없어 대다수 주민은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지난해 1월 동계올림픽 당시 서울을 방문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은 안내원에게 “왜 이렇게 마스크 쓴 사람이 많냐”고 묻기도 했다.

안경수 서울의대 통일의학센터 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은 한국처럼 KF(Korea Filter) 인증을 받은 미세먼지용 마스크가 구비돼있지 않다. 장마당·상점을 이용해 마스크를 구입하는 사람이 가끔 있긴 하지만 일반 면 마스크가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남북 경협이 활발해지고 북한 경제발전이 가속화될 경우 대기오염 정도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남북 정부 간 미세먼지 공동대응 논의가 필요하지만 대북제재로 인해 실현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내다본다.

정은미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취사·난방 비율이 높아지는 겨울철이면 북한 대기오염은 특히 심각해진다. 그러나 대체에너지원이 없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태양광이나 태양열 설치 가구도 늘어나곤 있지만 난방이나 취사를 대체할 정도의 전력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근본적 대책은 에너지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며 “전력생산 에너지원이 친환경적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천연가스와 수력·태양광발전소의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과 재원 확보가 필요하지만 대북제재 상황에서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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