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빅2 삼성전자·SK하이닉스 약세
가격 하락·시장 규모 축소 전망 악재 “2분기 회복 가능성有”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2018 한국전자산업대전-반도체대전’ 삼성전자 부스.사진=연합뉴스

강력한 순매수 행진으로 버팀목이 되던 외국인이 팔자 기조로 돌아서면서 반도체주에 먹구름이 짙어졌다.

최근 주식 시장에서는 반도체주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대장주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이은 하락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7일) 종가 4만445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1.02% 올라 7거래일 만에 상승 마감했다. SK하이닉스는 변동 없이 전 거래일과 같은 6만8100원을 기록했다.

지난달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내려앉은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 이후 실적 개선 기대감과 5G 통신 시대를 맞아 반도체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에 지난달 4만7500원까지 치솟았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달 중순 7만7400원을 기록하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던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반도체주를 끌어내렸다.

지난 1~2월 중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각각 2조8955억원, 8744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증시 큰 손으로 꼽히는 기관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9757억원, 1860억원 매도한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27일부터 7일까지 6거래일간 총 5954억원 어치를 팔아치우면서 매도로 전환했다.

반도체 대장주도 타격을 입었다. 이 기간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2367억원, 삼성전자를 2062억원 어치를 매도했다. 이들 종목은 각각 외국인 순매도 상위 1,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 투자자의 변심에는 반도체 가격 하락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반도체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D램 고정거래가는 전월보다 14.5% 내리면서 1월(-17.24%)의 급락세를 이어갔다.

국내 증권사 역시 부정적인 예측을 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과 2월 하락 추세와 재고 수준 등을 고려할 때 1분기 PC D램 평균 가격은 40달러대 초중반으로 4분기(60.3달러) 대비 약 27%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서버 D램도 비슷한 폭의 하락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가격 하락이야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지만 하락의 깊이는 예상보다 좀 더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일부 해외 언론에서 메모리 가격의 조기 반등 가능성을 피력하기도 했지만 더 높아진 재고 수준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올해 반도체 시장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악재로 작용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시장규모가 지난해보다 3% 감소한 4545억4700만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반도체주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그간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며 하락했던 메모리 반도체의 고정거래 가격이 수개월 만에 예상 범위 내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연말, 연초에 급격히 발생했던 수요 충격이 가격 충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당초 예상 대비 D램의 수요 개선 속도가 더디게 발생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갤럭시 S10 내 점유율이 상승함에 따라 예상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기록하겠지만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은 지난 분기 호실적에 대한 역기저 효과로 인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 것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1분기 실적 부진 전망에도 기존 투자 의견을 유지한다”며 “낸드의 수요 회복이 나타나고 있고 2분기에는 ODM(제조자개발생산) 서버업체들의 판매량이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도 “4분기 말부터 급락세로 돌아선 수요와 가격환경이 지속되면서 1분기가 부진하지만 긍정적인 개선의 조짐이 목격됐다”며 “서버향 반도체는 주요 고객들이 3월부터 매수를 재개하고 2분기에는 주문이 정상화될 것으로 의사를 전달하고 있고 PC 디램 수요는 2분기에 CPU 공급 부족 완화와 함께 개선이 예상된다”며 2분기 이후 반도체 시장 회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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