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SUV 수요 대응” vs “수입·국내 생산 모두 현실적으로 불가”
기아차 조지아공장, 중동에 텔루라이드 첫 수출…연간 3천대 수출 계획

기아자동차가 북미 전용 모델로 출시한 대형 SUV 텔루라이드. 사진=기아자동차

기아자동차가 지난달 미국에서 출시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의 국내 판매를 놓고 기아차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3일 기아차에 따르면 ‘북미 전용 모델’로 개발한 텔루라이드가 국내서도 관심을 끌자 영업 부문에서는 출시를 요구하는 반면 재무와 생산 부문 등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출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현대차 팰리세이드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대형 SUV에 대한 국내 수요가 확인된 만큼 판매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텔루라이드를 출시해야 한다는 영업 부문의 요구가 계속 제기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내수 판매를 위해서는 수입하거나 국내서 생산해야 하는데 두 방법 모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다”라며 “현재로서는 국내 출시 계획이 없다는 공식 입장이 바뀌지는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이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종을 국내에 수입할 것은 단체협약에 따라 노동조합과 의견이 합치돼야 한다는 점 등으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

아울러 팰리세이드와 달리 텔루라이드는 국내 시장을 고려하지 않은 북미 전략 모델로 개발돼 국내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기아차 조지아공장(KMMG)에서 생산, 판매하는 텔루라이드는 4가지 트림 모두 가솔린 3.8ℓ 엔진만 탑재했다.

따라서 텔루라이드를 국내서 생산하는 문제도 쉽지 않다는 게 기아차 내부의 시각이다.

국내 판매를 위해서는 팰리세이드처럼 디젤 모델도 함께 생산해야 경쟁력이 있는데 디젤 모델을 새로 개발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협력업체의 부품 공급 등의 문제에 따라 국내 공장에서 가솔린 모델만 생산하기로 결정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기아차 조지아공장은 북미 판매 외에도 연간 3000대를 수출한다는 계획을 세워 국내에서 생산한다면 내수 시장만 고려해야 한다는 약점도 지적된다.

텔루라이드 첫 수출 기념식. 사진=연합뉴스

앞서 기아차 조지아공장은 지난달 26일 조지아주 브런즈윅 항에서 아라비아반도로 처음 수출되는 텔루라이드 선적 기념식을 열었다.

이밖에 기아차의 플래그십 SUV 모하비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라는 점도 텔루라이드의 국내 판매에 부정적이다.

한편, 기아차는 지난달 19일 소하공장에서 노조를 대상으로 국내외 생산 계획 등 올해 사업계획 설명회를 열었으며 이 자리에서 노조는 “중국공장 부진에 따른 중국공장 철수요구와 텔루라이드 미국공장 생산문제, SP2 인도공장 생산에 따른 국내 조합원의 고용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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