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재구성→진의 파악→종합 평가→중재역 모색’ 예상
‘성급한 중재역’보다 ‘정교한 중재역’

사진=연합뉴스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의 핵 담판 결렬로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당초 ‘하노이 담판’의 성공을 발판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의 선순환 정착을 기대했다.

하지만 북미 정상 간 합의 불발로 급물살을 타는 듯했던 평화 무드에 제동이 걸렸고,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적잖은 견해차가 나타나며 향후 협상이 쉽지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급기야 북미 양측은 회담 이후 합의 불발의 책임을 서로에게 묻는 모습을 연출했다. 당장 북미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북측이 요구한 ‘대북제재 해제 범위’를 놓고 진실 공방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회담 결렬 직후 회견에서 “기본적으로 그들(북한)은 전면적 제재 해제를 원했다”고 말했다.

이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 1일 새벽, 회견에서 “전면적 제재 해제가 아니라 유엔 제재 결의 11건 중 2016∼2017년 채택된 5건, 그 중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주는 항목을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북측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까지 수면 위에 올렸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신년사로부터 시작해서 상응조치가 없으면 ‘새로운 길’을 찾겠다는 입장도 표시했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 뭔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미국 측의 반응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북미 간 기 싸움 양상이 격화하는 것과 비례해 ‘중재자’ 문 대통령의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회담 이후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해서 그 결과를 알려주는 등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도 3·1절 100주년 기념사를 통해 “이제 우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중재역을 피하지 않았다.

다만 문 대통령은 중재자 행보를 본격 재개하기에 앞서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면밀한 분석에 공을 들일 전망이다.

청와대가 회담 후 노출된 북미 간 입장차에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한 채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청와대 측은 회담 내용을 면밀히 평가한 후 재구성하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재구성과 북미 양측의 진의를 파악하고, 종합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 나아가 문 대통령의 역할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시간에 쫓긴 ‘성급한 중재역’보다 ‘정교한 중재역’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 양측이 비핵화 협상의 판을 흔들겠다는 의도는 없다’는 판단이 그 전제라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조기에 추진될 것으로 점쳐졌던 한미정상회담 역시 개최 시기가 예상보다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제갈민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