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진출 3년 만에 국내 OTT 시장 콘텐츠 강자로 자리매김
막대한 자금력 및 표현의 자유 등 제작자에게 러브콜 쏟아져

넷플릭스 애플리케이션 초기 화면. 사진=배수람 기자

한국진출 3년째 접어든 넷플릭스가 이용자뿐만 아니라 제작자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국내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영화·교육 등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시장 거대공룡으로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다. 적극적인 투자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만큼 넷플릭스와 협업을 고려하는 제작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시장에서 넷플릭스의 행보는 거침없다. 초기 영미권 드라마가 주를 이루면서 한국형 소비자를 사로잡을 만한 킬러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지우려는 듯 한국형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한국 드라마를 비롯해 영화, 예능 프로그램 등 스트리밍 서비스를 차츰 늘리기 시작한 넷플릭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에도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란 넷플릭스에서 자체 제작하고 유통하는 콘텐츠로, 오직 넷플릭스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 통상 매주 한 회차씩 방영하는 드라마와 달리 전 회차가 한꺼번에 공개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조선 시대 좀비물 드라마 <킹덤 시즌1>이 공개된 1월, PC와 안드로이드 모바일을 통한 넷플릭스 이용자는 지난해 12월 대비 65.5% 늘어난 209만명으로 집계됐다. 애플의 아이폰 이용자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콘텐츠가 힘을 얻기 시작한 것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2015)부터다. 당시 넷플릭스는 약 500억원의 제작비를 전액 지원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킹덤 시즌1> 역시 회당 15억~20억원 등 총 200억원 가량을 넷플릭스에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과감한 투자는 콘텐츠의 질적 향상과 직결된다. 기존 매체와 달리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점도 제작자를 사로잡는 요인 중 하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제작발표회. 사진=연합뉴스

킹덤 제작에 참여한 연출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를 통해 “제작에 있어 넷플릭스가 요구하는 사항은 스포일러에 대한 철통 보안 단 하나다. 촬영장에 가면 배우는 물론 제작자들이 극도로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는 느낌이다”며 “나중에 작품이 공개되고 나면 영상 퀄리티를 보면서 제작비의 힘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작품은 심의라는 것이 확실해 매회 연출팀과 스크립터, 내부 조연출까지 일일이 검사해야 해서 표현의 제약이 따른다”며 “반면 넷플릭스는 창작자의 의도, 표현의 자유를 무제한 보장한다. 일례로 킹덤에서는 사람 머리가 잘려서 바닥에 뒹구는 것까지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다 보여줬다. 기존 방송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우리나라 콘텐츠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개국으로 자연스럽게 수출된다. 킹덤 역시 27개 언어로 동시공개 되면서 해외에서 한국형 좀비와 한복, 양반들이 쓰는 갓 등이 눈길을 끌면서 새롭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또한 대부분 콘텐츠가 시즌제로 제작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통상 영미권 드라마는 시즌제로 제작돼 한 시즌이 끝날 때마다 다음 시즌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상당하다. 킹덤 역시 시즌1을 6회 정도로 짧게 편성돼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기존 방송작품과 달리 시즌별로 이야기 하나를 쪼개서 구성할 경우 제작자들은 에너지를 분산해 좀 더 제작에 공을 들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킹덤 연출 관계자는 “전 세계에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작에 더욱 몰입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뜻이 맞는다면 넷플릭스와 작업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한국시장은 ‘훌륭한 수준의 제작 인프라와 뛰어난 스토리를 많이 보유한 국가’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넷플릭스와의 협업에 뛰어드는 제작자들이 점차 더 늘어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한국 콘텐츠를 발굴 및 수급해 전 세계에 수출하기 위해 국내에 상주하는 콘텐츠 팀을 구축하는 등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은 물론 해외 이용자들까지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한류 콘텐츠를 발굴해 내기 위해 국내 창작자들과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지속 노력할 계획이다”도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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