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국영기업 소유 차량으로 운송서비스 시작, 신규 직종도 등장
“온라인쇼핑몰과 연계 시너지, 대형물류회사 발전 가능성도”

서비차로 활용되는 북한 군용차. 사진=연합뉴스

당일배송·새벽배송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한국 소비자들에게 택배 서비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소비생활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택배 서비스가 최근 자본주의 바람과 함께 북한에서도 발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북한에서는 ‘서비차’를 통한 택배 서비스가 주로 이뤄진다. 서비차는 영어단어 ‘서비스(Service)’와 자동차의 합성어로 택배를 담당하는 차량을 가리킨다.

해당 서비스는 군부대·국영기업 소유 자동차를 이용한 운송서비스에서 시작됐다. 주로 상인들이 이용하는데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 국가배급체계가 붕괴하고 주민들이 장마당으로 나서면서 발달했다.

과거에는 국가기관인 체신국(우체국)을 통해 물건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화물 크기와 내용물에 제한이 있어 작은 소포 외에는 운반에 한계가 있었다. 배송기간도 오래 걸려 체신국을 통해 화물을 보내는 사람들이 점차 줄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서비차를 통해 주로 운송되는 물품은 감자와 다시마, 미역 등 이다. 체신국과 달리 화물의 내용·크기·거리 등에 제약이 없어 최근에는 생선이나 과일 등 신선식품도 등장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양강도 지방 주민들은 황해도 과일을 이틀 내에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이른바 ‘돈주’로 불리는 북한의 신흥 부유층들이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개인이 구입한 차량을 국영기업에 등록하고 서비차 운영에 직접 나선 것이다.

이 중 차량 운전을 하지 않는 돈주들도 있는데 이들은 배송기사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기도 한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엔케이(DAILY NK)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이들 배송기사를 ‘짐쏘기꾼’이라 부른다. 남한으로 따지면 일명 ‘쿠팡맨’인 셈이다. 상인들은 짐쏘기꾼에게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점포로 들어온 주문을 처리한다.

차량에 물건을 싣는 ‘삯벌이꾼’도 있다. 삯벌이꾼은 무겁거나 상할 우려가 큰 물건을 바닥에 싣고, 가볍고 파손 위험이 없는 물건들을 켜켜이 쌓아 택배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돕는다.

이어 군용차부터 10톤 이상 화물트럭까지 등장하면서 서비차 주차장을 관리하는 ‘쏘개짐 정거장 관리인’도 새로운 업종으로 등장했다. 택배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이와 관련한 신규 직종이 속속 생겨난 모습이다.

초기 대량화물을 적재하는 상인들을 중심으로 이용하던 택배 서비스는 최근 개인 물품을 보내기 위한 일반 주민들에게까지 두루 확산됐다.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양강도에 거주하는 한 북한 주민은 약혼식에 사용할 식품을 짐쏘기차로 배달받기도 했다. 대량적재의 경우 통상 500달러(한화 56만8100원) 이상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빠르고 편리하다는 점에서 이용자들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택배업이 북한 내에서 체계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데에는 국가 주도로 이뤄지는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귀띔했다.

정은미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의 물류시스템 규모는 계속해서 확대될 것이다. 민간이 차량을 구입해 국가에 등록하는 형태로 발전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국가는 추가로 국영기업을 설립할 필요 없이 운행허가만 내주는 식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비차 이용이 증가함에 따라 대형물류회사가 등장할 가능성도 크다. 현재도 북한의 온라인쇼핑몰 ‘옥류’를 통해 음식이나 물건 배달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아직은 배달업체와 온라인쇼핑몰의 고용 관계가 명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지만 대형물류회사의 등장과 온라인거래량의 증가가 맞물리게 되면 제휴 형태의 택배서비스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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