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공제 축소·폐지 시사…직장인들 ‘부글’
카드업계, 사용액 줄어들까 가슴앓이
카드업계 자생력 키워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32개의 세제 혜택 조항 중 가장 감면 규모가 큰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존폐의 갈림길에서 다시 한번 일몰 연장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지난 13일 당정청 협의를 통해 올해 일몰 기한을 맞이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3년 연장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2019년까지 1년 더 연장한 뒤 올해로 9번째 일몰기한 연장이다.

현행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총 급여액의 25%를 넘는 신용카드 사용액의 15%를 300만원까지 소득에서 공제해 근로소득세를 감면해 주는 제도다.

1999년 자영업자의 과표를 양성화해 탈세를 막고 신용카드 사용을 늘려 내수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도입됐고 당시에도 일몰 시점이 정해진 한시적인 제도였다.

앞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폐지 논란은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발언으로 촉발됐다. 일몰을 앞두고 기재부의 고위 관계자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파급력을 더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4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3회 납세자의 날’ 기념행사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축소 방안을 검토하는 등 비과세·감면제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제도 축소·폐지를 시사한 바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7년 신용카드 소득공제 규모는 23조9346억원을 기록해 22조112억원을 기록한 전년 대비 8.74% 늘었다. 같은 기간 약 968만명이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적용받았다.

‘13월의 보너스’라고 불리는 소득공제 혜택은 직장인들의 세 부담을 줄이는데 일조를 해왔다. 그러나 축소·폐지될 경우 신용카드를 주로 사용하는 근로자들의 세 부담이 늘어나 ‘사실상 증세’라며 직장인들 중심으로 거세게 반발했다.

실제로 홍 부총리의 발언 이후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이 줄을 이었고 직장인들이 연간 수 십만원에 이르는 세금을 더 낼 수 있다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도 나왔다. 또 국민 3명 가운데 2명 꼴로 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연장해야 한다고 응답한 여론 조사결과도 발표됐다.

이에 기재부는 비판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지난 11일 “정부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가 근로자의 보편적 공제제도로 운용돼온 만큼 일몰 종료가 아니라 연장돼야 한다는 대전제하에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고 지난 13일에는 당정청 협의를 통해 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3년 연장 결정에까지 이르렀다.

민주당 기재위 간사인 김정우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는 올해 일몰이 도래하지만 근로자의 세 부담 경감을 위한 보편적 공제 제도로 운용돼 온 점을 감안해 일몰을 3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가슴앓이를 하던 카드업계도 안도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카드업계는 카드 소득공제를 바라고 카드를 이용했던 소비자들이 카드 이용금액을 줄이는 등 이탈 고객들이 생길까 우려했지만 일몰기한 연장으로 결론이 나면서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편으론 일관성 없는 정부의 태도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안 그래도 정부의 수수료 개편안 때문에 업계는 수익률 감소 대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서 “카드 소득공제라는 이점이 사라지면 소비자들의 카드 이용은 줄어들 것이고 이는 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연장 결정은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소득공제 축소·폐지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해당 제도의 존폐 여부를 너무나 쉽게 뒤집는 모습은 정부의 정책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면서 “정부가 정책을 결정할 때 좀 더 신중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카드업계가 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정부가 도입한 제도에 의존하기보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신사업 투자 등 카드업계 자체의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드 소득공제 제도가 1999년 일몰제로 도입된 이래 정부는 일몰 기한이 도래할 때마다 매번 일몰 연장 결정을 내려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해 왔다. 이는 현재의 신용카드 대중화에 큰 영향을 미쳤고 카드사들도 이에 대한 혜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더 이상의 연장을 기대하기보다 카드 소득공제 제도가 사라지더라도 카드회사의 수익률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의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신용카드 소득공제 외에 올해 일몰 도래하는 주요 세제 혜택 조항으로는 비과세종합저축에 대한 과세특례, 생산성 향상시설투자 등에 대한 세액공제, 중소기업 사회보험료 세액공제 등 총 32개다.

세제 전문가들은 이들 조항 중에도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경기활성화 정책 등과 관련된 조항들이 있어 폐지 여부를 속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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