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행장 3연임 포기…‘중국통’ 지성규 부행장 추천
조직 안정화·‘관치 논란’ 금감원과 관계 회복 등 과제 보따리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외경. 사진=연합뉴스

하나은행이 행장 선임 과정에서 생긴 잡음을 잠재우고 안정을 택했다. 함영주 하나은행장은 3연임을 포기했고 신임 행장으로 추천된 지성규 부행장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어깨가 무거워졌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함영주 행장은 지난달 말 열린 하나금융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행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함 행장은 2015년 9월 통합 하나은행 초대 행장으로 취임한 후 2017년 3월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함 행장의 3연임은 기정사실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함 행장이 매년 양호한 실적을 거둔데다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뤘기 때문이다.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된 후 초대 행장 자리에 오른 함 행장은 매 분기 양호한 실적을 기록해 왔다. 임기 첫해인 2015년 순이익은 4330억원을 기록했고 2016년 1조3802억원, 2017년 2조1122억원으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2조993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0.6%)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2조원을 넘는 순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순이익 감소는 전년도 주식 대량매각에 따른 기저효과라는 분석이다.

옛 하나·외환은행으로 이원화됐던 인사·급여·복지제도 통합을 임기 내에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점도 3연임에 힘을 보탰다. 지난 1월 하나은행 노사는 인사·급여·복지제도 통합안에 서명식을 갖고 통합은행 출범 3년여 만에 직원 교차발령, 전산통합, 노조통합 등 모든 통합절차를 완료했다.

하지만 채용 비리 관련 재판이 함 행장 연임의 발목을 잡았다. 함 행장은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 돼 지난해 8월부터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은행 노조도 함 행장 연임에 대한 반대 뜻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노조는 지난달 25일 성명서를 내고 “함 행장이 최고 수준의 경영 실적을 기록하고 인사·급여·복지 제도통합을 이뤄내 차기 은행장으로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개인의 경영능력 우수성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도 함 행장의 연임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금감원은 하나은행장 후보자 선정과 관련해 하나금융 사외이사 3명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하나은행 경영진의 법률 리스크가 은행의 경영 안정성 및 신인도를 훼손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사실상 금감원이 함 행장의 연임에 대한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는 해석이다.

지성규 하나은행장 내정자.사진=KEB하나은행

하나금융은 지난달 28일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지성규 부행장을 행장 단독후보로 추천했다. 지 내정자는 1963년생으로 1991년 하나은행에 입행해 현재 하나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과 하나금융 글로벌 총괄 부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지 내정자는 ‘중국통’으로 꼽힌다. 2001년 홍콩지점장을 역임하고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설립단 팀장, 하나금융 차이나데스크팀장을 맡아오는 등 20년 가까이 중국에서 근무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중국유한공사 은행장을 역임해 전략, 재무, 영업 전반에 탁월한 식견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은행 위상 강화 및 세대교체를 통해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최고의 적임자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ICT와의 제휴를 통해 모바일 퍼스트 은행을 지향하고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혁신기술을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글로벌 손님 기반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기대했다.

지 내정자의 최우선 과제는 갑작스러운 행장 교체로 인해 시끄러운 조직을 안정화하는 것이다. 또 함 행장이 실적 면에서는 우수한 성과를 낸 만큼 이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 역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 내정자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관치 논란까지 불거진 금감원과의 관계 개선도 급선무다. 금감원이 행장 후보 선임을 앞두고 하나금융 사외이사진과 면담을 거친 뒤 임추위를 열고 복수 후보 선임 없이 한 번에 행장 추천을 완료한 것이 금감원이 압박이 아예 없다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함 행장의 연임 도전 포기와 지 부행장을 차기 행장으로 내정하면서 극단적 상황은 불식시켰다는 관측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알려진 것처럼 함 행장님이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용퇴를 한 것으로 조직 내부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어 “지 내정자는 현재 인수인계를 진행하면서 업무를 파악하고 있다”며 “다른 분야에 있던 사람을 행장으로 초빙한 것이 아니라 조직에 오래 계셨고 부행장도 역임한 만큼 업무에 빠르게 적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불거진 관치 금융 논란에 대해 “함 행장님은 관치 논란이 불거지기 전에 용퇴를 결정했고 그룹 부회장직은 유지하고 있어 관치라고 보기에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한편 하나은행은 오는 21일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지 내정자를 행장으로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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