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늘리기 나선 우리·KB, 경영 참여·주인의식 제고 효과 기대
목소리 커진 금융권 노조…노동자 경영 참여 가능할까

우리은행(왼쪽)과 국민은행의 모습.사진=각 사

금융지주 노조의 목소리가 나날이 커질 전망이다. 금융지주의 우리사주조합이 주식 지분을 확대하면서 주주권 확보에 나선 가운데 노조의 적극적인 경영 참여가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 우리사주조합은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위해 주식 지분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우리사주조합은 기업의 직원들이 자기 회사의 주식을 취득·관리하기 위해 조직한 조합이다.

류제강 KB금융 우리사주조합장은 6일 열린 대의원 회의에서 “조합원 1인당 2000만원 정도의 자금을 대출 등을 통해 조달하고 이를 우리 사주로 배분해 지분율을 확대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KB금융의 ‘주인 되기 운동’을 전개한다는 설명이다.

조합은 이번 조달 계획에 따라 최대 4000억원 규모의 재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KB국민은행, KB증권, KB카드 등 12개 계열사의 2만여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은 지난해에도 자기 자금 출연제도를 통해 약 388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한 바 있다. KB금융 사주조합이 차지하고 있는 지분은 지난해 3분기 기준 0.55%다.

우리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도 적극적으로 자사주 취득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우리은행의 우리사주조합은 은행의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자사주 매입 신청을 받았다. 회사 측에서도 직원들의 자사주 취득을 독려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1월 조합원들의 참여로 자사주 570만주를 매수해 우리은행에 대한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은 5.63%에서 6.4%로 높아졌다. 이로써 사모펀드 IMM PE(6.0%)를 제치고 3대 주주로 올라섰다. 노조 측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직원들의 주인의식을 높이고 지주사 경영 전반에 관심을 갖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했다.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우리사주조합도 자사주 취득을 통해 지분을 늘릴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신한금융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은 4.64%로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9.55%)과 BlackRock Fund Advisors(6.13%)에 이어 3대 주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나금융도 0.86%로 국민연금공단과 Capital Group에 이어 3대 주주에 올라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통해 노동이사제(근로자이사제)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금융권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이 늘어나면서 지주 경영에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동이사제란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포함돼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로 노동자의 의견이 기업 경영에 반영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2017년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인 노동 이사제의 연장으로 KB금융, IBK기업은행 등이 추진해왔다.

실제 자사주 취득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은 지난해 1월 공시를 통해 지분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향후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함’으로 변경하면서 경영 참여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노조 관계자는 “우리사주조합이 지분을 늘리면서 기업 경영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용이해 질 수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다만 지분이 조금 늘었다고 해서 당장 경영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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