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뒤처리 미흡, “빙어 떼죽음에 주민 불편 가중”
청평면, 현장 확인에도 지지부진…2주 내내 ‘방치상태’

올해 청평 설빙송어빙어축제가 끝난 후 폐사한 채 방치된 빙어떼. 사진=제갈민 기자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에서 매년 겨울 열리는 ‘청평 설빙 송어·빙어 축제’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다. 축제를 위해 설치한 둑을 제때 허물지 않아 고인 물에는 녹조가 발생하고 행사에 동원된 어류는 집단 폐사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청평 설빙 송어·빙어 축제는 송어·빙어 낚시, 빙어 뜰채 낚시, 송어 맨손잡기, 얼음썰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지역축제 중 하나다. 저렴한 가격에 놀이시설까지 즐길 수 있어 비슷한 시기 함께 진행되는 ‘청평얼음꽃축제’와 함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두 곳을 다녀가는 관광객은 매년 1만명 이상이다.

청평면은 해당 축제 기간 청평교 아래로 흐르는 조종천에 인공적으로 둑을 설치하고 송어·빙어를 풀어놓는다. 축제는 청평체험관광합동조합이 도맡아 진행한다.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시작해 올해 2월 24일 종료된 청평 설빙 송어·빙어 축제는 약 1만8000여명의 관광객을 동원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리는 듯했다.

하지만 행사가 완전히 끝난 후 쌓았던 둑을 원상복구 하지 않아 애꿎은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맞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파이낸셜투데이가 방문한 축제 현장인 조종천은 녹조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죽은 물고기들은 배를 뒤집은 채 떠다니고 있었다.

특히 12~18도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서식하는 냉수성 어종인 빙어의 집단 폐사가 심각했다.

사진=제갈민 기자

주민들은 축제가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도 좋지만 제대로 된 관리체계가 없다면 결국 관광객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 없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청평면에 수년째 거주하고 있는 A씨는 “지난해에도 얼음낚시 축제가 끝나고 둑을 바로 철거하지 않아 빙어 수십 마리가 폐사한 걸 봤다”며 “축제를 잘 개최한 만큼 잘 마무리하는 게 중요한데 매년 똑같은 현상이 반복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청평면사무소와 가평군청에서 조종천을 방문해 현상을 확인하는 것 같긴 했다”며 “제대로 된 조치 없이 축제가 이렇게 엉망으로 마무리되면 결국 제 얼굴에 침 뱉는 격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축제가 끝난 뒤 제대로된 뒤처리가 이뤄지지 않아 방류된 송어는 인근 낚시꾼들의 놀잇감으로 전락했다. 

축제 이후 매년 청평에 송어 낚시를 하러 온다는 B씨는 “축제가 끝나도 둑을 유지해 송어를 낚으러 온다”며 “그나마 송어는 살아있는데 빙어는 다 죽어있다. 축제가 끝남과 동시에 둑을 터야 한다. 방치해 버리면 당연히 죽을 수밖에 없는데 매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다”고 아쉬워했다.

가평군청은 책임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해당 축제는 청평면사무소에서 관리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청편면에서도 제대로된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청평체험관광합동조합에 이달 말까지 축제 현장을 원상복구 하라는 공문을 발송했을 뿐이다.

이와 관련해 청평면사무소 축제 관계자는 “매년 축제 전 심의를 할 때 조합에 반드시 축제가 끝난 후 일정 기한 내 원상복구를 꼭 해야 한다고 당부한다”며 “공문을 다시 한 번 발송해 10일부터 현상 복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올해 제기된 민원을 면밀하게 검토해 축제 심의를 좀 더 꼼꼼히 할 예정이다”며 “축제가 진행된 현장 복구를 위해 가평군청과 협의해 면사무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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