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주가 폭락하는데 시스템 먹통
유진투자·미래에셋 이어 올해만 벌써 세 번째…민원 줄이어

사진=연합뉴스

디지털化(화)를 앞다퉈 강조하던 증권사에 투자자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디지털 전환을 공격적으로 추진해온 것과 다르게 전산 장애가 또 다시 발생했기 때문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3시 10분부터 20~30분간 KB증권의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및 ACE 매체 일부 서버에 장애가 발생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시세 조회가 되지 않는 불편을 겪었다.

문제는 이날 오후 3시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오찬 취소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수가 급락했다는 것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9.35(1.76%) 내린 2195.44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22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15일 이후 9거래일 만이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14% 내린 상태로 장을 시작하고 2220선 안팎으로 등락하다가 장 종료 약 30분을 남겨두고 오찬과 서명식이 취소됐다는 소식에 급격한 하락곡선을 그렸다. 코스닥도 20.91(2.78%) 내린 731.25를 기록했다.

3년 째 KB증권을 이용 중인 A씨는 “중요한 순간에 먹통이 되면서 수수료 평생 무료라고 광고하는게 화가 난다”며 “항의하려고 고객센터에 연락했지만 연결도 안된다. 이제 더 이상 이용하지 않겠다”고 토로했다.

KB증권 관계자는 “당시 MTS 관장 서버에서 트래픽 초과로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다”며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을 공지하고 보상체계를 논의하고 있다.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이미 적용했고 IT 인력이 상주하면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에도 KB증권의 HTS와 MTS에서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1월 17일 장 초반 ‘관심종목’ 조회에서 오류가 발생해 시세가 실시간으로 반영되지 않았다.

당시 투자자들은 타임아웃이라고 뜨고 접속이 되지 않는데 고객센터 전화도 받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KB증권 측은 오전 10시경 홈페이지를 통해 MTS·HTS 매체 서비스에 일부 발생했던 문제가 정상복구됐다고 공지했다.

이는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 발생한 증권사 전산 장애다.

앞서 유진투자증권은 지난달 1일 오전 9시부터 10여분간 MTS의 일부 주문창이 잔고확인 창에서 매도 주문을 넣으면 매수 주문창이 뜨는 등 일시적인 장애가 발생했다. 미래에셋대우도 지난 1월 11일 고객의 계좌잔액을 0원으로 오기해 문자를 발송한 오류를 내기도 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문자 발송 서비스를 처음 도입한 것인데 잔액 숫자가 오발송된 것이다”며 “실제 계좌잔액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전산사고는 연이어 발생했다. 7월에는 한국투자증권의 주식워런트증권 유동성 공급자 전산장애가 약 30분간 발생했다.

10월에도 미래에셋대우가 합병 2년여만에 내놓은 차세대 전산 시스템이 첫 날부터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다. HTS와 MTS 접속이 어려워 투자자들이 불편을 호소했고 문의전화가 폭주하면서 고객센터와의 연결도 어려웠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10개 증권사에 접수된 민원은 총 945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전산장애 관련 민원은 152건으로 전체 민원의 16.08%를 차지했다. 민원 중 약 5건 중 1건이 전산관련 민원인 셈이다.

이는 전년보다는 소폭 줄어든 수준이다. 2017년 전체 민원은 999건, 전산장애 민원은 24.42%를 차지했다. 하지만 증권사 CEO 들이 매년 디지털화 강화를 목표로 내세운 상황에서 관련 민원이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다.

전산운용비도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3분기 주요 증권사의 판관비 대비 전산운용비 비중은 평균 10.22%로 나타났다.

이 중 두 자릿수를 기록한 삼성증권(26.1%), 대신증권(22.09%), 키움증권(17.69%), 미래에셋대우(12.63%)를 제외한 6개 증권사는 한 자리수를 기록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이 2.01%로 가장 낮았고 ▲KB증권(2.61%) ▲신한금융투자(3.07%) ▲NH투자증권(3.88%) ▲한국투자증권(5.37%) ▲하나금융투자(6.77%) 순이었다.

이에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산 관련 센터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외부 인력을 고용하는 것의 비용 차이가 상당히 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서 비교해야 한다”며 “또 전체 판관비 중 전산운용비가 일정 비중 이상이어야 많은 수준이라는 비교기준이 없기 때문에 많다 적다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산 서비스가 점차 고도화 되고 증권사들이 디지털화를 강조하는 만큼 관련 비용이 늘면 늘었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